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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실패 뒤 軍 기부 마스크 성공…불교·개신교·천주교 합동작전

중앙일보 2020.04.29 05:00
육군 37사단 군종장교와 장병이 직접 제작한 마스크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육군 37사단]

육군 37사단 군종장교와 장병이 직접 제작한 마스크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육군 37사단]

 
“법사님 마스크를 썼는데 숨이 막힙니다.”

육군 37사단 직접 만든 마스크 증평군 전달
숨 막히고, 방수 안된 시제품 등 실패 겪어
하루 20~30장 제작해 위병 근무자에 전달
"코로나 종식될 때까지 마스크 기부할 것"


육군 37사단 군종참모인 박호준(37·법사) 소령은 지난 3월 초 자신이 만든 마스크를 시연하는 자리에서 크게 낙심했다. 방수 기능이 워낙 강한 겉감을 쓰는 바람에 마스크를 쓴 군종병이 호흡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박 소령은 “방수 기능만 생각해서 겉감을 비닐 재질로 쓰다 보니 호흡이 안되는 문제가 생겼다”며 “시행착오를 거쳐 3주 뒤 KF94와 비슷한 성능을 가진 수제 마스크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10번의 도전 끝에 완성한 수제 마스크를 지역사회에 기부한 군인이 화제다. 29일 육군에 따르면 37사단 소속 군종장교와 장병이 지난 27일 충북 증평군청을 찾아 수제 마스크 100장을 전달했다. 이 마스크는 원단 구매부터 도안 그리기, 필터를 부착하는 마감 작업까지 군인 손을 거친 제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의 주원인인 비말을 막는 스펀본드(spunbond) 부직포와 정전기 필터 원료인 멜트블로운 원단을 썼다. 시중에 파는 마스크처럼 4중으로 처리해 기능 면에서 손색이 없다.

 
 마스크 제작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불교 법사인 박 소령이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2월20일부터 법회가 중단된 이후 경계 근무를 서는 장병들에게 마스크를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며 “의료업계에 종사하는 신도에게 마스크 재료를 얻고, 유튜브와 인터넷으로 마스크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고 했다.

육군 37사단 군종장교와 군종병이 만든 수제 마스크. [사진 육군 37사단]

육군 37사단 군종장교와 군종병이 만든 수제 마스크. [사진 육군 37사단]

 
 박 소령은 시중에 유통되는 마스크 5~6개를 구매해 하나하나 뜯어봤다고 한다. 박 소령은 “대부분 방수 기능이 있는 겉감과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기본 필터와 정전기 필터, 입술에 닿는 안감 등 4중 구조의 마스크였다”며 “성능이 비슷해 보이는 원단 몇 개를 사서 3월 초 시제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완제품이 나오기까지는 20여일이 더 걸렸다. 애써 만든 마스크가 방수 효과가 없거나, 원단을 잘못 써서 호흡이 안되는 문제가 생겼다. 속옷에 들어가는 고무줄을 귀걸이로 쓰는 바람에 아예 착용을 못 한 마스크도 있었다. 주방 행주에 쓰이는 천으로 필터를 만들었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다. 박 소령은 “재료를 제대로 써서 만든 마스크도 얼굴에 밀착이 되지 않거나 말할 때마다 흘러내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시제품을 만들 때마다 생기는 문제를 보완하면서 완제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박 소령은 법당 안 식당에서 군종병과 열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지난달 23일 마스크 제작 공정을 완성했다. 이후 부대 군종 목사와 군종신부에게 동참을 부탁했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 3개 종파 군종장교와 군종병 등 6명은 하루에 마스크 20~30개를 제작했다. 제작비용은 부대원들의 헌금으로 마련했다. 박 소령은 ”일과 이후 시간을 쪼개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일정이 없는 날에는 50장까지도 만든다“고 했다.

육군 37사단 군종장교들이 지난 27일 직접 제작한 마스크를 증평군청 환경과에 전달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일 대위(군종목사), 이민우 상병, 박호준 소령(군종법사), 유윤상 대위(군종신부). [사진 육군 37사단]

육군 37사단 군종장교들이 지난 27일 직접 제작한 마스크를 증평군청 환경과에 전달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일 대위(군종목사), 이민우 상병, 박호준 소령(군종법사), 유윤상 대위(군종신부). [사진 육군 37사단]

 
 이들은 외부인과 연락이 잦은 위병소 근무자들에게 하루 20장씩 마스크를 보냈다. 지금까지 장병들에게 공급한 마스크는 400장이 넘는다. 마스크 제작에 속도가 붙으면서 추가 생산된 마스크는 증평군청을 통해 부대 주변 독거노인과 취약계층에 전달하도록 했다. 군종 목사 장일(35) 대위는 “코로나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마스크를 계속 만들 생각이다. 마스크 구매가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증평=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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