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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킥보드를 왜 '킥라니'로 부르나 했더니...로드킬 88% '고라니'

중앙일보 2020.04.30 07:00
고속도로에 뛰어들었다가 차량에 치여 죽은 고라니. [사진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에 뛰어들었다가 차량에 치여 죽은 고라니. [사진 한국도로공사]

 요즘 도심에서 많이 보이는 전동킥보드의 별칭은 '킥라니'이다. 전동킥보드와 고라니의 합성어로 갑자기 인도나 도로에 뛰어들어 사고를 일으키는 전동킥보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다. 그런데 별칭에 왜 하필 고라니가 들어갔을까.
 

최근 5년새 고속도로 로드킬 9866건
고라니 88%, 멧돼지 6%, 너구리 3%
5~6월에 최다, 오전 0~8시가 취약
"상향등 비추면 오히려 사고 더 유발"

 30일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가 밝힌 '최근 5년간(2015~2019년) 고속도로 로드킬 현황'에 그 답이 있다. 로드킬(Road kill)은 주로 도로 위에 뛰어든 야생동물이 주행 중이던 차에 부딪혀 죽는 사고를 말한다. 
 
 이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로드킬은 모두 9866건이다. 이 중 88%인 8688건이 바로 고라니였다. 고속도로의 로드킬 10번 중 9번은 고라니라는 의미다. 사슴과에 속하는 고라니는 몸길이가 최대 1m가량 되며, 몸무게는 8~14㎏ 정도 된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도공의 조희 생태도로팀장은 "고라니가 대부분인 이유는 국내에 포식동물이 없어 개체 수가 증가한 데다 주로 도로와 가까운 낮은 야산에 서식하며, 봄이 되면 먹이활동과 새끼 양육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먹이를 구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려다 변을 당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로드킬 2위는 멧돼지로 559건(6%)이었고, 3위는 너구리로 338건(3%)이었다. 삵과 오소리, 맷토끼, 족제비 등도 간혹 로드킬을 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로드킬이 발생할 경우 동물은 물론 차량에도 꽤 큰 충격이 가해진다. 범퍼 등 차 앞쪽이 크게 찌그러지는 등 여파가 상당하다. 그래서 자칫 2차, 3차 사고도 우려된다. 
 
 특히 고속도로 로드킬이 많이 발생하는 5~6월에 더 주의가 필요하다. 도공에 따르면 전체 로드킬 사고 중 이 기간에만 45%가 발생한다. 시간대로는 새벽 0시에서 오전 8시 사이가 가장 취약하다. 전체의 63%가 이 시간대에 일어났다. 
남해고속도로에서 멧돼지와 부딪힌 차량이 크게 파손됐다. [사진 경남소방본부]

남해고속도로에서 멧돼지와 부딪힌 차량이 크게 파손됐다. [사진 경남소방본부]

 
  조 팀장은 "로드킬을 예방하기 위해선 규정 속도를 지키고 전방을 주시하는 등 안전 운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야생동물이 자주 출몰하는 구간은 표지판이나 도로 전광판, 그리고 내비게이션 등으로 안내되는 만큼 해당 구간을 지날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도로 위에 있는 야생동물을 발견했을 때에는 핸들을 급히 틀지 말고, 경적을 울려 동물을 도로 밖으로 내보내는 게 좋다. 또 야생동물을 향해 상향등을 비추는 것은 순간적으로 동물의 시력장애를 일으켜 제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서 있거나, 차량 쪽으로 달려들게 할 수도 있어서 위험하다.    
 
야생동물이 고속도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설치한 유도 울타리. [사진 한국도로공사]

야생동물이 고속도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설치한 유도 울타리. [사진 한국도로공사]

 부득이하게 로드킬이 발생한 경우에는 신속한 대처로 2차 사고를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조 팀장은 "동물과 충돌한 경우에는 비상등을 켜고 갓길로 차를 이동시킨 뒤 가드레일 밖 안전지대로 대피해 도로공사 콜센터(1588-2504)에 신고하면 사고 처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때 안전지대에서 신호기나 옷 등을 이용해 후방에 신호를 보내 앞에 정차한 차량이 있음을 알리면 사고예방에 더 유용하다.    
 
도공에선 야생동물이 고속도로로 뛰어들지 못하도록 침입방지 유도 울타리를 설치하고 있으며, 그 길이는 2474㎞에 달한다. 야생동물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생태통로는 53개가 운영되고 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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