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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94% 차지한 양당···통합당, 총선 졌어도 보조금 더 챙긴다

중앙일보 2020.05.01 17:54
“20대 국회가 여러 소수정당이 진출한 다당제 국회였다면, 21대 국회는 여당 중심의 양당제 국회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면 여야 대립으로 입법 교착이나 대치 상황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5월 말 출범하는 21대 국회의 모습을 이렇게 예측했다. 입법조사처가 1일 발간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분석 및 향후 과제’라는 보고서에는 4·15 총선 분석과, 21대 국회 전망 등이 담겼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일인 지난달15일 이해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등(왼쪽)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오른쪽은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 등이 개표방송을 지켜보는 모습. [뉴스1]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일인 지난달15일 이해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등(왼쪽)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오른쪽은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 등이 개표방송을 지켜보는 모습. [뉴스1]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총선은 ▶높은 투표율 ▶여당의 3/5 의석 획득 ▶비례 위성정당의 출현 ▶정치 양극화 및 지역 분할구도 등장으로 요약된다. 입법조사처는 여당이 180석을 확보하고 거대 양당이 국회 대부분을 차지한 가운데 정치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거대 양당의 21대 국회 의석 점유율은 94.3%에 달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1988년 출범한 13대 국회(62.9%), 14대(80.6%), 15대(73.9%), 16대(91.6%), 17대(91.3%), 18대(78.3%), 19대(93.0%) 국회의 점유율을 웃돈다. 그나마 20대 국회에서 양당 점유율이 81.7% 수준으로 낮아지자 “향후 다당제 국회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왔지만, 21대 국회에선 오히려 양당 쏠림이 심해졌다.
 
입법조사처는 “20대 국회를 거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이념ㆍ정치적 갈등이 심화됐고, 선거제도 개혁을 둘러싸고 폭력적 대치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며 “이번에 양당(열린민주당 3석 포함)이 전체 의석의 95.3%를 차지하면서 대립 심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고 지적했다.

 
역대 원내 1·2당 의석점유율〈br〉〈br〉  [연합뉴스]

역대 원내 1·2당 의석점유율〈br〉〈br〉 [연합뉴스]

문제는 의석뿐만 아니라 돈과 인력까지 거대 양당에 몰린다는 점이다. 향후 4년 간 지급될 1700억원이 넘는 경상보조금, 선거 전 지급되는 선거보조금(경상보조금 1년 치, 약 440억원)을 대부분 양당이 차지하게 된다. 경상보조금은 전체 액수의 절반을 원내교섭단체에 떼어주고 난 뒤 다시 의석수 별로 남은 금액을 나누는 식으로 배분된다. 소수정당 중 5석을 넘긴 곳은 정의당 한곳뿐이라 양당이 가져갈 몫은 훨씬 커진다. 특히 총선 패배로 의석이 줄어든 통합당은 되레 20대 국회보다 주머니가 두둑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직·인력·돈 모든 측면에서 정당 간 부익부 빈인빅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며 “다원화되는 사회 각계의 요구를 대변할 정당이 두개로 한정되는 것은 국민과 양당 모두에게 좋지 않은 일”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거대 양당의 꼼수를 꼽았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꼼수 비례 정당이 없었다면 이런 결과까지는 안 나왔을 것”이라며 “양당의 꼼수가 계속되면 소수정당의 입지는 좁아지고 이념 갈등과 지역주의가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3지대 정당들의 무능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확실한 3당이었던 국민의당은 이합집산만 반복했고, 정의당 역시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며 “이들 정당도 국민의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3월 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선거법 중대흠결치유와 개정취지복원 관련 거대양당 결단촉구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3월 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선거법 중대흠결치유와 개정취지복원 관련 거대양당 결단촉구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결국 시민사회 등 외부의 감시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묵 교수는 “양당을 감시하고 압박하는 시민사회의 역할이 커졌다”며 “양당이 비례 정당 같은 꼼수를 지양하고, 향후 비례 의석수를 늘리는 등 모순 해결에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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