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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에 내몰린 中노동자…'대량실업' 공산당 기반 흔든다

중앙일보 2020.05.01 05:00
지난달 29일 중국 허베이성 한단시의 한 유모차 조립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중국 허베이성 한단시의 한 유모차 조립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달 말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가방과 캐리어를 든 수백명의 중국인이 버스 정류장 옆에 모였다. 이들 옆에는 재봉틀과 에어컨, 주방용품, 심지어 냉장고도 있었다. 마치 피난민 같았다.
 

코로나 이후 돌아와도 일자리 없어
300만 이주 노동자 대량 실업 직면
신규 구직자 900만명도 자리 난감
일부 전문가 "실업자 수 2억5000만"
SCMP "中 공산당 사회적 도전 직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들은 광저우에 일터가 있던 다른 지역 출신 이주노동자다. 얼마 전 일자리를 잃었다. 세를 내지 못해 살던 집에서 나왔다. 이들 옆에 있던 것들은 세간 집기와 작업 도구였다.
지난달 말 중국 광저우시의 한 버스정류장의 모습. 다른 성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이 실직한 뒤 집안 살림과 작업도구 등을 들고 광저우를 떠나기 위해 줄을 섰다. [SCMP 캡처]

지난달 말 중국 광저우시의 한 버스정류장의 모습. 다른 성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이 실직한 뒤 집안 살림과 작업도구 등을 들고 광저우를 떠나기 위해 줄을 섰다. [SCMP 캡처]

이주 노동자들은 이 짐을 들고 광저우를 떠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SCMP는 “노동자 중에는 불과 몇 주 전에 코로나19 관련 이동 제한이 풀려 광저우로 돌아온 사람도 있다”며 “일자리를 찾아 또다시 광저우를 떠나는 처지가 됐다”고 전했다.

중국의 코로나19는 진정됐다. 그러나 경제는 진정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중국 상하이의 한 전자부품 공장 앞에서 20살 청년 양시우장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짐을 두고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중국 상하이의 한 전자부품 공장 앞에서 20살 청년 양시우장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짐을 두고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람은 돌아다닐 수 있게 됐지만, 돈이 예전만큼 돌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가 3달 넘게 멈춘 여파는 노동자 계층에 가장 큰 피해를 가져다줬다. 1일부터 시작된 노동절 연휴에도 이들은 거리에 내몰리고 있다. 5월이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일 수밖에 없다.
 
SCMP의 보도가 이 실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일거리를 찾아 광저우를 비롯한 산업 생산 중심지에 정착했던 중국의 이주 노동자들은 지난 1월 춘제(春節) 연휴에 고향으로 돌아간 뒤 다시 일터로 복귀하지 못했다. 공장이 문을 닫았을 뿐 아니라, 정부의 강력한 봉쇄령으로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지난달 28일 중국 상하이의 한 회사 앞에서 노동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관련 서류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AFP=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중국 상하이의 한 회사 앞에서 노동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관련 서류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AFP=연합뉴스]

3달 만에 문제가 해결돼 일터로 왔지만, 회사가 사라졌다. 부도를 맞거나 살아남아도 일자리를 줄였다. SCMP는 “중국의 경제성장 엔진이었던 스타트업 기업엔 그동안 이주 노동자가 몰렸다”며 “하지만 코로나19로 수출과 내수가 모두 망가지자 이들 기업의 수명이 금방 다했다”고 전했다.
 
수입이 없으니 집에 머무르지도 못한다. 월세를 못 내서다. 20대 후반의 재봉공 황지앙은 고향 후베이성에서 4월 초에 광저우로 돌아왔지만 일주일 만에 떠나야 했다. 황씨는 SCMP에 “일거리가 많지 않아 하루에 200위안(약 3만 4000원)을 벌까 말까인데 보증금과 월세를 생각하니 감당이 안 됐다”며 “손실을 줄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중국 베이징의 한 방역복 제조 공장에서 제봉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중국 베이징의 한 방역복 제조 공장에서 제봉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황씨가 일했던 광저우 종다 섬유도매시장엔 약 2만 명의 상인과 14만 명의 재봉 노동자들이 일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의류 수요가 줄어들면서 업체들이 많이 문을 닫았다. SCMP는 황씨와 같이 실업으로 내몰린 중국 내 이주 노동자의 규모가 약 300만 명이라고 추정한다.

일하던 이도 그만둘 판이니 취업 시장은 더 암울하다.

지난 3월 중국 충칭시에서 여성들이 버스 안에서 구직 관련 안내 홍보물을 살펴 보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지난 3월 중국 충칭시에서 여성들이 버스 안에서 구직 관련 안내 홍보물을 살펴 보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달 27일 ‘중국의 고용시장은 사회 불안에 직면해 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졸자들의 취업난을 조명했다.
 
환구시보에 따르면 중국에서 취업 시장에 나오는 올해 신규 대졸자는 874만 명이다. 2015년 749만 명보다 126만 명 늘었다. 30만 명가량으로 추산되는 해외 유학생 졸업자와 전년도 미취업자까지 포함하면 900만 명이 넘는다. 하지만 장기간 경기 침체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최악의 취업난이 우려된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중국고용연구소에 따르면 올 1분기 신규 졸업자의 취업 가능 일자리는 16.77% 감소했지만 지원자는 69.82% 증가했다. 톈진대 금융경제학과 충이 교수는 “졸업생의 고용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결국 대량 실업이 중국 당국의 당면 과제일 수밖에 없다. 리커창 총리는 최근 국무원 회의에서 “일자리가 없다는 것은 소득도 없고 부의 창출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라면서 “대량 해고를 막기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의 바람대로 될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중국 공식 통계상의 도시 실업률은 5.9%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달 29일 중국 허베이성 한단시의 유모차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중국 허베이성 한단시의 유모차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SCMP는 “현재 중국 실업자는 수천만 명에 이른다고 추정된다”며 “전문가 중에는 2억 5000만 명까지로 보는 이도 있다”고 전했다. 국제 정치·경제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올해 중국에선 적어도 2200만 명의 도시 근로자가 추가로 일자리를 잃으면서 실업률이 10%대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약 2억 5000만 명은 10~50%까지 임금이 삭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용절벽, 中 공산당 집권 흔들 폭탄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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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중국 젊은이들은 공산당이 일자리와 계층 상승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한 기꺼이 정치적 자유를 포기하는 데 동의한다”는 입장이었다”며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이런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SCMP도 "약 300만명의 이주 노동자 실업 문제는 중국 정부의 리더십을 위협할 정도의 두통거리가 되어가고 있다”며 “만일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중국 공산당은 사회적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이나랩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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