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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안 쓰고 다닥다닥···코로나 잊은 황금연휴 김포공항

중앙일보 2020.04.30 14:56
30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가 탑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30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가 탑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마스크 벗으면 안 돼? 벗을래.”  
“엄마가 사람 많은 데서 마스크 벗으면 아프다고 했지? 에스컬레이터 바 잡지 말고!” 
6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제주도에 간다는 김모(38)씨는 “이 정도 많은 인파를 예상하긴 했는데, 막상 사람들 속에 들어오니 걱정이 되긴 한다”며 “저렴한 1회용 대신 KF94 마스크를 쓰고 올 걸 그랬다”고 아쉬워했다. 따로 챙겨온 손 세정제를 아들 손에 발라주면서도 김씨는 “공항에서 이것저것 만지면 안 돼”라며 연신 주의를 줬다.
 

"코로나 이전 돌아간 것 같다"  

황금연휴 첫날인 30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가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황금연휴 첫날인 30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가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황금연휴 첫날인 30일 오후 2시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은 오랜만에 인파로 북적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조용했던 3층 출국장 검색대 앞은 주말 놀이공원의 입구를 연상시킬 정도로 사람들이 빼곡하게 줄을 서 있었다. 2층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 앞 S자 모양의 대기선도 캐리어를 든 이용객들로 꽉 차고 넘쳤다. 체크인 줄에서 대기하던 이모(64)씨는 “마스크 쓴 사람들이 많다는 점만 빼면, 완전히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김포공항 국내선 출국장에서 만난 여행객 대다수는 ‘이제 코로나가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후 2시쯤 ‘안전 안내 문자’가 와 곳곳에서 경보음이 울렸지만, 신경 써서 살펴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연휴기간 중 여행지에선 2m 건강거리 실천하고 실내 다중시설 이용 시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내용의 안내 문자를 보냈다.
 
대학생 이모(23)씨는 “주말이나 연휴 때마다 틈만 나면 친구들과 제주도를 갔었는데 이번에는 코로나 때문에 정말 오랜만에 가는 것”이라며 “부모님께서는 조금 걱정하셨지만, 즐거움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여전히 코로나를 걱정해야 할 때는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제주도에 간다는 회사원 김모(45)씨는 “오늘은 코로나 확진자도 역대 최저인 4명이라고 하더라”라며 “각자 조심하고 생활 방역을 잘 지키면 이제 국내 여행은 즐겨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거리두기·마스크 착용 무너진 모습도  

30일 오후 김포공항 국내선 4층 푸트코트에서 이용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이후연 기자

30일 오후 김포공항 국내선 4층 푸트코트에서 이용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이후연 기자

하지만 이날 김포공항 국내선 곳곳에선 방역이 우려되는 모습들이 연출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른 직원들이 출국장 검색대 앞에 서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출국장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사람들은 다닥다닥 붙어 서 있었다. 여행의 기대감에 큰 소리로 일행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람들도 많았다. 공항에서 방송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달라’고 하기도 했지만 일부 단체관광객들은 가까이 붙어 마스크를 벗고 서로 인사를 주고받기 바빴다. 아예 마스크를 쓰지 않고 공항을 활보하는 사람들도 곳곳에 있었고, 마스크를 쓰긴 썼지만 코 아래로 걸쳐 쓴 사람들도 많았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정모(56)씨는 “이제 굳이 마스크 안 써도 될 것 같아서 안 가져왔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 2시쯤에도 4층 식당가는 이용객들로 북적였다. 푸드코트 형식으로 이뤄져 있고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식탁과 식탁 사이의 거리는 1m가 조금 넘는 정도였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고 밥을 먹으며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바로 옆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 밥을 먹으며 소리 내 웃어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전염병, 2차 확산이 제일 무섭다"  

황금연휴 첫날인 30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주차장이 꽉 차있다. 연합뉴스

황금연휴 첫날인 30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주차장이 꽉 차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아직 느슨해질 때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황금연휴로 인해 인파가 몰릴 때일수록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성훈 널스노트 대표는 “정확한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코로나 종식’이라는 말은 사용할 수 없다”며 “코로나를 포함한 감염병은 ‘2차 확산’ 때 가장 위험한데,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현장에서 여전히 의료진이 사투를 벌이는 만큼 방심하지 말고 개개인이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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