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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LCD 꺾은 中 BOE, 이젠 OLED 시장까지 넘본다

중앙일보 2020.05.03 06:00
삼성이나 LG 디스플레이는 지난 연말부터 LCD(액정표시장치)에서 철수하기 위해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BOE(징둥방·京東方)를 비롯한 중 LCD 업체들이 저가 물량 공세를 앞세워 주도한 '치킨게임'에서 완패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철수하는 LCD 시장에서는 특히 BOE가 생산량이나 기술력에서 명실상부한 1위로 부상했다. 이런 BOE가 최근 공격적인 투자로 국내 업체의 차세대 먹거리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까지 넘보기 시작했다.
  

BOE 회장 "LCD 투자 중단하고 OLED에 투자" 

"LCD 투자는 중단하고 OLED와 미니 LED(발광다이오드), 마이크로 LED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겠다." 천예순 BOE 회장이 지난해 말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BOE의 다음 목표가 어디인지 분명히 한 것이다. BOE는 실제로 최근 자사 영문명(Beijing Orient Electronics·북경동방전자)'의 앞머리 글자를 따 '지구상 최고(Best on Earth)'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왕좌를 노리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어게인 LCD' 꿈 꾸는 BOE 

BOE는 '지구상 최고' 슬로건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은 ‘어게인(Again) LCD’다. 이를 위해 한국 인력 빼가기도 서슴지 않는자. 최근엔 한 국내 채용 사이트에 ‘65인치 대형 OLED 패널 10년 이상 경력자를 구한다'는 채용 공고를 내기도 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현재 BOE에 근무하는 한국계 핵심 인력만 100여 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BOE가 중국 충칭에서 증설중인 플렉서블 OLED 생산라인 프로젝트(B12)를 주도하는 핵심 인력도 한국 기업 출신이다.  
 
BOE는 'B12' 생산라인에 필요한 6세대 OLED 장비 발주도 이미 시작했다. BOE는 충칭 외에 청두와 멘양 등에도 OLED 공장을 증설했다. 또 푸저우에 네 번째 플렉서블 OLED 공장인 ‘B15’를 곧 착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B15가 완공되면 BOE가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세계 최대 플렉서블 OLED 생산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BOE의 디스플레이 굴기를 이끌고 있는 천예순 회장 [BOE]

BOE의 디스플레이 굴기를 이끌고 있는 천예순 회장 [BOE]

  

"BOE의 OLED, 삼성폰에도 탑재될 것" 

BOE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력도 어느 정도 확보했다. 우선 화웨이가 출시한 폴더블폰인 메이트 X에 탑재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BOE 제품이다. 또 BOE는 최근 "퀄컴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퀄컴의 지문센서를 탑재한 OLED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또 대만 IT 전문매체인 디지타임스는 “BOE가 애플의 아이폰에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BOE는 멘양에 있는 B11 공장에 애플 전용 OLED 모듈 라인을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BOE의 OLED 탑재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BOE와 갤럭시S 21(가칭)에 BOE의 6.67인치 플렉시블 OLED 패널을 탑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DSCC는 "BOE가 최근 플렉시블 OLED 패널 수율을 크게 향상시키고 매력적인 저가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화웨이의 플더블 폰인 '메이트X'에 탑재된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도 BOE가 생산해 납품했다.[화웨이]

화웨이의 플더블 폰인 '메이트X'에 탑재된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도 BOE가 생산해 납품했다.[화웨이]

 

BOE 급성장 뒤엔 한국 기술과 중 정부 지원  

사실 BOE의 급성장 배경엔 한국이 숨어있다. 1993년 설립한 BOE는 2002년 현대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의 TFT-LCD 자회사인 ‘하이디스’를 4500억원에 인수하면서 기술력이 급성장했다. 하이디스 인수 후 300명이 넘는 엔지니어를 투입해 핵심 기술을 배웠다. 일본 회사와 합작해 TV 브라운관을 만들다 7년 연속 적자로 파산 위기에 몰렸던 BOE가 하이디스 인수 후 급성장한 배경이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하이디스 인수 과정에 ‘기술 굴기’을 노리는 중국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BOE는 자체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발표한 '2019년 국제특허 출원 보고서'에 따르면 BOE는 기업별 특허 출원 순위 6위를 기록했다. 1위가 중국의 화웨이, 2위는 일본의 미쓰비시 전기다. 삼성전자와 퀄컴은 각각 3, 4위다. 이와 관련 천예순 회장은 지난해 말 열린 BOE 글로벌 혁신 파트너 대회에서 "BOE는 이미 디스플레이 기술력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올랐다"며 "향후 10~15년 BOE가 연간 매출 1000억 위안(약 17조원) 기업에서 1000억 달러(약 120조원)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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