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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시민, 검찰 고발로 '양정숙 손절'…의석 승계 실익도 고려

중앙일보 2020.04.30 05:00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제를 공부하는 국회의원 모임에 더불어시민당 양정숙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제를 공부하는 국회의원 모임에 더불어시민당 양정숙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당이 스스로 검증하고 추천한 비례대표 당선인을 검찰에 고발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됐다. 
 
제윤경 더불어시민당 대변인은 29일 "양정숙 당선인을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유포), 업무 방해, 부동산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위반 등의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당은 더불어민주당과 공동으로 고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선거법 위반, 공직자추천 업무 방해...양정숙 무엇이 문제인가

 
민주당과 시민당이 뒤늦게 발견한 양 당선인의 문제는 무엇일까.
양당이 공직선거법 위반과 부동산실명법 위반으로 파악한 것은 재산 축소 신고와 부동산 명의신탁 부분이다. 양 당선인은 지난 2월 민주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하면서 중앙선관위에 약 92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2016년 20대 총선 때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을 때(약 49억원)보다 43억원이 늘어난 액수다. 세부 내역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초구 서초동 등에 있는 아파트 3채와 서울 송파구, 경기도 부천에 있는 건물 2채 등이 포함돼 있었다.
 
지난달 민주당이 출마자들에게 ‘1주택 선언’을 요구하자 양 당선인은 보유한 부동산 중 일부를 매각했다. 2005년에 동생과 공동명의로 매입했던 대치동 아파트와 송파동 건물을 각각 20억여 원을 받고 판 것이다. 그러나 양 당선인의 동생은 총선 직전 진행된 민주당의 추가 검증과정에서 처음부터 두 건물을 매입할 의사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양 당선인이 차명으로 부동산을 보유했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양 당선인은 같은 해 모친에게서 증여받은 아파트 한 채도 신고에서 누락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업무방해에 해당된다고 본 것은 총선 전 의혹이 제기됐던 정수장학회 지부장 활동 이력과 진경준 전 검사장 변론 사실에 대해 '진 전 검사장 변론은 직접 맡지 않고 공동변호인단으로 참여했고 정수장학회 지부장을 맡아서 역할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소명한 대목이다. 사실과 다른 해명으로 검증을 의도적으로 교란했다는 게 양당의 판단이다. 
 

양정숙 버티기에 민주당 곤혹…어쩌다 고발까지

 
야당은 “오 전 시장 사건과 양 당선인 사건 모두 선거 당일까지 감춰졌다. 우연이 두 번 반복되면 필연이다”(28일 조수진 미래한국당 대변인)라며 민주당과 시민당의 고의 은폐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제윤경 시민당 대변인은 "막내동생이 민주당 진상조사에 출석해 명의신탁 사실을 증언한 게 지난 9일이었다"며 "지난 11일 시민당은 1차로 자진 사퇴를 요구했지만 당시 양 후보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민당 관계자도 "다른 것도 다 털어서 검증을 하다보니 선거가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시민당이 논란 정리에 속도를 낸 건 양 당선인이 버티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시민당은 양 당선인에게 자진 사퇴할 것을 권고했지만 거부당했다. 지난 28일 소명을 위해 시민당 윤리위원회에 출석한 양 당선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 "나는 민주당 사람이니 보름 후 합당하면 민주당과 의논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윤리위는 양 당선인을 제명키로 결정했지만 이번엔 민주당 복당설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29일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복당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없다고 이해해도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선거법상 양 당선인이 시민당에서 제명되고 민주당에 복당하지 못하더라도 의원직은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고발에 이른 건 양 당선인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전술적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오는 이유다. 친문그룹의 한 핵심의원은 "양 당선인 사퇴하면 자리를 승계하게 되는 이경수 전 국제핵융합실험로 부총장은 민주당에 꼭 필요한 자원"이라며 "가능하면 의석 손실 없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한 초선 의원은 "180석과 179석은 단독으로 패스트트랙을 운영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도 있다"고 말했다.양 당선인이 사퇴하지 않더라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게 되면 민주당은 의석수를 유지할 수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격노도 고발이라는 초강수의 배경이 됐다는 후문이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양 당선인 관련 보고를 받은 이 대표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어쨌든 당 차원에서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니 그에 대한 당의 유감 표명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총선 압승 이후 오거돈 사태 등 악재가 겹치고 있다"며 "자칫 여론이 급변하면 180석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돌 정도"라고 말했다.송갑석 민주당 대변인은 곧바로 “민주당은 양정숙 당선인 후보 검증이 미흡했던 점에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에 깊이 사과한다”며 “스스로 당선인 신분 사퇴만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사과 입장을 발표했다.  
 
민주당의 발빠른 고강도 조치에도 부실 공천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김성원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민주당이 사전에 충분히 도덕적 흠결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선거를 앞두고 비난 여론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묵인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며 “알고도 방관했다면 민주당은 사실상의 공범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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