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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한 日이 "돌려달라"···日서 훔쳐온 금동불상 소유권 전쟁

중앙일보 2020.05.03 05:00
절도범들이 일본 쓰시마(對馬)에서 훔쳐온 고려 시대 불상의 소유권을 놓고 항소심 재판이 재개됐다. 1심 재판부는 원래 불상이 있던 우리나라 사찰의 소유를 인정했지만, 국가를 대신한 검찰이 항소하면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5월 9일 서산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 제자리봉안위원회가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법원의 조속한 재판을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9일 서산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 제자리봉안위원회가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법원의 조속한 재판을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고법 민사1부, 지난달 28일 항소심 재개
1심 재판부 2017년 1월 "불상은 부석사 소유"
일본 정부, 외교 채널 동원해 계속 반환 요구
부석사측 "불상 훼손 우려, 조속히 돌려달라"

대전고법 민사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충남 서산의 대한 조계종 부석사가 국가(대한민국)를 상대로 제기한 ‘유체동산(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 인도’ 항소심 공판을 지난달 28일 열었다. 공판이 재개된 건 지난해 6월 25일 변론 준비절차를 마친지 10개월 만이다.
 
재판은 2016년 6월 부석사가 쓰시마 사찰에서 도난당한 뒤 국내로 들여온 관음보살좌상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시작했다. 부석사 측은 “불상을 주인에게 되돌려달라”며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을 맡았던 대전지법 민사12부(재판장 문보경 부장판사)가 지난 2017년 1월 “그동안 진행한 변론과 불상에 대한 현장검증을 통해 불상이 부석사 소유로 추정된다”며 “역사·종교적 가치를 고려할 때 불상을 원고인 부석사에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증여와 매매 등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도난·약탈 등의 방법으로 쓰시마로 옮겨진 뒤 봉안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려사에도 불상이 제작된 1330년 이후 왜구가 서산지역을 침입한 기록이 남아 있는 점도 약탈의 근거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1월 대전지방경찰청에서 일본 국보급 불상인 금동관음보살좌상 등 불상 두점을 훔쳐 우리나라로 들여온 뒤 몰래 내다 팔려 한 일당을 검거한 뒤 압수한 불상을 공개했다.연합뉴스

지난 2013년 1월 대전지방경찰청에서 일본 국보급 불상인 금동관음보살좌상 등 불상 두점을 훔쳐 우리나라로 들여온 뒤 몰래 내다 팔려 한 일당을 검거한 뒤 압수한 불상을 공개했다.연합뉴스

 
부석사와 신도들은 환영했지만, 국가를 대신해 소송을 맡은 검찰은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불상이 부석사 소유인지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속내는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한 조치였다.
 
관음보살좌상이 절도범들에 의해 국내로 들여온 사실이 알려지자 일본 정부는 다양한 외교채널을 통해 불상 반환을 요구했다. 1심 판결 직후에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당시 일본 관방장관이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극히 유감”이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현재 불상은 대전에 있는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관 중이다. 1심 판결 직후 검찰은 법원에 ‘금동관음보살좌상 가집행 인도 강제 집행 정지신청’을 냈다. 부석사에 돌려줄 경우 훼손 가능성이 있고 항소심이나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을 때 불상을 회수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법원은 검찰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 신청을 인용했다.
 
10개월 만에 재개된 항소심 공판에는 부석사 측 변호사와 정부 대리인인 검찰(대전고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불상과 결연문(신도의 불심을 담는 복장 기록물)의 진품 여부를 가리기 위해 전문가를 불러 법리적 쟁점을 정리할 방침이다. 불상의 시료를 채취, 정확한 제작연도도 확인키로 했다. 다음 공판은 6월 9일 같은 법정(대전고법 315호)에서 열린다.
 
일본 쓰시마 간논지(觀音寺)에 있던 금동관음보살좌상은 높이 50.5㎝, 무게 38.6㎏으로 14세기 초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73년 일본에서 문화재로 지정됐다. 부석사 측은 불상이 1300년대 말 왜구에게 약탈당한 뒤 1526년쯤 간논지에 봉안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5월 9일 충남 서산의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 제자리봉안위원회가 불상이 보관돼 있는 대전 유성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법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9일 충남 서산의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 제자리봉안위원회가 불상이 보관돼 있는 대전 유성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법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2012년 10월 김모(당시 68세)씨 등 문화재 절도단 4명은 쓰시마 간논지 등에 침입해 관음보살좌상과 동조여래입상 등 불상 두 점을 훔쳐 국내로 들여왔다. 이를 알게 된 일본 정부가 인터폴을 통해 공조를 요청했고 경찰이 김씨 일당을 검거했다. 경찰이 회수한 불상 두 점 중 동조여래입상은 2016년 7월 일본에 반환됐다.
 
부석사 전 주지인 원우 스님은 “일본 정부도 자신들의 소유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나 자료를 입증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관음보살좌상에 대한 보존처리가 되지 않아 훼손이 진행 중이라 조속한 판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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