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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탄희·이수진이 띄운 법관 탄핵…양승태 의혹 판사들 겨눈다

중앙일보 2020.05.03 05:00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경기 용인정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후보가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미소를 짓고 있다. 이 후보는 양승태 의혹에 연루된 법관들의 탄핵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경기 용인정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후보가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미소를 짓고 있다. 이 후보는 양승태 의혹에 연루된 법관들의 탄핵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연합뉴스]

사법부의 미래를 위한 결단일까, 전 정권을 겨냥한 적폐청산의 마지막 수순일까. 21대 국회에 입성한 여당 소속 판사 출신 당선인들이 양승태 대법원 의혹에 연루된 법관들의 탄핵을 시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이수진 당선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들을 탄핵하지 않는 건 책임 방기(이탄희)""어떻게든 탄핵은 추진해 보겠다(이수진)"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180석의 거대 여당(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이 탄생하며 그 어느 때보다 법관 탄핵의 가능성이 커졌다고 본다. 하지만 법관 탄핵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사법부가 또다시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왜 법관을 탄핵하려 하나 

더불어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재판개입 의혹에 연루된 법관들의 탄핵을 추진했다. 정의당은 명단까지 발표하며 동참했다. 하지만 당시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표가 모자랐다. 
 
헌법 제65조에 따르면 직무집행 중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법관은 국회 탄핵 소추 대상이 된다. 민주당은 강제징용 등 주요 재판에 개입하거나, 진보성향의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시키려 한 법관들이 이 탄핵 요건에 해당한다고 본다. 현재 관련 의혹에 연루돼 재판을 받는 현직 법관만 8명이다. 
 
2018년 11월 20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법관 탄핵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받던 모습. [뉴스1]

2018년 11월 20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법관 탄핵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받던 모습. [뉴스1]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동참하면 발의되고 과반수 찬성을 얻으면 가결된다. 21대 국회를 기준으로 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 탄핵 절차와 마찬가지로 국회를 통과한 법관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간다. 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하면 법관은 탄핵된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관 탄핵은 대통령 탄핵만큼 그 요건이 엄격하지 않다. 만약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재는 해당 법관들이 사법 독립의 의무를 저버렸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관 탄핵의 변수 '법관들의 무죄' 

법관 탄핵에 있어 민주당의 '180석'은 큰 힘이다. 하지만 21대 국회가 마주한 새로운 변수가 있다. 바로 '법관들의 무죄'다. 법원은 올해 1~2월 검찰에 기소됐던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과 신광렬·성창호·조의연·임성근 부장판사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재판 자료를 유출하거나 수사 기밀을 누설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성창호 부장판사가 지난 2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1심 무죄를 받은 뒤 웃는 모습으로 법정을 나오고 있다. [뉴스1]

성창호 부장판사가 지난 2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1심 무죄를 받은 뒤 웃는 모습으로 법정을 나오고 있다. [뉴스1]

아직 1심 결과일 뿐이고,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도 남아있다. 그럼에도 민주당 입장에선 이 무죄 판결은 큰 부담이다. 국민에게 '무죄를 받은 판사를 탄핵하겠다'고 설득하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야당에서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시도"라 반발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법관 탄핵에 찬성하는 전·현직 판사들은 "무죄가 나왔기 때문에 탄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현행 법률상 재판개입을 처벌할 법 조항이 없다. 잘못해도 처벌을 할 수 없으니 탄핵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검찰은 현행 직권남용 법리로도 기소된 판사들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2월 임성근 부장판사의 재판장이었던 송인권 부장판사는 "재판 관여 행위는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위헌적 행위"라면서도 "위헌적이란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잘못한 것은 맞지만 처벌할 조항이 없다는 말이다. 이탄희 당선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법원에서 이미 위헌적 행동을 한 판사로 적시한 사람이 있다"며 임 부장판사를 콕 집어 겨냥하기도 했다. 
 
2015년 5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임기를 모두 마친 신영철 전 대법관(오른쪽)에게 청조근정훈장을 수여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2015년 5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임기를 모두 마친 신영철 전 대법관(오른쪽)에게 청조근정훈장을 수여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신영철 탄핵에 대한 민주당의 기억 

민주당은 2009년, 촛불시위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은 신영철 당시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반대로 발의안은 자동폐기됐다. 신 대법관은 대법관 임기를 모두 마쳤고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훈장까지 받았다. 민주당엔 씁쓸한 기억이다. 법조계에선 올해 말쯤에야 나올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의 1심 재판 결과가 법관 탄핵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시점이기 때문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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