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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서 잃어버리는 모자는 이것 뿐" PXG 어패럴 성공비결

중앙일보 2020.04.30 12:54
신재호 (주) 카네 회장. 신인섭 기자

신재호 (주) 카네 회장. 신인섭 기자

골프 클럽, 의류 브랜드인 PXG가 잘 나간다. 특히 어패럴의 성장이 놀랍다. PXG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 어패럴 매출은 420억원이다. 한국 패션계에서 최단기간 400억을 넘은 브랜드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의류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올해도 PXG의 매출 손실은 가장 작다고 한다. 명품 브랜드로 위상을 굳히고 있는 것이다.
 
 PXG는 2016년 미국의 억만장자인 밥 파슨스가 만든 럭셔리 골프 클럽 브랜드다. 한국에서 드라이버 하나에 백여만원을 호가한다. PXG 어패럴은 한국이 주도했다. PXG 클럽 한국 공식수입원인 (주)카네의 자회사 (주)로저나인에서 미국 본사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아, 직접 디자인하고 제조한다. 카네 신재호(60) 회장을 강남구 양재동 PXG 코리아 본사에서 만났다.  

 
-클리블랜드, 부쉬넬, 에코 등의 브랜드를 들여와 성공시켰다. 선구안이 좋다.
“이기는 게임을 하려면 무조건 제품이 좋아야 한다. 좋은 제품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 또 하나는 감각이다. 미국 대학에 유학 중 골프숍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소매와 도매, 클럽 제조를 두루 거쳤다. 한국과 미국의 차이를 알고, 나 자신이 골프 마니아로서 골퍼의 니즈도 안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아이언세트에 웨지를 포함해 10피스를 한 세트로 팔았다. 웨지 바람이 불거라고 예상하고 아이언 7개에 웨지를 따로 팔았다. 클리블랜드가 대성공했다. 부쉬넬은 원래 미국 홈쇼핑 방송에서만 팔던 거다. 모든 샷에 필요한 거리 측정기는 대중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내가 설득해 샵에서도 팔게 했다. 내가 첫 미국 리테일 어카운트다. 2012년 부쉬넬을 국내에 들여올 때는 다들 안 된다고 했다. ‘캐디가 있으니 필요 없다, 손 떨림 때문에 안 된다’ 등 이유도 많았다. 그러나 캐디 거리 계산이 정확하지 않은 점 등 때문에 성공할 수 있다 봤다. 6~7년 사이에 한국에서 필수품이 됐다.”    
 
-해외에서 좋은 브랜드라도 한국에서 실패하는 사례는 많다.
“36년 전 영업 최전선에서 물건을 팔면서 골프 비즈니스를 시작했기 때문에 교훈을 얻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채워주는 것이 가장 좋은 영업이다. 시간이 지나 트렌드는 많이 변했지만 사람들의 본성은 달라지지 않았다. 직원들에게 고객을 진심으로 대하라고 한다. 기브 앤드 테이크다. 먼저 줘야 그 다음에 받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찾아주고 도와주라고 한다. 대리점에도 마찬가지다. 대리점주가 원하는 것을, 또 필요한 것을 찾아 최대한 도와주는 것이 가장 좋은 영업이다. 영업사원에게 물건이 아니라 ‘나’를 파는 거라고 한다. ‘나’는 내가 소속된 회사의 문화다. 그 문화를 파는 거다.”
 
-PXG는 어떻게 들여왔나.  
“예전엔 골프 치는 사람들이 누가 준 클럽을 쓰려 했다. 그러면서 ‘공 많이 안쳐서’, ‘골프 별로 안 좋아해서’, ‘뭘로 쳐도 비슷해서’라고 했다. 골프에 돈 쓸 의사가 없었고, 그러기 위한 변명을 했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골퍼들은 ‘나는 뭐가 좋아’라고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생각이 바뀐 것이다. 그런데 프리미엄 클럽은 다들 시니어를 위한 거였다. 30대에도 골프가 중요하고, 만족을 얻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클럽은 없었다. PXG는 그런 사람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브랜드다. 한국에서 성공할 거라고 봤다.”
 
-이전까지 외국 브랜드를 수입했는데, PXG 어패럴은 한국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것 같다.
“미국에서 탄생했지만, 한국에서 성장한 브랜드다. PXG 어패럴은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자, 거꾸로 본사가 함께 세계로 나갈 조인트 벤처를 세우자고 제안해 PXG어패럴 월드와이드를 만들었다. 클럽 헤드는 미국에서 만들지만 의류는 한국에서 디자인하고 생산해서 전 세계에 판매한다. 한국에서 수주회를 열면 미국,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독일 등에서 바이어가 찾아와 오더를 한다. 올해 1월엔 미국 본사에서 수주회를 하기도 했다.”  
 
-PXG 창업자 밥 파슨스는 “75년이 걸려도 좋으니 돈 생각하지 말고 최고 제품을 만들라”고 했다.
"품질이 우리의 생명이라고 생각한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라는 경영 철학을 따라가려고 노력한다. 어떤 사람은 90%에 만족하고, 어떤 사람은 99%에 만족할 것이다. 우리는 100%로 만들고 그런 제품을 원하는 고객과 대화한다. 우리는 이미 만들어 놓은 제품도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폐기한다. 완벽함을 주제로 교류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PXG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것 같다. 그런 브랜드가 명품이다.“
 
-PXG 모자는 10만원도 넘는다. 너무 비싼 것 아닌가.  
“골프장 식당이나 화장실에 두고 갔다가 잃어버리는 모자는 PXG 뿐이라고 한다. 골퍼들이 다른 건 거들떠도 안 보는데, PXG 모자는 갖고 싶어 한다. 골프 브랜드는 모자를 프로모션용으로 공짜로 뿌렸다. 우리는 절대 안 한다. PXG를 입는다는 것은 자긍심이다. 베트남 짝퉁 시장에서 똑같은 옷이라도 PXG 로고가 붙으면 다른 브랜드보다 훨씬 비싸다. 비즈니스는 소비자에게 만족할만한 가치를 주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곳보다 원가가 절대적으로 높다. 최고 원단을 쓰고 임가공도 상당 부분 한국에서 한다. PXG 모자가 비싸니 다른 브랜드에서도 모자 값을 올려 마진이 높아져 좋아한다고 하더라.”  
 
-PXG를 쓰는 소비자는 어떤 사람들인가.  
“우리가 잡은 컨셉은 이거다. 내 인생은 중요하고, 나의 일도 가장 중요한데 골프도 그 중 하나다. 그렇다고 내 모든 건 아니다. 골프를 통해 좋은 사람 만나고 교류하지만, 새벽부터 비 맞고 골프하면서 목을 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즐길 뿐이다. 골프에 모든 것을 거는 지나친 진지함은 우리와 다르다.”
 
-클럽과 어패럴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PXG는 클럽과 의류가 함께 가야한다. 양말 하나를 만들더라도 클럽과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노하우가 쌓였으니 독자적인 한국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계획이 뭔가.
“독자 브랜드 계획은 없다. 후배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내 목표는 PXG를 탄탄하게 하고 서브 브랜드를 런칭하는 것이다. 진정한 명품으로 성장해서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비롯해 이태리 밀라노, 뉴욕에 최고 명품 매장을 만들고 싶다. 또한 PXG 매장을 나이키 캠퍼스처럼 골프 소비자들의 커뮤니티 중심 센터로 만들고 싶다. 연습도 하고, 피트니스 센터도 있고 골프에 관한 라이브러리 등 문화가 있는 곳으로 발전시키고 싶다. 전국에 14개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몇 년 전 상무에게 업무용차로 벤츠를 줘 골프업계에 화제가 됐다.  
“직원들의 자발적 의욕을 높이는 것이 효율적이다. 물론 큰 방향 제시를 잘 해야 한다. 회사가 이뤄야 할 목표는 반드시 숫자만은 아니다. 매출 목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우리 회사의 가장 큰 목표는 ‘몇 년 내 업계 최고 연봉 주겠다’. ‘대리점에 어떤 도움 주자’ 같은 것이었다.”  
 
-미국에 비해 한국 사람이 훨씬 더 열심히 일하는데 생산성은 낮은 것 같다.
“한국은 서양보다 관계가 중요한 것 같다. 주위 사람을 의식하고 사람한테 치이는 게 많다. 윗사람이 보고 있다고 일 하는 척 하는 건 좋지 않다. 직원이 윗사람 눈치보지 않고 일하게 하려 한다. 결정은 대부분 담당자가 하게 한다. 나보다 전문가들이다. 지휘자는 여러 연주자의 소리를 파악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지, 레슨 하는 것이 아니다. 믿는다고 얘기해주는 게 최고다. 그렇게 하면 최고의 능력을 끌어내더라.”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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