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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조 쓰는데 심의는 졸속…재난지원금 '고무줄' 세출 조정

중앙일보 2020.04.30 00:5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정부가 잇따라 나랏돈을 쏟아내지만, 재원 마련은 졸속으로 일관했다. 국회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30일 의결했지만, 막판까지 나랏빚을 얼마나 늘리고 기존 예산을 얼마나 줄일지 등이 들쭉날쭉했다. 여기에 3차 추경은 시작도 전에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 엇박자가 나타나는 모양새다.
국회는 29일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하는 절차 등을 정한 기부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특별법안을 의결했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도 30일 처리했다. 뉴스1

국회는 29일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하는 절차 등을 정한 기부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특별법안을 의결했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도 30일 처리했다. 뉴스1

1.2조 세출조정 당일 심사 졸속 처리

국회는 30일 본회의에서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의결했다. 지방비를 포함한 총 규모는 14조3000억원이다. 국회는 또 긴급재난지원금 기부와 관련한 절차를 규정한 '기부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도 통과시켰다.
 
그러나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은 주먹구구였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29일 오후 “2차 추경분 국채는 국회에서 확정될 2차 추경의 규모, 그리고 얼마나 세출 구조조정을 할지에 따라 몇조가 될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2차 추경 처리에 합의한 당일에도 재정당국이 얼마나 나랏빚이 늘어날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는 얘기다. 실재로 기재부의 '숫자 작업'이 끝나지 않아 본회의에서 다른 법안들이 의결되는 동안 예결위가 열리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29일 자정을 넘기면서 본회의 차수를 변경했다. 
  
시간에 쫓기는 바람에 세출 구조조정 사업에 대한 깊이 있는 심사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재난지원금의 규모와 재원 조달 방식의 키를 정치권이 쥐고 흔들며 정부의 스텝이 꼬였다. 여야는 기재부의 반대에도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 지급하기로 하면서 정부 부담 몫을 기존 7조6000억원에서 12조2000억원으로 늘렸다. 그러면서 늘어난 4조6000억원 중 3조6000억원을 적자 국채 발행으로, 1조원은 세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하기로 지난 27일 합의했다. 그러다가 29일에는 세출 조정액을 1조2000억원으로 늘리기로 다시 정했다. 
 
기재부는 부랴부랴 세출 조정 최종안을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연가보상비 등 공무원 인건비 삭감(820억원), 코로나 19 여파로 집행이 미뤄질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2000억원, 공적개발원조(OCDA) 사업 등을 추가로 감액해 세출 조정액수를 늘렸다. 유가 하락을 반영한 유류비 절감 폭도 730억원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국회가 이를 내실 있게 심사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게다가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나라 곳간이 얼마나 줄어들지조차 알 수 없다. 재난지원금 중 일부를 자발적 기부를 통해 돌려받기로 했는데 그 규모를 예상할 수 없어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재난지원금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원칙 없이 이리저리 휘둘리다 보니 재원 마련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미뤄지며 졸속 처리됐다”며 “자발적 기부에 기대서 재정 운용을 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9일 국회에서 김재원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이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논의를 위해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국회에서 김재원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이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논의를 위해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3차 추경은 시작부터 엇박자

재원 마련을 둘러싼 잡음은 3차 추경에도 이어질 태세다. 재원 마련 방안을 놓고 내각을 책임지는 총리와 경제 컨트롤타워인 부총리가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3차 추경 규모는 3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게 기재부 안팎의 시각이다. 고용, 소비대책 등 담아야 할 게 많아서다. 
 
반면 재정 압박은 더 심해진 상태다. 2차 추경 규모가 늘어나지 않고 7조6000억원을 유지했더라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4.3% 적자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4.7% 적자)이후 가장 큰 적자 폭이다. 2차 추경으로 인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89조4억원으로 늘어난다. 국가채무는 819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90조2000억원 늘었다. 3차 추경 등이 시행되면 98년 적자 폭을 뛰어넘을 수 있다.  
 
 
재원 마련 방법으로 정세균 총리는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내세웠다. 정 총리는 “3차 추경을 편성하게 되면 세출 구조조정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강도 높게, 광범위하게 해서 재원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할 작정”이라고 강조했다. 대규모 국채 발행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를 의식한 말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왼쪽은 정세균 국무총리. 임현동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왼쪽은 정세균 국무총리. 임현동 기자

하지만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는 정 총리의 발언과 결이 다른 말을 했다. 홍 부총리는 “여력을 최대한 확보해 세출 구조조정을 더 하려 하지만 규모가 커지는 부분은 대부분 적자 국채로 충당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2차 추경에서 이미 예상보다 더 많은 세출 조정을 했다. 그런 만큼 더 쥐어 짜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3차 추경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것만큼 재원 조달 원칙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 위기가 언제까지, 얼마나 확대될지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정 운용의 원칙이 확고해야만 중구난방식 대응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돈을 쓸 때 써야 하는 만큼 국채 발행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다만 어느 부분에 어떻게 써야 한다는 원칙을 제대로 세우고, 규제 개혁 등을 병행해야 재정을 쓴 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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