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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범죄 대상된 아동·청소년, 강제성 입증 않아도 '피해자'된다

중앙일보 2020.05.01 13:46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25)이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25)이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앞으로 성매매 범죄의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은 성매매 과정에서의 강제성을 입증하지 않아도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N번방 처벌 강화 일환 아동·청소년법 개정

지난달 29일 ‘대상 아동·청소년’을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통합하는 내용의 아동·청소년 보호법(아청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다.
 
기존 아청법은 성매매의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이 강제적으로 성매매에 응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성(性)을 사는 행위의 '대상 아동·청소년'으로 분류했다. 현행법에서는 이러한 대상 아동·청소년을 처벌하지는 않지만,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은 가능했다. 그래서 아동·청소년이 보호 처분이 두려워 피해 사실을 숨기거나 성범죄자나 알선자가 이를 협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이번에 아청법이 개정된 계기는 N번방 사건이었다. 그간 아청법 개정에 미온적이던 법무부가 N번방 사건 이후 입장을 바꾸며 법 개정이 이뤄진 것이다. 
 
또한 이번 법 개정에는 성범죄자들에 대한 신상공개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반영됐다. 법이 바뀌면 기존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자에 국한되는 신상등록정보의 공개·고지 대상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자로 확대된다. 
 
불법 성적 촬영물을 소지·구매·저장한 사람은 물론 시청한 사람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도 새로 생겼다. 현행법은 배포·판매하는 경우만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다. 
어린이보호단체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이같은 내용의 법 개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제, 성매매의 대상이 된 피해 아동·청소년이 ‘성매매에 자발적으로 응했냐’, ‘얼마나 저항했냐’는 질문을 받으며 2차 가해를 받지 않아도 되고, 성매매의 강제성을 입증하지 못해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처분을 받을 일도 없어졌다”며 “인권 중심의 길을 선택한 정부와 국회에 지지를 표한다”고 했다.  
 
이어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강화뿐 아니라 피해 아동·청소년에게도 눈을 돌리고 귀를 기울였다는 점은 국민이, 정부가, 국회가 아동 인권 보호에 소홀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덧붙였다.
 
재단은 지난 2011년 4월부터 아동 성폭력예방 캠페인 ‘나영이의 부탁’을 통해 아동성범죄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을 펼쳐왔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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