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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트럼프 대놓고 조롱 "그의 말이 맞다···살균제 주사 놔라"

중앙일보 2020.04.29 11:44
중국의 말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책임론을 중심으로 미국 등 서방의 공세가 거세지는 것과 비례해 이에 대응하는 중국의 발언 또한 날로 험해지고 있다.
 

후자오밍 중국 공산당 대변인 트윗 날려
“거짓말·증오 퍼뜨리지않게 살균제주사 필요”
트럼프 ‘살균제 인체 주입’ 발언 풍자
미국에선 “미국인 죽으란 말이냐” 강력 반발
중국의 ‘늑대전사’ 외교로 말 갈수록 험악
공격외교 선호 시주석에 충성경쟁 양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 코로나19를 빨리 잡고 싶은 심정에서 ’살균제를 인체에 주사하면 어떨까“하는 말 실수를 했다가 중국으로부터도 원색적인 말로 조롱을 당하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 코로나19를 빨리 잡고 싶은 심정에서 ’살균제를 인체에 주사하면 어떨까“하는 말 실수를 했다가 중국으로부터도 원색적인 말로 조롱을 당하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최근 미·중 간 또 하나의 말싸움이 붙었다. 지난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살균제 인체 주입” 발언에 대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대변인 후자오밍(胡兆明)이 26일 두 개의 트윗을 날린 게 문제가 됐다.
  
후 대변인은 첫 번째 트윗에서 “(트럼프) 대통령 말이 맞다. 살균제는 바이러스를 죽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살균제 수출국이다. 미국에 살균제가 떨어지는 걸 걱정하지 마라. 중국에서 수입하면 된다”고 했다.
 
올해 54세의 후자오밍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대변인은 ’살균제 주사가 정말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자신의 트윗에 대해 ’내가 ‘미국인’이라고 쓰지는 않았다“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중국 바이두 캡처]

올해 54세의 후자오밍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대변인은 ’살균제 주사가 정말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자신의 트윗에 대해 ’내가 ‘미국인’이라고 쓰지는 않았다“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중국 바이두 캡처]

 
어떻게 든 빨리 코로나19를 잡고 싶은 심정에서 지난 23일 살균제를 인체에 주사하면 어떨까 하는 말을 내놓은 트럼프 대통령의 실언을 조롱한 것이다. 이 정도도 꽤 문제가 될 터인데 후자오밍은 얼마 후 또다시 트윗을 날렸다.
 
“대통령 말이 맞다”며 첫 번째 트윗과 똑같이 운을 뗀 뒤 “어떤 사람은 정말로 살균제 주사가 필요하다. 아니면 적어도 살균제로 양치질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말할 때 바이러스나 거짓말, 증오를 퍼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의 후자오밍 대변인은 지난 26일 두 개의 트윗을 날려 ’정말로 살균제 주사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바이러스나 거짓말, 증오를 퍼뜨리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의 후자오밍 대변인은 지난 26일 두 개의 트윗을 날려 ’정말로 살균제 주사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바이러스나 거짓말, 증오를 퍼뜨리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미국이 발끈한 건 불문가지다. 27일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전한 바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의 조시 로긴은 “이건 중국 공산당 대변인이 미국민에게 죽으라고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아시아소사이어티 선임 연구원인 아이작 스톤 피시도 “중국 공산당 대변인의 매우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발언”이라고 트윗에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매체 데일리 컬러(Daily Caller)는 아예 “살균제 주사를 놓아 미국인을 죽이려 한다”고 보도했다. 후자오밍에 쏟아진 미국 내 비난 댓글을 모아 후자오밍을 집중 공격한 기사였다.
 
미 워싱턴 포스트의 조시 로긴은 후자오밍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대변인의 ’살균제 주사 필요“ 운운 트윗에 분개해 ’중국 공산당 대변인이 미국민에게 죽으라“고 한다는 반박 트윗을 올렸다. [중국 환구망 캡처]

미 워싱턴 포스트의 조시 로긴은 후자오밍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대변인의 ’살균제 주사 필요“ 운운 트윗에 분개해 ’중국 공산당 대변인이 미국민에게 죽으라“고 한다는 반박 트윗을 올렸다. [중국 환구망 캡처]

 
이에 환구시보는 이성 있는 미국인은 후자오밍의 트윗을 서방에서 자주 쓰는 풍자나 조롱 정도로 여기는 데 미국 내 반중 세력이 이를 침소봉대하고 있다며 후 대변인 변호에 나섰다.
 
후자오밍 본인은 “나는 그 어떤 사람한테도 죽으라고 말하지 않았다”며 “내 글에서 ‘미국인’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살균제 주입”은 내가 시작한 말도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미 아시아소사이어티 선임 연구원 아이작 스톤 피시는 ’중국 공산당 대변인의 매우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발언“이라며 후자오밍 공산당 대외연락부 대변인이 지난 26일 올린 트윗을 비판했다. [중국 환구망 캡처]

미 아시아소사이어티 선임 연구원 아이작 스톤 피시는 ’중국 공산당 대변인의 매우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발언“이라며 후자오밍 공산당 대외연락부 대변인이 지난 26일 올린 트윗을 비판했다. [중국 환구망 캡처]

 
하지만 후자오밍의 해명은 오히려 많은 미국민의 분노를 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미국 비난 수위가 이젠 트럼프 대통령을 대놓고 조롱하는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환구시보의 편집인 후시진(胡錫進)은 중국 당국이 우한(武漢)의 사망자 수를 50% 늘려 수정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두 배로 늘었다”고 한 말을 갖고 “어릴 적 산수도 잘 배우지 못했나”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후시진 중국 환구시보 편집인은 지난 18일 중국 당국의 우한(武漢) 사망자 수 50% 수정 발표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사망자가 두 배로 늘었다“고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어릴 적 산수도 잘못 배웠나“라는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던졌다. [중국 바이두 캡처]

후시진 중국 환구시보 편집인은 지난 18일 중국 당국의 우한(武漢) 사망자 수 50% 수정 발표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사망자가 두 배로 늘었다“고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어릴 적 산수도 잘못 배웠나“라는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던졌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 외교관의 언사가 갈수록 거칠어지는 현상에 대해 2019년 영국 BBC 방송은 “중국 외교관이 ‘늑대 전사(戰狼, War Wolf)’가 되고 있다”고 표현한 바 있다. 덩샤오핑(鄧小平) 시기 경제 외교에 주력하던 온화한 태도에서 벗어나 싸움꾼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이후 적극적인 외교를 주문하면서 중국 외교관의 발언은 지난 2년 사이 눈에 띄게 거칠어지고 있다. 중국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6일 이 같은 변화가 중국의 국력 신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중국이 순종적이던 시대는 지났다. 그런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이후 공격적인 외교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외교관의 언사도 갈수록 직설적이며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제는 싸움꾼 같다는 말도 듣는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이후 공격적인 외교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외교관의 언사도 갈수록 직설적이며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제는 싸움꾼 같다는 말도 듣는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내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스잔(施展) 중국외교학원 세계정치연구센터 주임은 “중국 외교관의 민족주의적 발언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같은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시 주석이 공격적인 외교를 선호하자 중국 외교관 사이에선 마치 충성 경쟁이라도 벌이듯 목소리를 높이는 게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잔 중국외교학원 세계정치연구센터 주임은 코로나19 시기 중국 외교관의 공격적인 언사가 타국으로부터 신뢰를 잃게 할 수 있어 수출 주문을 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스잔 중국외교학원 세계정치연구센터 주임은 코로나19 시기 중국 외교관의 공격적인 언사가 타국으로부터 신뢰를 잃게 할 수 있어 수출 주문을 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 외교관이 코로나19와 관련한 공격적인 대응에 나섰다가 문제가 돼 주재국 정부나 국제기구에 초치 당한 사례가 프랑스, 카자흐스탄, 나이지리아, 케냐, 우간다, 가나, 아프리카연합 등 7건에 달한다고 한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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