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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실은 ‘중앙일보 레니얼 험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의 20대 기자들이도있는 착 취재를 하는 공간입니다.

“경찰서는 처음이라 무서웠죠. 신고하러 갔는데 경찰이 책상에 삐딱하게 누워 앉아서 물어보더라고요. '지금 우리 과에 사건이 몇 갠데 이걸 다 들어주고 있겠냐'고 하고…'인생 경험'으로 생각하고 무시하고 살라고요.”  

 

<제31회> 악플, 법으로 대응하다

악플러들을 고소하러 경찰서에 갔던 대학생 A씨의 경험담입니다. 그는 2018년 학교에서 벌어진 논쟁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온갖 악플의 대상이 됐습니다. 욕설뿐 아니라 살해 위협이 담긴 댓글까지 나왔죠. 정신적인 고통으로 전문의의 상담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고민 끝에 경찰서에 찾아간 그 날, A씨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죽여버린다’는 댓글이 있다고 진짜로 죽이러 오겠냐”, “집에서 악플이나 다는 애들이니 신경 쓰지 말아라”는 담당 경찰관의 냉소적인 반응 때문이죠.
피해자의 영혼을 파괴하는 악플은 유명 연예인만 노리는 게 아닙니다. 유튜브·블로그·SNS의 사용이 늘면서 일반인도 악플러의 공격 대상이 되는 일이 잦아졌죠.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 8880건이던 사이버 명예훼손죄·모욕죄에 관한 고소가 2018년 1만 5926건으로 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악플은 가급적 신속하게 대응해야 확산을 막고 피해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법률에 그리 밝지 않은 일반인이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죠. 
 
밀실 제31회는 악플에 법적으로 대응했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기사에 달린 악플에 법적 대응을 진행 중인 기자들의 경험도 담았습니다. 참고로 기자들은 지난해 말 악플러들을 고소했고 경찰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 12월 12일 경찰서에 제출한 밀실팀 기자의 고소장이다. 고소장 접수 후 악플러가 특정되기까지 약 5개월이 걸렸다.

지난 12월 12일 경찰서에 제출한 밀실팀 기자의 고소장이다. 고소장 접수 후 악플러가 특정되기까지 약 5개월이 걸렸다.

악플러 처벌의 '첫 단추'는 피해 사실을 담은 고소장을 작성하는 거예요. 사이버 모욕죄 등은 피해자의 신고가 필요한 '친고죄'인데, 그래서 피해자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해야 하죠. 
 
고소가 접수되면 경찰은 악플이 달렸던 온라인 서비스의 사업자에게 관련 정보를 요청합니다. 악플러 정보가 확보되면 악플러가 거주하는 관할 경찰서로 사건이 넘어가죠. 경찰관은 악플러의 진술을 청취하고 피해자와의 합의 의사 등을 묻는데요.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경찰은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됩니다.
 
피해자로선 상당히 길게 느껴지는 시간입니다. 악플러를 고소해 반성문과 합의금을 조건으로 합의한 블로거 B씨의 경우 고소에서 합의까지 8개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왜 수치심 느꼈는지 설명하라" 꼭 그래야 할까?

밀실팀 기자가 받은 악플을 재구성했다. 백경민

밀실팀 기자가 받은 악플을 재구성했다. 백경민

위의 이미지는 실제로 밀실팀 기자들의 기사에 달렸던 악플입니다. 표현이 너무 천박해 차마 소개하지 못한 댓글이 훨씬 많죠. 
 
고소장엔 이처럼 악플을 담아야 합니다. 기자의 경우 모두 고소하기엔 양이 워낙 많아 '○○에서 물 나오는 상상하니 ○○가 선다' 같은 심한 댓글 중심으로 추렸는데요.
 
피해자에겐 이런 과정도 쉽지 않습니다. 악플을 다시 한번 읽으니까요. 지난 3월 악플러를 고소한 C씨도 “당시엔 인터넷 은어를 활용한 악플이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고소하려 인터넷에 이런 말을 검색했다가 다시 충격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피해자들은 "별일 아닌데 과민하다'는 식으로 대하는 몇몇 경찰관의 태도를 꼬집었습니다. B씨는 "진술서를 작성할 때 누가 봐도 명백한 성희롱 댓글인데 경찰관은 '왜, 어떻게 수치심을 느꼈는지'를 다시 설명하라고 했다. 다시 상처받는 기분이었다"고 하더군요.
 

미친X는 되고, 성희롱은 안된다?

뉴시스

뉴시스

온라인상의 악플은 사이버 모욕죄(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나 사이버 명예훼손죄(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로 주로 처벌합니다. 그런데 사이버 모욕죄,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 요건이 예상외로 까다롭습니다.
 
고소를 진행하면서 피해자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처벌 기준 등이 모호하다는 겁니다. 기자들이 받은 악플 중 “○○에서 물 나오는 상상하니 XX가 선다”게 있는데요.
 
처벌 가능한지에 대해 담당 경찰관과 변호사의 생각이 엇갈리더군요. 경찰관은 "모욕죄로 보긴 어렵다"며 2015년 대법원 판례를 소개했어요. 당시 법원은 "어떠한 표현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설령 그 표현이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경찰관은 이를 두고 "저속한 표현이라고 모두 처벌한 건 아니다"고 했어요. "성희롱성 댓글이 더 기분 나쁜 건 맞지만, 모욕죄 판례들을 보면 해당이 안 된다”" 내 경험상 ‘주절먹’('주면 절하고 먹는다'의 줄임말)도 고소가 안 됐다"고 하고요. 
  
그런데 기자들이 자문한 변호사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악플 사건 등을 자주 다룬 김태연 변호사(태연법률사무소)는 “성희롱은 성적 목적이 아니라 해도 글을 본 사람이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면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는데요. 
 
아울러 성희롱적인 악플은 “모욕죄뿐 아니라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도 말합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성희롱성 악플은 오히려 성적인 모욕을 하였다는 점이 판사가 악플러를 양형할 때 가중 처벌할 수도 있다고 해요.
 

비공개 댓글이면 고소가 안 된다?

블로거 B씨에게 실제로 달린 악플 사례를 재가공한 사진. 비공개댓글로 악플을 단 이 악플러는 미성년자다.

블로거 B씨에게 실제로 달린 악플 사례를 재가공한 사진. 비공개댓글로 악플을 단 이 악플러는 미성년자다.

B씨의 사례를 살펴볼까요. B씨는 블로그에 비공개로 악성 댓글을 지속해서 쓰는 악플러를 고소했습니다. 그런데 그 악플러는 나름 '법률 지식'이 있었는지 "'공연성'이 입증 안 되니 악플이 아니다”고 오히려 B씨를 조롱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게 했으니 사이버 모욕죄의 구성 요건 중 하나인 '공연성'에 해당하지 않다는 주장이죠.
 
하지만 결국 이 악플러는 B씨에게 합의금과 반성문을 내면서 고소 취하를 애원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반복적으로 비공개 악플을 다는 경우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게시글을 본인만 보지 않고 다른 사람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거나 전파 가능성이 있으면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빨리 고소해야 악플도 피해도 줄어든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악플의 확산을 막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대응과 함께 악플의 규제 기준, 처벌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김 변호사는 “처벌 기준이 모호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셈이다. 변호사들도 혼란스러운 경우가 있다”고 말했는데요. 상세하고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죠.  
 
최용문 변호사(법무법인 예율)는 “법원이 공개하는 관련 판례는 전체 판결 중 일부에 그쳐 아쉽다. 애매한 가이드라인보다 더 많은 판례를 공개하는 게 판단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악플러를 고소하는 게 쉽지 않아 피해를 겪고도 고소를 망설이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늦게 고소할수록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족, 지인에게까지 악플이 확대되는 경우가 많아 가급적 빨리 대응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실제로 피해자가 '고소하겠다'라는 이야기만 해도 악플을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B씨는 "악플러들은 고소당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더 쓰는 경향이 있더라. 그래서 악플 고소과정을 그대로 블로그에 공개했더니 악플이 1/100 정도로 줄었다"고 전했습니다.
 
※ '악플러에 맞선 피해자들의 경험담' 2편은 5월 중 게재합니다. 

 
최연수·김지아·박건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영상=백경민·이지수·정유진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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