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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때린 팔 아파" 병원간 미혼모···3살 아이, 그렇게 죽었다

중앙일보 2020.05.03 06:00
아동학대치사혐의를 받은 C씨(왼쪽)와 숨진 아이의 친모 A씨. 뉴스1

아동학대치사혐의를 받은 C씨(왼쪽)와 숨진 아이의 친모 A씨. 뉴스1

 
2016년 미혼모 A씨(23)는 아이를 낳았지만 갈 곳이 없었다.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그는 울산과 인천에 있는 미혼모 시설을 오갔다. 그러던 중 지인 소개로 B씨(33)를 만났고 지난해 3월 인천 미추홀구에서 함께 살게 됐다. 이들은 A씨가 고교 시절부터 알던 C씨(22·여)와도 같이 어울리곤 했다.

사건추적

 
그러나 이들이 “내 남자친구가 거짓말을 하고 성실히 일하지 않으니 때려달라”는 C씨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모든 게 꼬이기 시작했다. C씨 남자친구 측이 이들을 고소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A씨와 B씨는 지난해 10월부터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C씨의 주거지에서 함께 살기로 했다. 고소 건 해결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아이가 문제로 떠올랐다. 주거지를 급히 옮기는 바람에 어린이집을 구하지 못했고 온종일 집에서 아이를 돌봐야 했다.
 
아이가 밥을 먹지 않자 A씨 등은 식사시간마다 아이의 입 안 깊숙이 플라스틱 숟가락 등을 억지로 집어넣고 철제 옷걸이 등으로 아이의 온몸을 때렸다. 아이에게 손을 드는 벌을 준 뒤 손을 내리면 구타를 가했다. 아이가 식사를 거부하며 손을 물면 똑같이 아이의 손을 무는 등 폭행을 지속했다. 폭행은 주로 A씨와 C씨가 주도했고 B씨가 부추기는 식이었다.
 
아이가 복부가 부풀어 오르고 숨소리가 거칠어지며 몸이 쳐지는 증상을 보였음에도 이들은 모른 척했다. 지난해 11월 13일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사와의 통화에서도 “아이가 건강하다”고 거짓말을 했다. 다음날 A씨와 C씨는 “그동안 아이를 때려 팔이 아프다”며 병원으로 향했다. 아이를 화장실에 가둔 채였다.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온 이들은 아이가 자는 것을 보고 화를 내며 다시 폭행을 시작했다. 신체 여러 부위에 다발성 손상을 입은 아이는 이날 오후 세상을 떠났다.
 

거짓으로 말 맞췄으나 진실 드러나

뉴스1

뉴스1

 
미추홀구 자택으로 이동한 이들은 아이가 목욕탕에서 씻다가 넘어져 사망한 것으로 말을 맞추기로 했다. C씨는 이날 오후 10시59분쯤 119에 “아는 언니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신고해달라는 말을 듣고 전화했다”고 신고했다.
 
이들의 거짓말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이의 시신을 본 경찰이 A씨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갔고 결국 사건 전모가 드러났다. 경찰은 A씨와 C씨에 살인 혐의를, B씨에게는 살인 방조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이들이 범행 당시 아이의 사망을 예견하긴 어려웠다고 판단해 살인죄 대신 아동학대 치사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보호자였음에도 반인륜적 범죄 저질러”

인천지방법원 전경. 심석용 기자

인천지방법원 전경. 심석용 기자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아이가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동안에도 학대를 지속했고 아이가 고통받는 모습을 촬영해 공유했다. 검찰은 “아동학대 치사죄의 경우 징역 6년 이상에 처하나 유사 사건의 경우 권고형을 초과해 15년에서 20년까지도 선고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A씨와 C씨에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A씨 등은 성장 배경 등을 언급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들의 변호인은 “A씨가 지적장애 3급으로 IQ가 만 7세에 불과하며 C씨는 6월에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고 정신질환을 앓던 중에 범행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의 행위가 반인륜적 범죄라고 판단했다. 인천지법 제13형사부(고은설 부장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와 C씨에게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B씨에게는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고은설 재판장은 “A씨 등의 행위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엄벌의 필요성에 비춰볼 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A씨 등이 뒤늦게 범행을 반성하고 있는 태도를 보이는 점, 이들이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성장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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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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