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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데시비르, 코로나 잡는 신약될까…같은 날 정반대 임상결과

중앙일보 2020.04.30 16:39
렘데시비르 병.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는 29일(현지시간) 렘데시비르를 투약한 코로나19 입원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회복 기간이 31% 단축됐다고 밝혔다.[AFP=연합뉴스]

렘데시비르 병.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는 29일(현지시간) 렘데시비르를 투약한 코로나19 입원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회복 기간이 31% 단축됐다고 밝혔다.[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후보군 중 하나인 ‘렘데시비르’의 치료 효과를 일부 입증할 수 있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는 29일(현지시간) 렘데시비르를 투약한 코로나19 입원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회복 기간이 31% 단축됐다고 밝혔다.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은 “앞으로 코로나19 치료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임상 결과를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날 의학 전문지 랜싯에는 ‘램데시비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의 확산세를 뒤집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코로나19의 돌파구는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의 ‘표준 치료’라고 단정짓는 건 아직 무리다. 렘데시비르의 효과에 대해 정 반대로 해석하는 연구 결과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NIAID가 발표한 결과는 아직 동료 심사(peer review)를 거치지 않은 논문 초안이라 신뢰성을 완전히 담보하긴 어렵다.  
 
NAID는 지난 2월부터 미국ㆍ영국ㆍ독일ㆍ스페인 등에서 1090 여명의 코로나19 환자에게 정맥주사를 놓는 방식으로 임상을 진행했다. 임상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쪽에는 렘데시비르를 처방하고 다른 쪽에는 위약(플라시보)을 준 뒤 경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렘데시비르를 투여하지 않은 환자는 회복에 15일 걸린 반면 투여한 환자는 11일 걸렸다. NIAID는 이를 두고 “31% 정도 빠른 회복”이라고 해석했다. 파우치 소장은 “100%는 아니지만 이는 매우 중요하다"며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입증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코로나19 퇴치전의 최전선에 서있는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코로나19 퇴치전의 최전선에 서있는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치명률(환자 수 대비 사망자 수의 비율)을 살펴보면 이 약을 쓴 환자(8%)와 쓰지 않은 환자(11%)간 유의미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미셸 배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치명률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동료 심사 과정도 거치지 않은 논문을 두고 ‘치료의 표준’ 운운하는 것은 통상적이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같은 약, 다른 결과 

 
렘데시비르를 투약한 환자(빨간색)과 위약을 투약한 환자(파란색)의 한달 누적 증상 개선률. 렘데비시르를 투약한 환자의 개선률이 두드러지게 높지 않다. [랜싯 논문 캡쳐]

렘데시비르를 투약한 환자(빨간색)과 위약을 투약한 환자(파란색)의 한달 누적 증상 개선률. 렘데비시르를 투약한 환자의 개선률이 두드러지게 높지 않다. [랜싯 논문 캡쳐]

 
같은날 랜싯에는 렘데시비르가 효과가 크지 않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도 실렸다. 중국수도의대 연구팀이 우한에서 237명의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 결과다. 지난 2월 6일부터 3월 12일까지 진행된 임상은 환자와 의사가 모두 위약과 실제 약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중맹검 무작위대조시험’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위약 투약과 비교했을 때 렘데시비르가 치료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기는 했으나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28일간 투약했을 때 렘데시비르 그룹의 증상 개선률은 65%로, 위약 그룹의 58%을 약간 앞섰지만 유의미한 결과는 아니라는 얘기다. 
 
반면 부작용 때문에 시험을 중단한 사람은 12%로 위약 그룹(5%) 보다 높았다고 중국 연구팀은 분석했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렘데시비르의 효과는 크지 않은데 부작용은 큰 셈이다. 
 
그러나 렘데시비르를 개발중인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이날 약물의 치료 효과가 탁월하다고 주장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중증 코로나19 환자 39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 결과다. 이에 따르면 렘데시비르를 5일간 투여한 환자(200명) 중 64.5%(129명), 10일간 투여한 환자(197명) 중 53.8%(106명)가 치료 시작 후 14일만에 임상적 회복을 보였다. 두 치료군의 환자 중 절반 이상이 2주 이내에 퇴원했다. 렘데시비르의 효과에 대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린 연구 결과가 같은 날 쏟아진 것이다. 
 
렘데시비르를 개발중인 길리어드사 로고 [AFP=연합뉴스]

렘데시비르를 개발중인 길리어드사 로고 [AFP=연합뉴스]

 
과학 저널 중 권위지로 꼽히는 네이처는 길리어드사와 중국수도의대 연구 결과 모두가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길리어드가 발표한 결과는 위약 투약 그룹이 너무 적고, 중국의 경우 발병 확산세가 잦아들며 참가자들을 모집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임상이 일찍 중단됐기 때문에 연구 결과를 해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네이처는 “작은 임상시험들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그 중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 것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에릭 토폴 스크립스연구소 국장은 워싱턴포스트(WP)에 “코로나19에 있어 돌파구 같은 약은 아니지만 효험이 있고 안전하다"라며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가 뒤섞여 있지만 좋은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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