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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버그’ 리카즈, “금값 상승은 Fed 위기신호, 끝내 파산할 수도”

중앙일보 2020.04.29 11:02
‘골드버그(gold bug)’는 ‘금만이 돈’이라고 믿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이다. 모든 통화 가운데 마지막으로 금과 묶여 있던 미국 달러마저 태환이 중단된 지 49년이 흘렀다. 내재가치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종이가 돈으로 구실 하는 시대가 반세기나 이어졌는데, 골드버그는 여전히 금의 귀환을 목놓아 외치고 있다. 중심인물이 바로 제임스 리카즈다.『화폐몰락』 등의 지은이다.
골드버그 제임스 리카즈는 "코로나19 사태로 종이돈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버그 제임스 리카즈는 "코로나19 사태로 종이돈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리카즈는 위기 순간이면 소환되는 인물이다. 중앙일보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전례가 없을 정도로 벌이고 있는 머니프린팅 이후를 가늠해보기 위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화폐몰락』 지은이 제임스 리카즈 전화 인터뷰

디플레이션 상황인데도 오르는 금값이 심상찮다.
달러 등 종이돈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Fed 총자산 10조 달러 넘으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통화전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종이돈 가치는 금 무게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금값이 치솟고 있어 전화를 걸었다.
“예상했던 일이다. 1온스(31.1g) 가격이 1700달러를 웃돌고 있다. 4월 들어 본격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이 패닉을 보인 지난달 19일 전후 금값이 추락했다. 왜 그랬을까.
“그때는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다. 당장 지급의무(빚)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달러 확보 전쟁이 벌어졌다. 예외적인  순간은 금 가치를 판단할 때 빼야 한다. 또 우리 습관을 바꿀 때가 됐다.”
무슨 말인가.
“우리는 금 가격을 달러나 유로, 그리고 기자가 사는 한국의 원화로 표현한다. 이는 부적절하다. 금 무게, 즉 1온스를 바탕으로 달러나 유로, 원화의 가치를 따져봐야 한다.”
리카즈의 말은 ‘셈의 단위(money of account)’가 각국 통화가 아닌 금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달러 1단위=금 0.0183온스’가 적절하다는 얘기다.  

“금을 기준으로 하면 원화가 달러보다 더 하락했다.”

금을 기준으로 따지면 어떤가.
“올 들어 미국 달러화는 12.37% 정도 떨어졌다. 유로화 가치는 16.38% 정도 하락했다. 한국 원화는 어떨까. 18.74% 정도 하락했다. 통화끼리 환율을 계산하면 가치 등락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금을 기준으로 하면 아주 명쾌해진다.”
금 1온스(31.1g) 기준 원화, 달러화, 유로화 가치는?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금 1온스(31.1g) 기준 원화, 달러화, 유로화 가치는?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왜 요즘 금값이 오를까.
“금값은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이나 정치적 불안 때문에 오른다. 하지만 지금은 디플레이션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로 실업률이 급등하고 있다. 전체 수요가 줄어 물가가 오를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도 물가가 오른다. 이상하지 않는가.”

“종이돈에 대한 믿음은 2008년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이상하다. 왜 그런가.
“종이로 만든 통화가 신뢰를 잃고 있다. 달러와 원화 등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이어져 온 상황이 최근 악화하고 있다.”
리카즈의 책 가운데 가장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은행이 멈추는 날』.

리카즈의 책 가운데 가장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은행이 멈추는 날』.

왜 신뢰가 더 떨어지고 있을까.
“중앙은행이 파산할 수 있어서다. 미 Fed가 양적 완화(QE) 등으로 대차대조표(총자산)가 5조 달러를 넘어 조만간 10조 달러(1경2200조원)에 이를 것이다. 1조 달러는 임계점(tipping point)이다.”
어떤 일이 발생할까.
“Fed 등 중앙은행이 파산하는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 중앙은행은 종이돈을 찍어낼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은행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머니프린팅 능력만 믿고 달러나 유로, 원화를 마구 찍어 내놓았다. 하지만 Fed 전체 자산이 10조 원에 이르면 종이돈 달러에 대한 신뢰가흔드릴 수밖에 없다. 지금 금값 상승이 그 증거다. 지금 금값 상승은 위기를 알리는 신호다.”

“Fed가 흔들리면 IMF가 구제에 나설 수 있다”

Fed가 위기에 빠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
“Fed도 구제금융을 받아야 한다. Fed보다 신뢰가 높은 기관이 나서야 한다. 한국이 금융위기를 맞을 때 미국 달러가 구제금융의 수단이었다. Fed가 흔들리면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행하는 특별인출권(SDR)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상당히 파격적인 주장이다. 일반 통화이론가들이 ‘상상은 할 수 있으나 현실이 될 가능성이 아주 낮은 사건’을 리카즈가 “곧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화제를 바꿔 통화전쟁 가능성을 물었다.  
미 연방정부 부채비율(GDP 기준)이 역사상 가장 높은 2차대전 때만큼 높아질 전망이다.

미 연방정부 부채비율(GDP 기준)이 역사상 가장 높은 2차대전 때만큼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경제위기와 통화전쟁을 경고했는데.
“맞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 때문이기는 하지만 경제위기는 현실이 됐다. 통화전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왜 그럴까.
“각국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쓰는 카드는 주로 세 가지다. 첫 번째는 통화정책이다. 금리를 낮추고 돈을 찍어내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재정확대다. 지금 미국 등의 국가부채가 심각한 수준이다. 한계에 이르렀다. 연방정부 부채 비율이 2차대전 수준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세 번째가 통화전쟁이란 말인가.
“바로 그것이다. 자국 돈 가치를 떨어뜨려 이웃(교역 상대국)을 등치는 전략이다. 자국 통화 가치만 떨어뜨리면 되기 때문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가 통화전쟁 가능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제임스 리카즈

변호사이지만 통화제도 분석가이자 투자 은행가, 위기 관리자로 30년 이상 활동해온 금융 전문가다. 현재 미국 국방부와 미 정보기관, 주요 헤지펀드 등에 글로벌 금융상황을 자문하고 있다. 펜타곤이 금융전쟁 게임을 진행할 때 일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저서로는『은행이 멈추는 날』, 『금의 귀환』 등이 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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