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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가을 2차 대유행? '스텔스 감염자' 알려 항체조사 시동

중앙일보 2020.05.01 14:39
 근로자의날인 1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의심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내원객들을 돌보고 있다. [뉴스1]

근로자의날인 1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의심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내원객들을 돌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지역 사회에서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72일 만이다. 새롭게 확진 판정을 받은 4명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사례였다. 코로나19 감염이 ‘진정세’에서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조심스런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세가 가라앉으며 방역당국은 ‘인구면역도 조사’에 시동을 걸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달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전체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표본을 선정하는 방법의 하나로 국민건강영양조사와 함께 ‘감염병 특별관리지역’(대구ㆍ경북)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코로나19) 항체 검사를 시행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항체 보유자, 확진자의 25~85배로 추산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이 확진자 발생 100일째인 지난달 28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본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이 확진자 발생 100일째인 지난달 28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본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에 대한 유효한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항체 검사를 통해 지역사회 감염 상황과 면역력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수단이 인구면역도 조사다. 특히 올 가을ㆍ겨울 도래할 가능성이 있는 ‘2차 팬데믹(대유행)’의 발생에 대비해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기 위한 필수 과정인 셈이다.  
 
 코로나19에 걸린 모든 사람에게 항체가 생기지 않을 수 있다. 홍역의 경우 감염이나 백신 접종에 따른 항체형성률은 94~95% 수준이다. 최소한 항체가 있다는 것은 코로나19에 이미 감염됐거나, 회복돼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만큼 인구면역도 조사로 코로나19 확산의 뇌관이 될 수 있는 무증상 감염자, 이른바 ‘스텔스 감염’ 규모도 파악할 수 있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의대 교수)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무증상 감염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려면 인구면역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카운티와 샌타클래라 카운티 등에서 실시된 항체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항체가 있는 사람(코로나19에 걸렸다고 추정되는 사람)이 실제 확진자수의 25~80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확진자 수보다 50~85배나 많은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나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전 인구 3~14% 정도 감염됐을 수도, '집단 면역'까진 역부족

지난달 6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브리핑을 위해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6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브리핑을 위해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현재까지 각국에서 진행된 항체 형성 검사 결과를 살펴보면 코로나19 실제 확진자보다 감염된 사람의 숫자가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확인된 전 인구 대비 항체형성률은 대유행을 막을 수 있을 만큼 높지 않은 수준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달 27일 “현재 다수 국가에서 항체 관련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적게는 (인구 집단의) 3%에서 많게는 14%의 항체 양성률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 인구 중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의 비율이 이 정도로 추정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 스탠퍼드대가 최근 공개한 ‘심사 전 논문(pre print)’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검사 결과 항체형성자는 표본 집단의 2~4%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로 환산하면 4월초 확진자(956명)의 50~85배인 4만8000~8만1000명이 같은 기간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대구에서 발생한 확진자수(1일 기준 6852명)가 전체 인구의 0.3% 정도에 불과하다"며 "샌타클래라의 수치를 준용해서 실제 감염자수가 50배 정도만 된다고 해도 (대구) 전체 인구의 15% 정도가 코로나19의 항체를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샌타클래라 카운티의 인구는 약 194만명이고, 국내에서 대규모 확진자 나온 대구는 약 243만명 수준이다. 
 
 마리아 반 케르크호브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기술팀장도 지난달 20일 언론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사람과 항체를 가진 사람도 기대보다 훨씬 적었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미지. [AP=뉴시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미지. [AP=뉴시스]

 
 방역당국이나 보건 전문가의 예상보다 낮은 항체형성률은 코로나19 대유행을 막기 위한 ‘집단 면역’이 작동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일상 생활로의 복귀를 위해 칠레 등에서 주장하는 ‘면역 여권’도 여의치 않은 시나리오란 이야기다.
 
 코로나19의 감염력을 보여주는 기초감염재생산지수(R0)를 따져보면 이런 우려가 납득이 된다. R0는 환자 1명이 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평균 인원을 의미한다. 1이 넘으면 유행이 전파될 수 있고, 1보다 낮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유행이 사그라든다는 의미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대구ㆍ경북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했던 때 R0는 5.6 정도였지만 코로나19 국내 확산세가 잦아든 최근에는 1 이하로 떨어졌다.  
 
 WHO가 추정하는 코로나19의 R0는 2.5다. 환자 1명이 2.5명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집단 면역이 생기려면 전체 인구의 60%가 감염돼야 한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중국 우한(武漢)의 사례를 바탕으로 추정한 코로나19의 R0는 5.7이다. 전체 인구의 82%가 감염돼야 집단 면역이 가능하다. 전 인구의 3~14% 수준의 항체형성률로는 2차 대유행을 막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항체 검사로 무증상 감염자 파악, 치명률 크게 떨어질 듯

오명돈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완치자 바이러스 재검출 또는 재양성자 발생,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완치자 바이러스 재검출 또는 재양성자 발생,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럼에도 각국이 항체 검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코로나19 감염자의 실제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 적절한 대응 전략을 짜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실제보다 감염자 수가 많은 것으로 확인되면 치명률(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를 확진자로 나눈 것)은 뚝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앞서 언급된 조사에서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항체 검사법으로 추산한 코로나19의 치명률은 0.1~0.2% 수준이었다. 1일 현재 한국의 코로나19 치명률은 2.30%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은 “다음 유행이 왔을 때 치명률이 2%인 전염병과 0.05%인 전염병에 대한 대응 방식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각종 억제 정책과 그에 따른 사회ㆍ경제적 영향을 다시 논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의료진과 병실 운영 방침 등도 달라질 수 있다.
 
 이런 필요성에도 항체검사를 통한 ‘인구면역도 조사’까지 갈 길은 멀다. 가장 큰 문제는 ‘믿을 만한 검사법’을 찾는 것이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은 “마음만 급해 믿을 수 없는 검사를 하면 혼란만 생길 수 있다”며 “신뢰할만한 키트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도 “항체 검사를 할 시약의 정확도와 민감도, 특이도를 포함해 합리적인 결과가 나올 시약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사 시약 선정, 항체 연구 등 갈 길 멀어

 아직 초기 수준인 코로나19 관련 항체 연구도 과제다. 질병관리본부가 코로나19 회복기 확진자 2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들 모두에게 중화항체(바이러스의 침입을 무력화하는 항체)가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들 중 PCR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경우(12명)도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항체를 가진 사람이 많더라도 이들에게 형성된 모든 항체가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중화항체인지도 불분명하다. 생존 기간도 알려지지 않았다. 방지환 중앙감염병원운영센터장은 “코로나19환자 대부분이 면역이 생겨 퇴원하는 건 맞지만, 면역이 강력하고 오래되서 한번 걸리면 평생 안 걸릴 지 아니면 오래가지 않아 1년 뒤 다시 걸릴 지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질본과 중앙임상위는 “중화항체의 경우 메르스는 1년, 사스는 3년 정도 지속된다”고 밝혔다. 독감은 6개월만 지나도 중화항체가 절반 이상 줄어든다. 김우주 교수는 “감염된 환자 중 중화항체가 얼마나 생기고, 또한 어느 정도의 방어력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하며 예방효과를 내느냐가 향후 방역 전략 등을 짜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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