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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의 역습 시작됐다…홍콩 무인도 해변 뒤덮은 100여장

중앙일보 2020.04.30 05:00
우리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지켜주고 있는 마스크‧장갑 등 방역용품과 일회용품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지구를 공격하고 있다. 바이러스를 멀리하기 위해 전 세계인은 앞다퉈 일회용품을 가까이하고 있다. 방역과 환경. 둘 중 그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방역 폐기물 무단투기,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은 언젠가 부메랑이 돼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中 버린 마스크 홍콩 무인도에 떠내려와
미국·영국 세계 거리에 마스크·장갑 버려져
하수도·바다로 흘러가 오염, 해양생물 피해
배달 급증, 美 비닐 부활 英 무단투기 기승
방역 폐기물, 쓰레기봉투에 넣어 묶어 버려야
"방역·환경, 하나만 아닌 둘다 잡을 수 있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홍콩 소코섬에 떠내려 온 버려진 마스크들. [오션스아시아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 사태 이후 홍콩 소코섬에 떠내려 온 버려진 마스크들. [오션스아시아 홈페이지 캡처]

 

세계 거리 곳곳에 버려지는 마스크‧장갑  

 
홍콩에 있는 '소코섬' 해변에는 최근 많은 마스크가 떠다니고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지난 23일(현지시간) 독일 매체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환경단체 오션스아시아는 최근 이 섬을 세 차례 방문했을 당시 해변에서 마스크 폐기물 100여 개를 발견했다. 오션스아시아의 게리 스톡스에 따르면 이 마스크들은 중국이나 홍콩에서 이곳까지 흘러온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홍콩 소코섬 바다에 떠 있는 버려진 마스크. [오션스아시아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 사태 이후 홍콩 소코섬 바다에 떠 있는 버려진 마스크. [오션스아시아 홈페이지 캡처]

 
스톡스는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마스크 등 방역 관련 폐기물이 바다로 흘러오기까지 6~8주밖에 걸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소각해야 할 '코로나19 폐기물'이 이런 섬에까지 흘러들어오는 이유는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버리기 때문이다. 미국‧영국 등 세계 곳곳의 거리에선 버려진 마스크, 라텍스 장갑 등이 발견되고 있다.  
 
아무렇게나 버려져 무인도 소코섬까지 흘러 온 마스크. [오션스아시아 홈페이지 캡처]

아무렇게나 버려져 무인도 소코섬까지 흘러 온 마스크. [오션스아시아 홈페이지 캡처]

 
최근 미국 CNN에 따르면 마크 벤필드 루이지애나 주립대 교수는 시카고의 거리에 코로나19 폐기물이 얼마나 버려져 있는지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몇 발자국 가지 않아 마스크·장갑·물티슈 등 폐기물이 발견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벤필드 교수는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미국 거리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폐기물은 장갑"이라고 설명했다.   
 

바다로 흘러온 폐기물, 해양생물은 먹이로 착각   

 
아무렇게나 버려진 마스크‧장갑 등 폐기물은 하수도나 바다로 흘러가 물을 오염시킬 수 있다. 폴리프로필렌과 같은 플라스틱을 포함한 부직포로 된 마스크 등은 분해하면서 유해한 화학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어서다.  
 
영국 도시 곳곳에 버려진 라텍스 장갑들. [AFP=연합뉴스]

영국 도시 곳곳에 버려진 라텍스 장갑들. [AFP=연합뉴스]

 
우리도 모르는 사이 폐기물이 하수도나 바다까지 도착할 수 있는 상황은 수십 가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리스의 해양 생물학자인 아나스타샤 밀리우는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거리에 버려진 장갑과 마스크들은 비가 내리면 물에 씻겨 내려가 결국 바다에 도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갑을 꺼내다가 실수로 호주머니에 넣어 둔 마스크를 길바닥에 흘리거나 쓰레기통에 넣어도 가벼운 무게 탓에 바람에 실려 날아갈 수 있다. 
 
바다로 간 폐기물은 바다 생태계를 위협하는 흉기가 된다. 전문가들은 해양 생물이 폐기물을 먹이로 착각할 확률이 높다고 우려한다. 결국 사람들이 함부로 버리는 마스크와 장갑이 해양 생물의 배 안에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 앞에 버려진 마스크. [연합뉴스]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 앞에 버려진 마스크. [연합뉴스]

 
벤필드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장갑은 해양 생물들에게 마치 해파리처럼 보이는 최적의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스톡스는 "최근 연구에 따르면 플라스틱이 바다에 오래 머물러 있을 경우 박테리아가 자라기 때문에 이 냄새가 마치 먹이 냄새처럼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장‧배달 급증...美 일회용 비닐봉투 부활  

 
코로나19 시대에 포장과 배달이 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도 급증하고 있다. AP통신,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오리건주, 뉴햄프셔주, 뉴멕시코주의 앨버커키, 워싱턴주의 벨링햄 등 여러 주와 도시들이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 금지령을 철회했다. 감염 공포 탓에 재사용이 가능한 쇼핑백 사용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다.  
 
미국의 한 음식점에서 비닐봉투에 배달 주문 음식을 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한 음식점에서 비닐봉투에 배달 주문 음식을 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전역의 식당들이 일제히 문을 닫고 포장‧배달 영업만 하는 것도 일회용 비닐봉지 금지령 철회에 영향을 미쳤다. 스타벅스 등 커피 전문점들은 카페 안에서의 일회용품 사용을 일시 허용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서울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2~3월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나온 재활용 쓰레기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정도 늘었다. 택배 박스, 일회용품, 배달 용기 등이 급증했다.  
 
영국에선 일회용품 쓰레기가 급증하면서 무단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트위터 캡처]

영국에선 일회용품 쓰레기가 급증하면서 무단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트위터 캡처]

 
영국에선 쓰레기 급증과 관리 소홀을 틈타 쓰레기 불법 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햄프셔‧맨체스터‧하트퍼드셔 등 곳곳의 길가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영국에 봉쇄령이 내려진 이후 쓰레기 불법 투기량이 88% 증가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문제는 봉쇄령으로 미국‧영국 등의 상당수 재활용 센터들이 문을 닫으면서 재활용 쓰레기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길도 막혔다는 점이다.  
 

"방역·환경 둘 다 잡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노력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마스크와 장갑 등 방역 폐기물은 제대로 버려야 한다. 우선 공공장소에 버려선 안 된다. 전문가들은 마스크와 장갑이 플라스틱 소재라고 할지라도 재활용 쓰레기로 취급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 두 가지는 바이러스 전파 방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코로나19 시대에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 같은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재활용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다. [뉴스1]

코로나19 시대에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 같은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재활용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다. [뉴스1]

 
데이비드 비더먼 북미 고형 폐기물협회 이사는 “일반 쓰레기와 함께 쓰레기봉투에 넣은 후 봉투를 단단히 묶어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작은 용기나 비닐봉지를 휴대해 거리에 쓰레기통이 없는 경우 다 쓴 마스크나 장갑을 넣을 수 있도록 한다.
 
방역 폐기물 불법 투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CNN에 따르면 미 매사추세츠주 에식스 카운티의 스왐스컷 경찰은 방역 폐기물을 불법 투기하다 적발되면 최대 5500달러(약 67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무인도 소코섬의 바다에 떠 있는 마스크. [오션스아시아 홈페이지 캡처]

무인도 소코섬의 바다에 떠 있는 마스크. [오션스아시아 홈페이지 캡처]

 
애초에 방역용품을 제작할 때부터 환경을 고려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는 에어백 소재를 활용해 50회까지 세척해 재사용할 수 있는 의료용 가운을 제작하고 있다. 또 미국 네브래스카대는 자외선이 마스크에 묻은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비정부기구(NGO) '폐기물 없는 유럽(Zero Waste Europe)'의 조앤 마크 사이먼은 “공중 보건과 환경 둘 가운데 하나를 희생하거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염병에 대비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사용한 일회용품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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