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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의사, 환자 임종·성기 노출···유튜브 알권리가 불편하다

중앙일보 2020.04.29 14:45
건국대 충주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유튜브 개인 채널에 응급실 환자들의 진료 모습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유튜브 캡쳐]

건국대 충주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유튜브 개인 채널에 응급실 환자들의 진료 모습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유튜브 캡쳐]

 
건국대학교 충주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가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들을 진료하는 모습을 촬영해 개인 유튜브 채널에 올려 의료 윤리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영상엔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가 진료 중 숨을 거두는 장면과 환자의 항문 등 내밀한 신체 부위가 드러나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R story(응급실 일인칭 브이 로그)’라는 유튜브 채널이 만들어진 건 지난달 28일. 응급실에서 근무한 지 15년이 넘었다고 말한 글쓴이는 채널 소개란에 “모든 에피소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1인칭 시점으로 촬영했다. 질병의 진단과 과정을 좀 더 사실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의료인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좀 더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 응급실 진료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통사고 환자 사망 선고 장면 그대로  

건국대학교 충주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가 지난 15일 교통사고로 실려온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하는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유튜브 캡쳐]

건국대학교 충주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가 지난 15일 교통사고로 실려온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하는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유튜브 캡쳐]

그의 말대로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선 적나라한 응급 현장을 담고 있었다. 특히 지난 15일 ‘Ep. 6 외상환자의 심폐소생술/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실제상황/병원 다큐멘터리’편에선 교통사고로 정신을 잃고 실려 온 환자를 상대로 심폐소생술과 기관 삽입하는 모습이 이어진다.  
 
환자의 얼굴과 병원을 특정할 수 있는 부분, 환자의 성기는 모자이크로 처리했지만, 체모나 상체 대부분은 그대로 노출됐다. 치료를 받던 환자는 심폐소생술 도중 사망했다. 영상에서 해당 교수는 ”안타깝지만 안 되겠다. 마음이 아프다“며 사망 선고를 했다.  
 
건국대 충주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지난 16일 항문에 이물질이 낀 환자를 진료한 상황을 유튜브에 올렸다. [유튜브 캡쳐]

건국대 충주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지난 16일 항문에 이물질이 낀 환자를 진료한 상황을 유튜브에 올렸다. [유튜브 캡쳐]

다음날(16일) 올라온 ‘Ep. 7 항문에 무엇을 넣었나요?/아파도 꺼내야 해요’라는 제목의 영상에선 항문에 이물질이 낀 환자가 등장한다. 환자가 하의를 벗고 돌아눕자 자막엔 ‘뿌지직 윤활제 짜는 소리^^’라는 설명이 나왔다. 역시 환자의 민감한 부위는 모자이크했으나 둔부에 손가락을 넣고 확인하는 부분이나 기계를 넣어 이물질을 빼는 장면은 고스란히 찍혔다. 두 영상은 각각 6797회, 5054회 조회 수를 기록했다.
 

마지막 업로드 16일…29일 새벽 채널 삭제

영상에선 환자의 병명과 증상, 집도 시 유의사항 등 설명이 나왔지만 환자의 동의를 받고 촬영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선을 넘었다”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논란이 됐고 16일 올라온 영상을 마지막으로 29일 새벽 유튜브 채널은 삭제됐다. 
 
해당 병원은 2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병원에서는 전혀 몰랐던 사실로 오늘 알게 됐다. 자체적으로 윤리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보통 교육용으로 수술 부위를 찍어두는 경우는 있는데 이때도 환자의 얼굴이나 신상정보를 절대 알 수 없게 해당 부위만 찍는다”면서 “일반인들도 볼 수 있는 공개된 곳에 올렸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국대학교 충주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가 지난달 28일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하며 취지를 설명한 글이다. [유튜브 캡쳐]

건국대학교 충주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가 지난달 28일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하며 취지를 설명한 글이다. [유튜브 캡쳐]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진들의 유튜브 영상 업로드 범위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 정보더라도 개인의 동의 받지 않았거나 불쾌할 수 있는 내용 노출에 대해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지 등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앞서 지난해 11월 의사들의 소셜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용 준칙엔 ▶식별 가능한 환자 정보를 게시해서는 안 된다 ▶소셜미디어상의 게시물의 공개 범위 설정에 있어 신중하여야 한다 ▶동료 의사를 포함한 의료계 전체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저하하고 부정적 인식을 유발할 수 있음을 인지하도록 한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 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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