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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위장해 성기노출…'온라인 바바리맨'은 줌 기능 알았다

중앙일보 2020.04.30 05:00
온라인 수업 중인 고등학교의 화상 시스템에 접속해 성기를 노출했던 남성은 수업 프로그램 사용법을 잘 알고 그런 짓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이 남성의 인터넷 접속 기록을 추적하고 있다.
 

평상시 작은 화면…질문 버튼 눌러야 확대
SNS 노출 비밀번호로 수업 접속해 범행
범행 목격한 일부 학생 정신적 충격 호소도

온라인 질문 버튼 누른 뒤 바지 벗어

 
 29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2일 광주광역시 소재 A 고등학교 온라인 수업 도중 한 남성이 화면에 성기를 노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자체조사 결과 이 남성은 A 고교 학생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광주시교육청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시교육청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교육청은 성기를 노출한 남성이 학생은 아니지만, 화상 프로그램 기능을 잘 알았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 도중 학생 개개인의 얼굴은 식별하기 어려운 작은 크기의 화면으로 노출된다.
 
 온라인 강의 도중 '질문 버튼'을 누르면 학생을 비추는 카메라 화면이 순간적으로 확대된다. 남성은 학생으로 위장해 수업을 듣고 있다가 질문 버튼을 누르는 순간 화면이 확대되는 점을 노려 바지를 벗었다. A 고교 1학년 전체가 듣는 수업이기 때문에 남성이 몰래 숨어든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이 질문할 때만 음성과 카메라 기능이 활성화되는데 이 남성은 해당 기능을 알고 있었다"며 "의도적으로 온라인 수업에 접근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SNS 공유된 비밀번호로 온라인 수업 침입

 
 A고교의 한 학생은 사건 발생 직후 "공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대화방에 화상 프로그램 주소(URL)와 비밀번호를 올렸다"고 학교측에 털어놨다. 이 학교의 화상 프로그램은 온라인 수업 방을 만들면 무작위 비밀번호가 생성되는 방식이다.
 
 성기를 노출한 남성은 학생이 올린 URL과 비밀번호를 이용해 온라인 강의에 접속한 것 같다고 교육청은 전했다. 학생이 비밀번호 등을 유포한 단체 대화방은 확인됐지만, 교육청과 학교 차원에서는 누가 접속했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광주지방경찰청은 광주시교육청의 수사 의뢰를 받아 이 남성이 온라인 수업에 접속한 IP 주소를 추적하고 있다. A 고교는 이틀 동안 온라인 수업을 중단한 뒤 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보안교육을 진행했다.
 

1학년 전체 대상 온라인 수업에서 범행

 
 사건이 일어난 온라인 수업은 A 고교 1학년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A 고교는 남녀 공학으로 1학년은 11개 반 300여 명이 재학 중이다. 범행을 목격한 일부 학생은 정신적 충격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교육청은 학생 심리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온라인 수업을 들었던 A 고교 학생은 "남성의 얼굴은 제대로 보지 못했고 딱히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선생님이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남성을 강제퇴장시키긴 했지만,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많이 놀랐다"고 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A 고교는 쌍방 온라인 수업 시범학교로 선정돼 나름 좋은 평가도 받았던 곳"이라며 "상당히 많은 학생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학교와 교육청도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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