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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준의 직격인터뷰] “김정은 유고 땐 한·미동맹으로 국제전 비화 막아야”

중앙일보 2020.05.01 00:34 종합 22면 지면보기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

예영준 논설위원

예영준 논설위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은둔이 장기화되고 있다. 건강 문제든 아니든 김 위원장에게 만 3주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정도의 사정이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와 함께 북한 유사시 또는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 태세를 점검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을 지낸 김용현 예비역 중장을 지난달 29일 만나 김정은 유사시의 시나리오와 대응책에 대해 들어보았다.
 

북한 위기 모면용 대남 도발 가능성
응징 태세 갖춰 엄두 못 내게 해야
핵무기 통제 위한 국제공조 필요
중국군 진입은 미국과 맞서는 모험

김정은의 건강이상설, 심지어 사망설까지 유포되고 있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까지는 모두 설(說)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중국이 어느 정도 알고 있으리라는 것도 설일 뿐이다. 2011년 김정일이 죽었을 때 중국도 몰랐다. 다만 과거의 사례에 비춰 뭔가 추론은 해 볼 수 있다. 1986년 김일성이 피격당해서 사망했다는 보도가 일본 언론을 통해 나왔다. 더구나 북한의 전방 부대에서 조기를 게양했다. 그러다 4일 만에 북한 매체에 김일성이 공개활동하는 보도가 나오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1994년 김일성이 죽었을 때는 이틀 만에 발표했고 김정일 사망도 사흘 만에 발표했다. 따라서 이번에 김정은이 사망한 건 아니다 하더라도 최소한 건강에 이상이 온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물론 이것도 설이지만….”
 
정부는 김정은 신변에 이상이 없다고 자신하는 듯하다. 우리 정부의 정보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나는 군 출신이라 국정원 등의 정보 능력에 대해 이야기할 입장은 아니다. 군이 하는 건 북한의 국지 도발이나 전면전 침략 징후 분석이다. 100여 가지 요소로 도발 징후를 분석하는 툴(tool)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김정은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 없다 평가하긴 어렵다.”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지난달 29일 인터뷰에서 ’김정은 유고 등 급변사태가 국지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굳건한 한ㆍ미 동맹을 바탕으로 북한 급변 사태가 국제전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진영 기자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지난달 29일 인터뷰에서 ’김정은 유고 등 급변사태가 국지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굳건한 한ㆍ미 동맹을 바탕으로 북한 급변 사태가 국제전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진영 기자

김정은 유고 상황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북한의 권력은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나.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다. 첫째, 70년 이상 북한을 이끌면서 최고의 정통성을 지닌 백두혈통이 권력을 승계하는 시나리오다. 지금으로서는 김여정이 최고 권력자에 가장 근접해 있고 실권을 갖고 있다. 그런데 한가지 변수가 있다. 여성을 비하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북한은 봉건사상, 가부장적 전통이 강한 사회여서 북한의 엘리트 계층이나 주민들이 여성 지도자의 출현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의 문제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다음은 김정은의 숙부인 김평일이다. 김정일과는 (곁가지 취급받는) 이복형제인 데다 정치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임에도 거명되는 것은 중국이 그를 내세워 친중 정권을 만들 가능성 때문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김여정과 북한의 세습 엘리트들이 연합해 집단지도체제로 공동정권을 세우는 것이다. 김일성 혁명동지들의 자제 등 북한에 세습 엘리트가 200여명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최용해다. 세 번째는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이 심화되면서 군부 쿠데타나 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대량 탈북 사태라든지 무정부 상태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걸 급변사태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실제 급변사태로 이어지면 한반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경우 상정해 볼 수 있는 위협이 세 가지 있다. 첫 번째는 국지 도발 위협이다. 북한은 내부 위기가 발생하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남 도발을 일으키고 군사적 긴장을 조성했다. 수도권 일대에 포격을 하거나 대량 인명 살상을 동반한 테러를 하거나, 미사일을 우리 영토나 영해에 쏴 긴장을 조성하면서 내부적인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두 번째로 핵, 생화학 등 대량 살상 무기에 의한 위협이 있을 수 있다. 불안정 상황이 장기화되고 무정부 상태로 넘어가 핵, 생화학 무기에 대한 통제력이 상실된다. 북한이 보유한 생화학 무기가 소량 대한민국으로 들어와도 코로나19와는 비교가 안 되는 피해를 낼 수 있다. 핵무기는 말할 것도 없다. 세 번째는 우리가 원치 않는 전쟁에 연루되는 경우다. 국지 도발에 대한 응징과 역대응이 에스컬레이트되어서 전면전, 나아가 국제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유사 상황이 도발로 이어지는 걸 막으려면 어떻게 하나.
“우선 북한이 감히 도발할 엄두를 못 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은 손익 계산이 굉장히 철저한 집단이다. 그들의 교범에 ‘여우처럼 교활해야 싸워 이길 수 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도발해서 얻는 이익보다 잃을 손실이 더 크거나 치명적이라면 절대로 도발하지 않는다. B1B 폭격기나 항모전단 등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돼 있는 동안에는 북한이 꼼짝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한·미동맹은 이런 대비 태세를 갖추는 데 가장 기본적 조건이고 핵심축이다.”
 
급변사태에 대비해 작전계획 5029가 세워져 있는 것으로 안다.
“북한이 무정부 상태에 빠져 주민들이 굶주림에 빠지고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엄청난 고통을 받는다거나, 대량살상무기 통제력이 상실되면 군사적으로 개입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그에 대한 계획이 5029인데 내용은 기밀이므로 말해 줄 수 없다.”
 
북한 곳곳에 산재해 있을 것으로 보이는 핵무기가 가장 큰 문제다.
“두 가지 경우가 있다. 김여정이든 집단지도체제든 권력 승계로 가면 무력적, 강압적인 방법으로 북한 핵무기를 폐기 할 수는 없게 된다. 협상을 통해 엿과 채찍을 병행하며 정상국가로 나오도록 지원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해야 할 것이다. 권력승계가 순탄치 않아 무정부 상태에 빠져 북한 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 되면 외부로 유출돼 국제 테러 집단에 들어갈 위험성도 있다. 이건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국가들에 위협이므로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 외부로 반출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봉쇄한 뒤 국제기구가 들어가서 북한 핵에 대한 봉인과 불능화, 해체 등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중국이 핵무기 통제 등을 명분으로 군사적으로 선제 개입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중국 개입에 미국이 대응하면 국제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는데.
“북한이 불안정해지면 중국은 친중정권을 세워 북한에 버퍼존을 만들기 위해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경 지대에 군사력을 증강하고 무력시위를 하며 북중 결속을 강화한다거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영토 내로 중국군을 들여보낼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그건 미국을 불러들이는 결과로 이어지는데 지금 현재 미국과 중국의 객관적 군사력으로 볼 때 미·중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면 중국이 오래 못 간다. 덩샤오핑 이후 피나는 노력을 통해 G2 국가로 올라선 성과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과연 중국이 그런 모험을 할까 의문이다.”
 
한국의 입장에 관계없이 중국과 미국이 합의해 서로 동의하는 정권을 세울 가능성은 있나.
“아주 중요한 지적이다. 가스라-태프트 밀약이나 애치슨라인 등 우리 운명에 관계된 일들이 우리 의사와 무관하게 벌어진 아픈 경험도 있지 않나. 미국이 우리 의견을 배제하고 중국과 협상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게 한·미동맹 강화다. 만일 동맹에 틈이 생기면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만 근거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자는 것은 우리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해서다.”
 
김정은 건강이상설이 불거진 지금 상황에서의 한·미 공조 태세는 어떻게 보나.
“내가 파악하기로는 김정은 유고와 관련해 한·미 간에 군사적 대화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김정은이 건재하다는 확신에서 그랬다면 덜 불안할 텐데, 만일 한·미 간에 틈이 생겨서 그런 것이라면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설령 그가 건재할지라도 이렇게 오래 모습을 안 드러내는 상황이라면 예행적 차원에서라도 한·미간 군사적 소통과 대화가 필요하다. 예전에는 그렇게 했다.”
 
◆김용현 예비역 중장
육사 38기로 17사단장과 수도방위사령관을 지냈다. 합참 작전본부장(2015∼2017) 재직 시 북한이 핵실험 3회에 미사일 발사 20여 회 등 50여 차례 도발로 2년 동안 거의 퇴근하지 않았다. 2013년 합참 작전부장 때엔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협박에 “북한이 도발하면 도발 원점ㆍ지원세력ㆍ지휘세력까지 단호하게 응징하겠다”고 대응했다.

 
예영준 논설위원 
 

※인터뷰에는 윤서아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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