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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화재] 동료에 "불났다" 알리려다···입구 막혀 참변 당했다

중앙일보 2020.05.01 13:46
1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뉴스1

1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뉴스1

38명의 희생자를 낸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참사로 사망한 이모씨는 사고 당시 빠져나가기 쉬운 출입구 근처에서 설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씨는 불이 난 사실을 알고 바로 탈출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동료들에게 불이 난 사실을 알렸다.
 

나가지 않고 "불이야" 알려

1일 이씨와 같이 근무한 작업자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지하에서 불이 난 사실을 주변 작업자 중 가장 빠르게 인지했다. 그는 “불이야”라고 계속해서 소리치며 건물의 안쪽으로 달렸다. 작업에 집중하고 있던 동료들에게 화재 사실을 알리고 그들이 나갈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다.  
 
이후 이씨는 화재 현장에서 탈출하려고 했으나 불길이 순식간에 번지면서 그가 일하던 쪽의 출구가 막혔다고 한다. 불길에 통로가 막히자 그는 다른 출구를 찾았다. 창고 안은 이미 연기로 뒤덮인 상황이었고, 그는 끝내 사망했다. 당시 이씨는 바깥에 있던 동료에게 전화해 “출구가 막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 통화였다.
이천 냉동·냉장 물류창고 공사현장.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천 냉동·냉장 물류창고 공사현장.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문 불타…신원확인 지연

이씨의 유족들은 참사 당일부터 화재 현장 인근 모가실내체육관에서 이씨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렸다. 화재로 지문까지 손상돼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유전자 검사를 진행한 대상에 이씨가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소방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내부 우레탄 작업으로 공기 중에 가득 찬 유증기가 발화하면서 물류창고 내부가 순식간에 불길로 휩싸였다. 지하 2층에서 시작한 불이 상층부까지 빠르게 퍼지면서 현장에 있던 78명 근로자 중 절반가량이 빠져나가지 못했다. 생존자 대부분이 출입구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라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이천=정진호·이가람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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