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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굴욕…성장률 -8%, 신용은 '투자 부적격' 직전

중앙일보 2020.04.29 15:35
이탈리아 나폴리 거리에서 이탈리아 국기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마스크로 표현한 대형 포스터 앞으로 한 남성이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탈리아 나폴리 거리에서 이탈리아 국기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마스크로 표현한 대형 포스터 앞으로 한 남성이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로존 3위 경제 대국’ 이탈리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나날이 굴욕을 당하고 있다. 국가 신용등급은 ‘투자 부적격(투기)’ 등급 직전까지 떨어진 데다 올해 유로존 내 성장률 최하위권은 떼놓은 당상이다. 부채 규모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탈리아, 성장률·부채 '유로존 꼴찌' 그리스 다음
신용등급 '투기'로 떨어지면 266조원 빠져나갈수도
해결책은 '코로나본드'…독일 반대로 도입 어려워
5월 4일부터 경제 재가동…공장·도매업 업무 시작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2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BBB-’는 투기등급보다 불과 한 단계 위다. 피치는 “코로나19가 이탈리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반영한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은 이탈리아 정부가 제시한 것과 동일한 마이너스(-) 8%로 전망했다.  
 
이어 피치는 “올해 이탈리아 정부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56%까지 오를 것”이라며 신용등급 강등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24일 내각회의를 열고 올해 국가 부채 목표를 GDP의 155.7%로 설정한 경제·재정 계획을 의결했다. 이는 지난해 134.8% 대비 20%포인트 이상 상승한 규모로, 이 수치가 현실화한다면 2차 세계대전 이래 최악의 국가 부채를 짊어지게 된다. 이탈리아의 부채 비율은 지금도 유로존 내에서 가장 높은 그리스(GDP의 181%)에 이어 2위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5월 4일부터 경제를 재가동하고 일상생활 규제를 풀기로 했다. [EPA=연합뉴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5월 4일부터 경제를 재가동하고 일상생활 규제를 풀기로 했다. [EPA=연합뉴스]

심지어 이탈리아는 올해 성장률 면에서 유로존 내 최하위권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이탈리아 성장률은 -9.1%를 기록할 전망이다. 다음으로는 스페인이 -8.0%로 부진하고, 프랑스와 독일은 각각 -7.2%, -7.0%로 역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보다 올해 성장률 전망이 나쁜 곳은 그리스(-10%)가 유일하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GDP 기준으로 세계 8위의 경제대국이다. 유로존 내에서는 독일과 프랑스에 이은 3위이다. 그런데도 나라 경제를 보는 외부 시선은 웬만한 신흥국 수준으로 차가워져 있다. 이에 대해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이탈리아 경제장관은 “이탈리아의 경제 기초체력과 국가 재정은 탄탄하다”고 강조했다.  
 
만약 이탈리아의 신용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질 경우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이탈리아에서 약 2000억 유로(약 266조24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가 추정하는 이탈리아 국채 보유 규모는 1000억 유로(약 133조1790억원)로, 이탈리아 국채에 투자한 미국·유로존·아시아 금융기관의 자산가치가 급락해 전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 사태로 인한 거리 소독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로마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 사태로 인한 거리 소독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의 신용 위기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코로나 본드'(채권) 도입이라고 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코로나 사태에 맞서기 위해 유로존 공동명의의 채권을 찍는 방식인데, 이탈리아와 같이 신용도가 떨어진 국가의 경우 독일처럼 최고 등급을 받은 국가와 함께 채권을 발행하면 낮은 금리로 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독일·네덜란드 등 신용도가 높은 국가들이 반대하고 있어 코로나본드 도입은 당장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정부는 5월 초부터 봉쇄를 완화해 경제를 재가동할 방침이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26일 “일상생활 규제는 5월 4일부터 완화된다”며 “마스크를 착용했다면 소규모로 가족 친지를 만날 수 있고, 장례식도 최대 15인 한정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장·건설회사·제조기업·일부 도매업도 다시 업무를 시작한다. 식당도 다시 열지만, 포장 판매만 가능하다. 식당에서 식사는 6월부터 가능해질 전망이다. 5월 18일부터는 닫았던 도서관과 미술관이 다시 문을 열고, 스포츠팀 단체 연습도 재개된다. 영국 BBC는 “이탈리아 당국은 자국 감염률이 낮아졌고, 경제 셧다운을 더는 견디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했지만, 섣부른 경제 재가동은 심각한 코로나19 2차 파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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