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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기자 몰래 촬영한 MBC 혐의, 영장서 빠졌다

중앙일보 2020.05.01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채널A 기자·검사장 간 통화 논란’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MB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서 MBC가 취재 과정에서 채널A 이모 기자와 제보자 지모(55)씨가 만나는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혐의는 영장에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중앙지검은 채널A를 상대로 한 압수수색에서는 채널A 기자들과 2박3일간 대치한 끝에 영장에 기재된 증거물 중 일부만 넘겨받고 이날 새벽 철수했다.
 

중앙지검, 압수수색 영장 청구 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적시 안 해
중앙지검 측 “법리 불명확해 제외”
검찰, 채널A서 41시간 만에 철수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지난달 말 채널A 본사 등 5곳과 MBC에 대해 각각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이 중 MBC 영장에는 ‘채널A의 취재 과정과 관련된 자료 일체’를 압수수색 대상이라고 기재했다. 범죄 혐의에 MBC가 대화 내용을 몰래 촬영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는 적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압수수색 과정에서 MBC의 촬영 영상을 확보하더라도 증거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여기에 더해 MBC 영장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고발 내용 위주로 작성된 채널A 영장과 상당 부분 비슷하게 구성됐다고 한다. 민언련은 지난달 7일 “채널A 기자와 성명불상의 검사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협박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MBC는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허위 사실을 유포를 통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하지만 MBC 영장 청구 때 이 혐의도 빠져 처음부터 영장이 부실하게 구성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MBC가 받는 혐의를 영장에 적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채널A 기자를 몰래 촬영한 영상을 압수할 목적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법원이 결국 영장을 기각하긴 했지만,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증거 능력을 인정받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지검 측은 “통신비밀보호법 관련 고소나 고발이 없었고 수사팀에서도 영장 청구 전 충분히 검토한 결과 법리적으로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중앙지검은 지난달 28일 오전 9시30분부터 채널A 광화문 사옥에서 압수수색을 시도하다 41시간여 만인 이날 오전 2시50분쯤 철수했다. 검찰은 채널A 기자들로부터 일부 증거물만 임의제출 방식으로 넘겨받았고 일부 디지털 자료는 사안과 관련된 부분을 골라내는 작업 진행 후 제출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인 ‘채널A 기자와 검사장 간 녹취록 원본’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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