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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딴짓, 중·고생 하품, 교사는 허둥…강의 질 따라 ‘교육 격차’ 벌어져

중앙선데이 2020.05.02 00:29 684호 4면 지면보기

초유의 온라인 개학 실험

대학들이 온라인으로 강의를 대체하자 학생들은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교 강의실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의 모습. [뉴스1]

대학들이 온라인으로 강의를 대체하자 학생들은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교 강의실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의 모습.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540만 초중고생의 온라인 개학 이후 학교에서는 다양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우려했던 접속 장애는 첫날인 지난달 9일과 2차 개학일인 13일을 제외하고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교사의 능력에 따라, 학생들의 환경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교육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온라인 교육이 대학 강좌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초중고 540만 명 온라인 등교
교사도 온라인·동영상 낯설어
“전화 받기 바빠 심야 녹화 일쑤”

고교생 “차라리 EBS 틀어줘요”
16년 전 강의 영상 트는 교수도
“정부, 원격수업 플랫폼 지원을”

# “로그인 안 돼” “과제 어떻게 올리나”
 
초등학교에서는 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모으는 게 일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저학년을 맡고 있는 한 교사는 하루 종일 전화를 붙잡고 산다. 그는 “우리 반 학생 23명 가운데 3분의 1은 오전 9시에 접속을 하지 않고, 중간 중간 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일일이 전화로 확인하고, 통화가 안될 경우 부모님에게 연락하다보면 수업시간이 다 지나가기 일쑤”라고 전했다. 게다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로그인이 안된다’, ‘과제를 어떻게 올리느냐’, ‘스마트폰으로는 접속이 안되느냐’는 등 다양한 질문을 한다. 이 교사는 “통화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수업은 밤 늦게 집에서 녹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학부모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있는 홍지연씨는 지난달 20일부터 사흘간 휴가를 냈다. 사이트에 접속해 수업을 받고 숙제를 하는 과정을 아이 혼자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홍씨는 “출근을 한 뒤에도 몇차례 아이가 수업을 빼먹었다는 전화를 받았고 확인해보니 졸고 있거나, 다른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며 “당분간 휴직을 해야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수업의 비중이 커지는 중학교부터는 교사에 따른 콘텐트 수준과 학생들간의 정보격차(디지털 디바이드) 문제가 불거진다. 경기도 한 중학교의 한 교사는 “학생중에는 집에 PC가 없어 스마트폰으로만 수업을 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며 “부모의 도움을 받으며 수업을 진행하는 학생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교사·부모와 학생들간에 디지털 기기 활용 수준도 차이가 크다.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동영상 편집까지 자유자재로 다루는 학생들이 보기에 화면에 띄워놓은 자료를 줄줄이 읽어 내려가는 강의는 너무 지루할 뿐이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박범규(50·서울 중랑구)씨는 “아들이 ‘차라리 EBS 강좌나 틀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안정적인 서버 확보 같은 기술적인 문제는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온라인에 맞는 수업 방식을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네이티브라 불리는 요즘 아이들이 집중할 수 이도록 수업 콘텐트를 만들지 못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지방대·교양강좌 강사들 설자리 걱정
 
대학에서는 온라인 강의에 대한 재학생들의 불만이 크다. “진짜 노력해서 아등바등 살면서 학교 수업 들으러 왔는데 교수님들은 유튜브 강의를 올려줬다”(이화여대), “수업시간에 16년전 녹화한 강의 영상을 틀어줬다”(고려대)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10~20분간 강의를 한 뒤 과제를 서너개씩 내주거나, 논문을 올려놓고 강의 시간 내내 요약해 제출하라는 경우도 있다. 실험과 실습이 필수인 예체능 계열과 공대, 간호대 등은 불만이 더 크다. 컴퓨터디자인 전공인 한 학생은 “값비싼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갖춰진 랩실이 폐쇄돼 실습을 해 보지도 못했다”면서 “가뜩이나 등록금도 비싼데 억울하다”고 말했다. 전국 26개 대학 총학생회 연대단체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2만1784명의 대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2%가 온라인의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고 답했다.
 
교수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수도권 공대의 한 교수는 “학원에서도 가장 잘 나간다는 ‘1타 강사’만 각광을 받는것처럼, 앞으로는 하버드나 MIT의 명강의를 보여주고 나는 조교 역할이나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지방 사립대학과 기초 교양강좌 강사들은 점차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 때문에 수많은 대학들이 문을 닫았던 것처럼 코로나19로 전세계 대학들이 비슷한 운명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훨씬 많은 학생들에게 원격 강의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온라인공개강좌 ‘무크’ 활성화 여지도
 
수준높은 온라인 교육의 가능성은 이미 열려있다. 언제 어디서나 대학 강좌를 들을 수 있는 대규모온라인공개강좌(MOOC)다. 대표적인 무크 사이트인 코세라의 경우 3900개 이상의 강좌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11개월이 걸리는 존스홉킨스대학의 데이터과학 특화 과정에는 28만명이 수강신청을 했으며, 한국어를 비롯한 10개 국어로 자막이 달린다.  
 
2만달러 안팎의 학비를 내고 일리노이대·미시간대 등에서 온라인 학사·석사 과정을 밟을 수도 있다. 애리조나주립대는 모든 교양 강좌를 에드엑스(EdX)로 대체했다. 에드엑스는 하버드와 MIT에서 만든 무크 사이트다. 국내에는 교육부 산하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2015년 시작한 K무크에 서울대·KAIST 등의 강좌 800여개가 개설돼 있다.  
 
김형률 숙명여대 교수(역사학)는 “무크의 본질은 교수가 최고의 자료를 추천해주는 큐레이팅과 학생끼리 논제를 올려 상호학습하는 디스커션”이라며 “K무크에는 강의만 있고 큐레이팅과 디스커션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온라인 교육의 성과가 생각보다 저조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MIT 연구진이 에드엑스 활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7~2018년 수료율은 3.13%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교육 실험으로 무크 활용의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서어서문학과)는 “지식을 배우는 수업을 온라인에 맡긴다면 교사들은 학생 개개인에 맞추는 맞춤형 수업, 정서 교육에 힘쓸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훌륭한 원격수업을 공모하고 공유할 플랫폼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우·김나윤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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