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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화재]“시신 하나하나 확인해보고 싶어”… 애타는 실종자 가족

중앙일보 2020.05.01 15:30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이천시 모가체육관 앞. 의정부에서 왔다는 공사현장 노동자 5명이 수시로 체육관 입구에 붙어있는 사망자 명단을 확인했다. 건설현장에서 오가며 친해진 동료 6명을 조문하러 온 이들이었다. 한 남성은 "막내는 냉동창고 앞에서, 형님은 계단 근처에서 발견됐다고 들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달 30일 사망자 현황표를 보고 있는 사람들. 편광현 기자

지난달 30일 사망자 현황표를 보고 있는 사람들. 편광현 기자

 
이들이 잃은 동료 6명 중 4명은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대부분 화재가 처음 시작된 지하 2층에서 작업을 하던 이들이었다고 한다. 의정부에서 함께 일한 동생을 찾아왔다는 양모(51)씨는 "시신이 타지 않고 녹았다고 하더라"며 "경찰은 시신을 가족들에게도 보여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씨는 "빨리 시신을 좋은 곳으로 보내고 싶지만 유전자(DNA) 대조작업이 최소 이틀은 더 걸린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양씨와 함께 온 한 노동자는 "지하 2층에서 발견된 동료는 엄지손가락을 꼭 움켜쥐고 죽어있어 지문 채취로 신원이 금방 확인됐다"고 했다. 그는 "자기를 잃지 말고 꼭 찾아달라고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사 현장 경력이 30년이 넘는데, 내 주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마지막 5명 신원 확인할 때까지…텐트서 먹고 자는 유족들

1일 정오 기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은 총 5구다. 유족들은 경찰이 모든 시신의 신원을 확인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신원 확인 후 합동 장례식이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이천시 모가체육관에 설치된 재난 구호 쉘터. 뉴시스

이천시 모가체육관에 설치된 재난 구호 쉘터. 뉴시스

 
이번 사고로 막냇동생과 매제를 잃은 강정현(43)씨는 "아직 막냇동생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을 하나하나 모두 확인해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씨는 "DNA를 제공한 여동생이 시신을 보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돼 보여줄 수 없다'고 했다"며 "가족들이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이라 그저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한 유족은 "모두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데 경찰이나 시청이 현재 상황을 알려주지 않는다"며 "현황판에만 의존하고 있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신원 확인됐다고도 못 들었는데 "부검한다" 통보받아

한편 1일 오전 경찰은 훼손이 심한 시신 15구를 부검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원 원주병원으로 보냈다 항의를 받았다. 유족들에게 부검 결정을 뒤늦게 알린 것이 문제였다. 
 
시신을 찾지 못한 유족 중 한 명인 김모(43)씨는 1일 오전 8시쯤 경찰로부터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원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진행하니 참관 여부를 결정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김씨는 "신원이 확인된 것도, 부검하러 출발한 것도 듣지 못했다"며 "유족의 동의 없이 부검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했다. 또 다른 유족 역시 "가족의 동의도 없이 시신을 옮기는 게 말이 되느냐"며 "우리는 두번 죽이는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합동감식현장. 편광현 기자

지난달 30일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합동감식현장. 편광현 기자

 
경찰은 "혈액 채취가 불가능한 시신 15구의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변사사건이 발생했을 때 원인을 알기 위해 부검을 한다"며 "혈액 속 일산화탄소가 측정되면 질식사로 규명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에 대해 검사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화재 직후 사망한 이들의 지문을 통해 총 29명의 신원을 파악했다. 하지만 지문이 훼손된 9명의 시신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감식을 의뢰했다. 1일 오전 DNA 감식 결과로 4명의 시신이 가족을 찾았으나 아직 5명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천=편광현 기자 pyun.gwna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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