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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군이 마스크 6037개를 에티오피아에 보내기로 한 사연은?

중앙일보 2020.04.30 11:15
경북 칠곡군 가산면 학상리 인문학마을 주민 오정숙씨가 '보훈 마스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칠곡군

경북 칠곡군 가산면 학상리 인문학마을 주민 오정숙씨가 '보훈 마스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칠곡군

인구 11만5000인 경북 칠곡군. 인문학 마을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칠곡군 가산면 학상리 마을 주민 20여 명은 최근 면마스크 200장을 만들었다.  
 

백선기 칠곡군수 제안한 ‘#6037을 아십니까’ 캠페인
6·25 한국전쟁 참전 에티오피아 용사 6037명을 의미

 주민들은 지난 27일 마을 안에 있는 '학수고대 문화공간'에 모여 각자 실력을 뽐냈다. 한 주민은 박음질을 하고, 다른 주민은 코 받침에 와이어를 끼웠다. 또 다른 곳에서는 마스크 감잎 염색을 하는 등 일사불란하게 마스크를 제작했다.
 
 이 마을 주민이 만든 마스크의 시그니처(signature)는 바로 오른쪽 하단에 그려진 두 마리 부엉이다. 두 부엉이 아래에는 ‘Thank you’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주민들은 감사와 우정의 상징으로 마스크에 부엉이를 그려 넣었다고 한다. 두 부엉이 그림은 인문학마을 강사인 김희열 작가가 그렸다.
경북 칠곡군 가산면 학상리 인문학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보훈 마스크'. 칠곡군

경북 칠곡군 가산면 학상리 인문학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보훈 마스크'. 칠곡군

경북 칠곡군 가산면 학상리 인문학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보훈 마스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칠곡군

경북 칠곡군 가산면 학상리 인문학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보훈 마스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칠곡군

 
 마을 주민들이 이처럼 재능기부로 특별한 마스크를 제작하게 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에티오피아 6·25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위해서다. 마스크와 함께 감사 편지도 동봉했다. 
 
 지난 22일 백선기 칠곡군수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6037을 아십니까’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6·25 전쟁에 참전한 에티오피아 용사들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얼굴에 천을 감싸고 있는 사진을 보고 마스크 기부 동참을 호소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숫자 ‘6037’은 에티오피아 한국을 도왔던 참전용사 숫자를 의미한다. 백 군수는 SNS를 통해 “70년 전 6·25 전쟁에 참전한 6037명의 에티오피아 젊은이는 253번의 전투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켰다”며 “지금 에티오피아는 코로나19로 더욱 큰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검사 키트와 마스크조차 없다. 이제 우리도 마음을 모아 6037장의 마스크를 보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백선기 칠곡군수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게시물. 마스크 기부 동참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페이스북 캡쳐

지난 22일 백선기 칠곡군수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게시물. 마스크 기부 동참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페이스북 캡쳐

 
 칠곡군이 6·25 참전용사들을 위한 마스크 제작에 나선 이유 중엔 칠곡이 ‘호국의 고장’이라는 점도 있다. 칠곡에서 6·25 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였다. 다부동 등 전적지가 곳곳에 있다. 워낙 군사 전략적 요충지에 있어 6·25 전쟁뿐 아니라 임진왜란·병자호란 당시에도 격전지로 꼽혔다.
 
 이영석 칠곡군 인문학마을협의회장은 백 군수가 올린 게시물을 보고 다음 날 곧장 인문학마을 SNS에 마스크 제작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 회장은 “보훈 마스크는 칠곡인문학 마을의 다양한 활동과 일상의 삶 속에서 실천해 온 나눔과 배려의 결과물”이라며 “개개인이 가진 평범하지만 특별한 재능을 한데 모아 마스크에 담겨 있는 보훈의 의미와 가치를 더욱 높였다”고 말했다. 이렇게 제작된 마스크는 칠곡군에 기탁한 후 대사관 외교 행랑을 통해 참전용사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얼굴에 천을 두르고 있는 에티오피아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모습. 칠곡군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얼굴에 천을 두르고 있는 에티오피아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모습. 칠곡군

 
 백 군수는 “칠곡형 보훈마스크는 칠곡만이 생각하고 만들 수 있다. 마스크 제작에 동참해주신 인문학마을 주민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보훈마스크가 70년 전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워 준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워 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칠곡=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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