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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도 줄줄이 마이너스 성장…'은발총재' ECB 라가르드, 구세주될까

중앙일보 2020.05.01 15:47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코로나19로 유로존이 붕괴 위기"라며 "EU의 유일한 구세주는 ECB뿐"이라는 칼럼을 실었다. AFP=연합뉴스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코로나19로 유로존이 붕괴 위기"라며 "EU의 유일한 구세주는 ECB뿐"이라는 칼럼을 실었다. AFP=연합뉴스

 
역성장이 뉴노멀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세계 각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뒷걸음질 치면서다. 중국(-6.8%), 미국(-4.8%)에 이어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속속 마이너스 수치를 발표하고 있다. 프랑스 통계청(INSEE)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1분기 GDP 성장률이 -5.8%라고 밝혔고, 스페인 통계청(INE)은 -5.2%라고 발표했다. EU의 맹주 격인 독일 역시 지난달 29일 올해 GDP 성장률이 -6.3%로 예상된다고 연방정부에서 공식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분기 유로존 전체의 성장률이 -3.8%라며 2008년 국제금융 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프랑스는 2분기 연속 GDP 성장률 하락을 기록하면서 기술적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음이 확인됐다. 통상적으로 2분기 연속 GDP 성장률이 하락하면 기술적 경기침체 진입으로 분류한다. 프랑스의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은 -0.1%였다. 이번 1분기 성장률 -5.8%는 프랑스 INSEE가 GDP 집계를 시작한 1949년 이래 최악의 분기별 성장률이다.  
 
유로의 운명은 어찌될까. 코로나19로 인해 EU회원국들도 역성장이 현실화한 가운데, 유로존 전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유로의 운명은 어찌될까. 코로나19로 인해 EU회원국들도 역성장이 현실화한 가운데, 유로존 전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페인은 지난해 4분기에는 수출 호조에 힘입어 0.4%의 GDP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올해 1분기엔 코로나19에 무릎을 꿇었다. 1분기 -5.2%라는 수치는 잠정 집계로, 스페인 INE에 따르면 -5.2%보다 더 큰 폭으로 역성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전국 봉쇄령으로 집계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이 완벽히 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스페인 중앙은행인 방코 데 에스파냐는 지난달 20일 보고서에서 올해 GDP는 최소 -6.6%, 최대 -13.6%로 역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바빠진 건 EU의 중앙은행 격인 유럽중앙은행(ECB)이다. ECB는 지난달 3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유동성 공급을 위한 양적완화(QE) 규모 및 정책금리를 결정했다. 금리 부분에선 기존 금리를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보수적 기조를 취했다. 기준금리는 현행 0%를 유지하고,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역시 각각 -0.50%와 0.25%로 유지한다.  
 
ECB 로고

ECB 로고

 
주목되는 건 코로나19 맞춤형 대출프로그램이다. ‘목표물 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 III)’이라는 이름이다. ECB는 이 대출의 금리를 오는 6월부터 내년 6월까지 유로 시스템의 재융자 평균 금리보다 50bp(basis point, 1bp=0.01%) 더 낮추기로 했다. 초(超) 저금리 기조다. ECB가 회의 후 낸 성명서 1번에 등장하는 것도 이 대출 프로그램이다. ECB가 EU 회원국의 시중은행에 공짜로 돈을 빌려주는 셈이다.  
 
TLTRO III의 목표는 각 회원국의 기업과 가계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엄청나게 낮은 대출 금리”라면서 “대출의 탈을 쓴 ECB발 지원금”라고 분석했다. WSJ는 “은행들이 최저 -1%의 금리로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지난 3월12일 화상 기자회견을 하는 뒤로 독일의 주가 추락 그래프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지난 3월12일 화상 기자회견을 하는 뒤로 독일의 주가 추락 그래프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ECB는 또 앞서 도입했던 팬데믹 긴급매입 프로그램(PEPP)의 규모(7500억 유로)는 증액하지 않고 그대로 뒀다. ECB는 성명서에서 “필요에 따라 PEPP의 규모를 확대하거나 구성을 조정할 준비는 돼있다”고 밝혔다. 좀 더 강력한 QE 정책을 원했던 시장엔 다소 실망스러운 조치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한 ECB가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ECB는 대신 새로운 팬데믹장기대출프로그램(PELTRO)을 도입했다. 기준금리보다 25bp(0.25%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대출을 해주는 것으로,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 대출이다. 다음달부터 시작되며 시차를 두고 담보 완화 수단 만기에 맞춰 2021년 7~9월에 끝난다. 코로나19 맞춤형 마이너스 금리 대출인 셈이다.  
 
독일 경제도 코로나19로 주춤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ECB 본부(가운데) 건물 앞의 공사현장. 인부도 없이 텅 비어있고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EPA=연합뉴스

독일 경제도 코로나19로 주춤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ECB 본부(가운데) 건물 앞의 공사현장. 인부도 없이 텅 비어있고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EPA=연합뉴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유례가 없는 규모와 속도로 경기가 하락하고 있다”며 2분기엔 충격이 더 클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전례가 없는 위기 상황”이라고도 언급했다.  
 
라가르드 총재의 어깨는 무겁다. EU의 구세주는 현재 ECB밖에 없는 상황인 데다, EU 내부의 분열도 고민이다. EU 회원국들 사이에선 이미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코로나본드 등 부채를 분담하는 데 있어서 이견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마틴 울프 수석 경제논설위원은 지난달 “유로존을 구할 수 있는 존재는 ECB뿐”이라며 “거의 무제한의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ECB가 유로존의 붕괴라는 재앙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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