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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총장이 ‘형평’ 주문한 서울중앙지검의 채널A 수사

중앙일보 2020.05.01 00:06 종합 26면 지면보기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채널A 기자의 취재원 회유·압박 의혹 사건 실체를 규명하는 데 필요한 핵심 증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채널A 이모 기자가 취재원 지모씨에게 들려준 통화 녹음 파일이다. 지씨는 이 기자와의 대화에 등장하는 목소리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인 고위 검찰 간부의 음성과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지씨와 이 기자의 대화가 녹음된 파일이다. MBC 보도에 따르면 이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신라젠 사건으로 구속된 이를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내용이 그 파일에 담겨 있다고 한다.
 
이 사건의 핵심 의혹은 이 기자가 검찰 간부와 짜고 지씨로부터 유 이사장 등에 대한 범죄 정보를 얻으려 했느냐와 MBC 보도처럼 이 기자가 정말 취재원을 회유하거나 압박하며 부적절한 거래를 시도했느냐의 여부다. 검찰이 명확히 진상을 확인하려면 위에서 언급한 두 녹음 파일을 확보해야 한다. 검찰이 관련자 중 법을 어긴 이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처벌을 위해서도 두 파일이 필요하다.
 
따라서 검찰이 이 사건 수사를 위해 압수수색을 벌일 때 두 파일을 모두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상식적이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그러지 않았다. 검찰 간부와의 통화 내용이 들었다고 지씨가 주장하는 파일을 얻기 위해서는 채널A까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지씨가 녹음한 파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MBC 측과 지씨에 대한 압수수색에는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은 MBC 압수수색은 법원의 기각으로 영장이 없어 할 수 없었다고 주장할 뿐 압수수색 영장 재청구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그제 서울중앙지검을 향해 “비례 원칙과 형평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수사팀이 균형을 잃었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법조계에서는 이성윤 지검장을 비롯한 서울중앙지검의 친정부 성향 간부들이 의도적으로 편파적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수사기관들은 민감한 취재 정보가 있고, 취재원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언론사를 상대로 한 압수수색에 신중해야 한다. 협조를 통해 자료를 얻는 방법을 먼저 강구하는 게 옳다. 압수수색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면 윤 총장 주문처럼 비례와 형평에 맞게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 이번처럼 수상한 의도가 엿보이면 국민은 ‘정치 검찰’의 구태를 다시금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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