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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게 없는 'K리그 박사'...현영민 해설위원

중앙일보 2020.05.01 14:40
현영민 해설위원은 그 누구보다 K리그 개막을 기다렸다. 김상선 기자

현영민 해설위원은 그 누구보다 K리그 개막을 기다렸다. 김상선 기자

"디페딩 챔피언 전북 현대는 좌우측면에서 돌파력 있는 선수들이 빠졌다. 하지만 김보경, 쿠니모토 다카히로 등 다른 유형의 미드필더를 영입해 다른 팀 컬러를 보일 전망이다. 전북과 우승을 다툴 울산은 골키퍼 조현우를 시작으로 이청용, 원두재, 정승현, 고명진 등 주전급을 대거 영입하면서 작년에 놓쳤던 우승을 노리고 있다. 올 시즌 부산 아이파크와 광주FC가 승격했는데, 두 팀에 대한 기대도 큽니다. 올 시즌은 축소돼 그 어떤 시즌보다 더 치열한 순위 경쟁이 예상됩니다."
 

비시즌 홀로 전훈, 연습 찾아
한일월드컵 4강 경험 자양분
"일정 축소 경쟁 더 치열할 것"
유망주, 살림꾼도 관전포인트

현영민 JTBC 축구해설위원은 인사를 건네면서 올 시즌 전망을 내놨다. K리그1(1부 리그) 12개 구단의 강점과 약점을 술술 외듯 쏟아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무기한 연기됐던 프로축구 K리그는 어버이날인 8일 개막한다. 기존 38라운드에서 27경기로 축소 운영된다. 공식 개막전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북과 수원의 경기다. 현 위원은 이 경기를 시작으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열리는 K리그 경기를 해설할 예정이다. 현 위원은 최근 성남 야탑동 한 카페에서 만난 현 위원은 "이렇게 개막이 기다려진 적도 없었다"며 웃었다. 
 
현 위원은 비 시즌 K리그 최고 인기 스타였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프로축구연맹이 연습경기 금지령을 내리면서다. 경쟁팀의 전력이 베일에 가려지면서 각 팀 감독과 전력 분석관들은 현 위원을 찾았다. 지난 겨울부터 틈이 날 때마다 전지훈련지와 구단 훈련장을 찾은 현 위원에겐 각 팀의 전술, 신인 선수, 이적 선수 등 각종 데이터가 정리돼 있다. 
 
그는 올 초 태국서 인천 유나이티드, 성남FC 등 훈련을 찾아 관찰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까진 중계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경기와 직접 찾은 연습경기를 더 하면 30여 경기나 된다. 현 위원은 "직접 가서 보는 게 좋다. 도움도 된다. 쉬는 날 수도권에서 연습경기가 열리면, 조용히 가서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고 돌아왔다. 마스크를 쓰고 갔으니, 해당 구단에선 내가 다녀간 줄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각 팀 코칭스태프가 다 함께 현역 생활을 했던 분들이 많아, 농담반 진담반으로 경쟁팀 전력을 묻는다. 물론 얘기는 안 한다"고 덧붙였다. 
2002 한일월드컵 대표팀 당시 현영민(오른쪽). [일간스포츠]

2002 한일월드컵 대표팀 당시 현영민(오른쪽). [일간스포츠]

 
2002년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현영민은 2017년 전남 드래곤즈에서 은퇴할 때까지 16년간 측면 수비수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K리그 기록은 437경기 출전에 9골 55도움. 우승(2005년)도 한 차례 했다. 그는 한국 축구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한 2002 한일월드컵 4강 멤버다. 2006년에는 제니트로 이적하며 한국인 최초로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았다. 제니트에서 1년간 활약하면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의 전신인 UEFA컵에도 출전했다.
 
그는 풍부한 활동량과 탄탄한 체력을 바탕으로 과감한 돌파를 즐기고, 한때 팀의 전담 키커로 활약할 만큼 킥 능력까지 탁월했다. K리그에서 코너킥으로 골을 넣는 진기록을 세운 적도 있다. 그중 롱 스로인이 전매특허. 공을 정확하게 멀리 던지는 것으로 워낙 유명해 'K리그의 로리 델랍' '인간 투석기'로 불렸다. 
 
현 위원은 "선수 생활을 오래 한 덕분에 다양한 환경과 상황을 경험했다. 지금은 팀 경기력만 봐도 현재 그라운드 내 선수들의 상태와 심리 등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은퇴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것도 장점인 것 같아요. 제가 같이 뛰어 본 선수들이 많아서 경기 전 직접 컨디션을 체크하려고 그라운드에서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영민 위원은 해설 자료를 A4 용지에 손글씨로 빼곡히 적는다. 피주영 기자

현영민 위원은 해설 자료를 A4 용지에 손글씨로 빼곡히 적는다. 피주영 기자

달변가로 알려진 그는 날카로운 분석은 물론이고 선수들과 인연을 해설로 풀어 내는 편안한 해설로 축구팬들에게 호평받는다. 업데이트되는 자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매일 2~3시간 축구 공부에 할애한 덕분이다. 그가 한 번의 해설을 위해 들고 다니는 자료는 보통 A4 용지 100여 장이다. 대부분 볼펜으로 직접 꾹꾹 눌러쓴 자료다. 그는 "작은 습관까지 일일이 손으로 써서 기록해 두면 훨씬 머릿속에 잘 남는다"고 했다. 
 
그는 시즌이 축소된 만큼 만큼 더 공격적인 축구를 기대하고 있다. 현 위원은 "현역 땐 승패가 중요했다. 수비수 출신이라서 걸어잠그는 플레이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승부와 관계없이 득점이 많이 나오는 경기가 좋다. 득점이 많고 극적인 경기가 늘어나야 팬들이 즐거워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타 선수 만큼이나 유망주들이 조명을 받길 바란다. 현 위원은 "신인부터 베테랑이 될 때까지 뛰었다. 엔트리는18명이다. 그 과정에선 30~40명의 선수들이 교체든 연습상대로 뒤를 지원한다. 올해는 빛나는 선수 뒤에서 살림꾼 역할을 하는 어린 선수들의 이야기도 하고 싶다. 각 팀엔 알려지지 않은 살림꾼이 많다"고 강조했다.
성남=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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