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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자동차 등 '효자'들이 무너졌다···"수출부진 이제 시작"

중앙일보 2020.05.01 16:12
코로나 발(發) 수출 절벽이 현실화했다. 지난달 수출은 약 11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요국 경제가 멈춰 서며 중국·미국·유럽 등 수출 전선은 일제히 무너졌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품목 수출액이 두 자릿수 하락을 면치 못했다. 당연시됐던 무역 흑자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99개월 만이다. 수출 부진이 길어지면 한국 경제의 마지막 보루로 통하는 경상수지 흑자마저 흔들릴 수 있다.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4월 수출이 급감했고 무역수지는 98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멈췄다.연합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4월 수출이 급감했고 무역수지는 98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멈췄다.연합

지난달 수출 24.3% 감소…선박은 -60.9% 급감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4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369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24.3% 줄었다. 2009년 5월(-29.4%)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한국 수출은 2월에 4.3% 반짝 증가했다가 3월에 0.2% 줄었고, 지난달에는 감소 폭이 크게 확대했다. 산업부는 “지난달 수출은 코로나19 본격화에 따른 글로벌 수요 급감, 조업일수 2일 부족 등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수출액이 2019년 연중 가장 많았던 데 따른 역(逆) 기저효과도 수출 급감 요인으로 꼽았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5대 수출 품목이 모두 두자릿수 하락을 했다. 한국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는 14.9% 줄었다. 다른 업종은 더 무너졌다. 선박(-60.9%), 석유제품(-56.8%), 자동차(-36.3%) 등의 수출이 급감했다. 20대 수출 품목 중 17개의 수출이 줄었다. 비대면 산업 증가 등으로 컴퓨터(99%), 바이오·헬스(29%) 품목의 수출은 늘었다. 하지만 두 산업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9%씩이어서 수출 급락 흐름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나승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전반적인 수요 감소로 주력 품목 수출이 악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미국, 유럽에서 코로나 19 확산이 심화하며 주요 지역 수출도 크게 줄었다. 대(對)미국 수출은 13.5%, 유럽연합(EU)은 12.8% 감소했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액도 17.9% 감소했다. 중국 내의 코로나19 감염은 잠잠해졌지만, 중국 경기 회복은 더딘 탓이다.
 

99개월 만에 무역수지 적자…장기화 우려

수출에 비해 수입은 덜 줄었다. 지난달 수입액은 378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3.9% 감소했다. 그러면서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9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12년 1월 이후 99개월 만에 첫 적자다. 정부는 무역수지 적자에 대해 “국내 제조업은 정상 가동 중이며, 주요국 대비 내수 여건도 상대적으로 양호함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일시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설명이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유 100% 수입국인 한국 경제에 그간 저유가는 수출보다 수입을 더 줄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나타난 무역 적자는 심상치 않은 신호라는 얘기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 하락으로 원유(53.3% 감소) 등 에너지 분야 수입이 크게 줄었고, 내수가 양호하다고 보기도 어려운데 무역수지 적자가 나타났다”며 “코로나 19 여파에 다른 수출부진 심화로 무역수지 적자가 구조화·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4월 경상수지도 적자 가능성 

무역수지가 적자를 내며 무역수지와 유사한 상품수지에 서비스·소득·경상이전수지를 더한 경상수지가 4월에 적자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4월 경상수지는 무역수지 흑자에도 외국인 배당 지급 여파 등으로 적자를 냈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수출 부진은 이제 시작”이라며 “향후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를 뒷받침한 경상수지 악화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경상수지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주목하는 지표 중 하나다. 정부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하다고 할 때 가장 먼저 내미는 수치이기도 하다. 
 

"3차 추경은 주력산업 지원에 집중…규제완화 병행해야" 

코로나19에 대한 경제 정책 대응 범위를 전방위적으로 넓혀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부는 지금까지 소비 위축으로 벼랑 끝에 몰린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 분야 지원에 집중해왔다. 항공·해운 등 일부 산업 지원을 위한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 외엔 주력 산업 경쟁력 약화를 방지하기 위한 뚜렷한 대책은 없었다.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은 주로 자영업자, 저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1,2차 추경과 방향성을 달리해야 한다”며 “한국 수출과 투자를 도맡고 있는 주력 산업에 대한 지원에 집중하고, 수출·투자를 가로막은 규제 완화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세 번째 추경안을 다음 달 초까지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차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비상 재정관리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구윤철 기획재정부 차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비상 재정관리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이와 관련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이날 비상재정관리점검회의에서 “4월부터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하락하는 등 경제 위기는 본격화될 우려가 있다”며 “2분기에도 국민의 생계와 일자리, 기업의 산업 경쟁력을 지켜내기 위한 ‘경제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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