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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봉쇄 경제 취약도 보니…OECD 33개국 중 한국 14위

중앙일보 2020.04.30 05:00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해 부분·전면적 봉쇄를 겪은 가운데, 한국의 '코로나 봉쇄에 따른 경제 취약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3곳 중 14위로 나타났다. 

英이코노미스트, 봉쇄에 따른 취약도 분석
한국은 14위...제조업 비중 높아 '버팀목'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 등 남유럽 취약
재택근무 가능한 일자리 적은 국가 불리
관광·건설업 비중 높아도 직격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24일호에서 OECD 33개국을 대상으로 봉쇄에 따른 경제적 타격이 큰 '코로나 취약국' 순위를 매겼다. 
 
순위는 5개 지표의 평균 점수를 계산해 정했다.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일자리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소매·여행 관광 등 산업 비중▶경기부양책▶소규모 기업의 고용▶고용 보호 정도(일자리 안정성)다. 이코노미스트는 취약성을 결정하는 요소로 특히 ▶국가의 산업 구조▶기업의 구성(대기업·중소기업 비중)▶재정 부양 효과 등에 주목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OECD 33개국의 코로나 취약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14위로 조사됐다. 지난해 영국에서 열린 축구 경기를 보러온 손흥민 선수의 팬들이 태극기를 들어 응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OECD 33개국의 코로나 취약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14위로 조사됐다. 지난해 영국에서 열린 축구 경기를 보러온 손흥민 선수의 팬들이 태극기를 들어 응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앙일보가 이코노미스트의 전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OECD 33개국 중 한국은 14위로 나타났다. 한국의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일자리 비중'은 69%, 소매·관광업 비중은 14%로 조사됐다. 관광업 등 서비스업보다는 전기·전자(IT)·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진 것이 코로나 시국에서 뜻밖의 '강점'으로 작용한 사례다. 
 
한국의 순위는 중간 정도로 그리스·터키(2위)·스페인·이탈리아·헝가리(6위)·폴란드(7위) 등보다는 상황이 나았지만, 일본(23위)이나 영국(31위)보다는 취약할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일본·영국 등은 코로나 관련 재정을 늘린 덕에 상대적으로 덜 취약한 것으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스가 코로나 봉쇄로 인한 영향에 가장 취약할 국가로 랭크됐다. 고대 올림피아 경기가 시작된 유서깊은 그리스 아테네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에서 한 남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리스가 코로나 봉쇄로 인한 영향에 가장 취약할 국가로 랭크됐다. 고대 올림피아 경기가 시작된 유서깊은 그리스 아테네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에서 한 남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 봉쇄에 따른 영향에 가장 취약한 국가는 남유럽의 그리스였다. 그리스는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일자리 비중이 전체의 68%인 데다 소매·관광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3%로 조사됐다. 이밖에 3위는 스페인, 5위 이탈리아, 15위 프랑스였다. 순위가 높을수록 취약하다는 뜻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몇몇 남유럽 국가들이 미국과 북유럽 국가보다 훨씬 더 취약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코로나봉쇄에취약한OECD국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코로나봉쇄에취약한OECD국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노동집약적인 경제구조는 붕괴…건설·관광업 의존 위험

 
일단 주목해볼 요소는 산업구조다.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로 인한 봉쇄는 노동 집약적인 산업에 의존하는 나라들을 붕괴시킬 것"이라 진단했다. 건설업이나 관광업(숙박·항공·요식업 등)이 대표적인 예다. 관광업은 남유럽의 비금융 일자리 8개 중 1개를 차지한다.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 등 대표적인 관광 대국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소매업 중에서도 코로나 사태에 불리한 업종과 그렇지 않은 업종이 극명히 갈리는 모습이다. 온라인 쇼핑도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식료품이나 소독제 등 '필수적인' 온라인 쇼핑은 활황이지만, '덜 필수적인' 온라인 쇼핑으로 여겨지는 패션업계는 고통받고 있다. 
 
유럽의 패션 업체들은 쌓여가는 의류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프랑스 파리의 패션 광고판 앞을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유럽의 패션 업체들은 쌓여가는 의류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프랑스 파리의 패션 광고판 앞을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영국 패션업계는 전년동기대비 매출이 25% 감소했다. 유럽에서 의류 재고는 쌓여만 가는 중이다. 의류 브랜드 자라 등을 거느린 스페인 패션업체 인디텍스는 재고를 처분하려면 3억1300만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난국을 타개하려는 의류업체들의 헐값 판매도 이어지고 있다. H&M이 가격을 70% 내리고 갭(GAP)도 제품 가격을 50% 할인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노동력이 덜 필요한 대규모 광산업은 상대적으로 유리할 전망이다. 이런 이유로 캐나다는 코로나 봉쇄에도 선방할 것으로 여겨진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 
 

재택근무 가능해야 경제 지탱…금융업 유리 

 
재택근무가 가능한지 아닌지도 코로나 이후 경제에는 큰 영향을 준다. 시카고 대학의 조너선 딩겔과 브렌트 네이먼이 발표한 논문에서 스위스의 경우 전체 일자리의 45%가 재택 가능 일자리라고 추정했다. 많은 스위스인이 금융 산업에 몸담고 있다 보니 가능한 일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집에서 랩탑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관광업으로 먹고사는 남유럽에 재택근무는 '사치'다. 
  

작은 회사 많을수록 불리, 봉쇄 길어지면 타격 더 커  

 
경제를 떠받치는 기업 형태도 관건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소규모 기업의 비중이 큰 국가 경제는 '셧다운'이 오래가면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탈리아인의 50%는 10명 미만의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반면 영국에서는 10명 미만의 회사에 근무하는 비중이 20%였으며 미국은 이보다 훨씬 점유율이 낮았다. 
 
미국은 소규모 기업 자체는 적었지만, 상황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보유가 많지 않은 소기업은 매출이 줄면 살아남기 어렵다. 시카고대·하버드대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소기업 중 25%는 한 달을 버틸 만큼 충분한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일본은 재정확대로 코로나 '긴급수혈' 

 
33개국 중에서 코로나 재정지출을 적극적으로 늘린 국가들은 호주(GDP의 10.6%)·일본(GDP의 10%)·미국(GDP의 6.9%) 등이었다.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활동 중단을 '준 전시상황'으로 간주하고 긴급 수혈에 들어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소기업 등의 파산을 막기 위한 재정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소기업 등의 파산을 막기 위한 재정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 취약국들은 이런 '재정확대'를 맘 놓고 할 처지가 못 된다. 공교롭게도 2012년 유럽발 금융위기에서 문제가 됐던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다섯 나라 중 세 나라가 각각 취약국 1·3·5위를 차지했다. 경제환경이 악화하다 보니 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 등 부채가 많은 남유럽 국가들은 유럽연합(EU)에 1조 유로(1331조원) 이상의 공동 채권 발행을 요구하고 있다. EU가 코로나 상황에서 재정적 부담을 함께 짊어지자는 것이다. 
 
일단 EU 회원국들은 몇 차례 합의에 실패한 끝에 5400억 유로(716조원) 규모의 코로나 경제 대책에는 합의했다. 그러나 유로존 공동채권인 이른바 '코로나 채권' 발행에는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위기 이후 선진국 안에서도 '옥석구분'…코로나가 분기점 될 것

 
이번 코로나 19를 기점으로 세계 경제는 BC(Before Covid19·코로나 이전)과 AC(After Covid19·코로나 이후)로 나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0년간의 GDP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선진국의 성장률은 활황기보다는 침체기에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2000년대 전반기에 가장 실적이 좋은 선진국과 최악의 선진국의 GDP 성장률 연평균 격차는 5%포인트였다. 그러나 2008년~2012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 유럽발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기간에 GDP 성장률 격차는 10%포인트로 벌어졌다. 위기를 통해 선진국 안에서도 '옥석구분'이 됐단 얘기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위기는 구조적 약점을 드러내고 악화시킨다"면서 "이번 위기를 계기로 국가별로 타격이 큰 쪽과 덜한 쪽이 분명히 나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유진 기자·김지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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