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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뱅, 공인인증서 없앤 카뱅처럼 ‘금융 메기’ 돼야 산다

중앙일보 2020.05.01 00:03 종합 13면 지면보기
케이뱅크가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를 통과하면서다. 신규 신용대출이 중단된 지난해 4월 이후 1년 만이다. 그간 케이뱅크가 대출 영업을 못 했던 건 자본이 부족해서다. 은행 건전성 규제에 따라 자본이 부족하면 대출을 늘릴 수 없다.  
 

KT 신규투자 길 열려 회생 기회
상품·서비스 새로운 게 없으면
내부직원 등돌리듯 소비자 외면
토스뱅크까지 곧 생겨 생존 위협

이번 개정안은 KT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게 허용했다. 당장 자금을 수혈할 길이 열린 셈이다.
 
현재 KT는 케이뱅크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자회사인 비씨카드에 넘기면 비씨카드가 케이뱅크에 추가로 투자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은 오직 케이뱅크 하나를 위한 것이다. ‘KT 특혜법’이란 논란을 불식시키려면 결국 케이뱅크가 본연의 임무, 즉 ‘고인 물 속 메기’ 역할을 잘하는 것뿐이다.
 
성장 발목 잡힌 케이뱅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성장 발목 잡힌 케이뱅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케이뱅크가 당장 자본 부족 상태를 벗어나도 장기적인 생존은 장담할 수 없다. 사실 2017년 첫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타이틀을 달고 출범했지만 딱히 주목을 받지 못했다. 상품도, 서비스도 새로운 게 없으니 마땅히 색깔이랄 게 없었다. 강점이라던 비대면 거래에선 차별화에 실패했다. 이 와중에 규제에 막혀 증자도 제때 못했다.
 
현재 케이뱅크 가입자는 약 120만 명이다. 석 달 늦게 출발한 카카오뱅크(카뱅) 가입자는 약 1150만 명이다. 3년 만에 벌어진 격차다. 뭔가 한참 잘못됐다는 의미다.  
 
출범 초기 케이뱅크 가입자 대부분은 KT 직원이란 농담이 돌았다. 사실은 KT 직원에게도 외면받았다. 케이뱅크가 진짜 새로 출발하려면 이런 현실부터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은행업에서 가입자(이용자)는 곧 매출이다. 신한과 KB가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건 “나는 신한만 써” “나는 KB만 써” 하는 든든한 우군이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오랜 기간 ‘충성 고객 만들기’에 총력을 다했다. 오프라인이 주력이던 시대엔 지점 영업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자 조금 더 주고, 달력이나 휴지를 나눠주고, 동네 자영업자를 주 고객으로 만든 게 쌓이고 쌓인 결과다.
 
이것도 옛날얘기다. 요즘 신한과 KB의 최대 고민은 고객 이탈을 막는 거다. 지난 1년 동안 모바일 뱅킹의 일평균 이용 건수는 29.3% 늘었다. 입출금과 자금 이체 거래의 60%(건수 기준)가 인터넷 뱅킹이다. 이 비율은 더 늘어날 게 확실하다.  
 
바뀐 세상에 바뀐 소비자의 마음을 얻으려면 금리 혜택만으론 안 된다. 상품이 새로워야 한다. 서비스는 쉽고, 빠르고, 편리해야 한다. 딱 맞는 사용자 환경(UI)을 갖추는 것도 필수다.
 
비슷한 출발선에 섰던 카뱅은 어느새 혁신의 대명사가 됐다. 소비자가 싫어하는 걸 없애고 좋아하는 걸 넣은 결과다. 카뱅은 출범하자마자 공인인증서부터 없앴다. 26주 적금, 모임 통장 같은 흥미로운 신규 상품을 냈다. 증권사와 손잡고 간편한 주식계좌 개설 서비스를 내놨다. 캐릭터를 활용해 20~30대가 반응하는 카드도 만든다. 그러니 사람이 모인다. 인터넷은행 인가는 원래 이러라고 내준 것이다.
 
케이뱅크가 대출 영업을 멈춘 사이 무서운 추격자가 생겼다. 내년 출범 예정인 토스뱅크다. 카뱅 못지않게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후보다. 케이뱅크가 사고의 틀을 완전히 뒤집지 않으면 경쟁에 밀릴 게 분명하다. 조용히 사라질 것인지, 진짜 한 번 ‘메기’가 돼 볼 것인지 선택의 시간이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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