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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전몰' 위기 처한 글로벌 크루즈 산업의 속사정

중앙일보 2020.04.29 05:00
대형 크루즈선 여행업계가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았다. [AFP=연합뉴스]

대형 크루즈선 여행업계가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았다. [AFP=연합뉴스]

 
국제 크루즈선 산업이 좌초 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온상(溫床)으로 몰리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주가가 증명한다. 크루즈선 관광 전문 여행업체 중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주가는 1월 대비 70~80% 폭락했다. 역시 코로나19가 강타한 항공업계 주가는 같은 기간 60% 떨어졌다. 항공업계보다 크루즈선 산업이 더 큰 타격을 입은 셈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해상 위의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제목으로 국제 크루즈선 산업을 집중 조명했다. 영국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국제 크루즈 관광업계는코로나19 이후에도 회복 불가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좌초위기몰린크루즈산업.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코로나19로좌초위기몰린크루즈산업.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크루즈선은 특성상 코로나19에 특히 취약하다. 정박할 때를 제외하고는 선박 안에서 다른 승객 및 승무원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2월 초 일본 요코하마(橫浜)에 정박했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승객과 승무원 3700명 중 최소 712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승객들의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높아 코로나19에 취약한 점도 있다. 국제크루즈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크루즈선 승객 전체의 3분의 1이 60대 이상이었다.  
 
신종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격리된 재일동포 60대 여성 K씨(오른쪽)가 남편과 함께 베란다에 걸어둔 태극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신종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격리된 재일동포 60대 여성 K씨(오른쪽)가 남편과 함께 베란다에 걸어둔 태극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크루즈선은 관광업계에선 안정적 캐시 카우(cash cowㆍ확실한 돈벌이)로 통했다. 크루즈선 산업의 빅3 기업은 카니발, 로열 캐리비안, 노르웨이지안 크루즈 라인인데,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들의 지난해 연매출은 500억 달러(61조2750억원)에 달했다. 경제적으로 비교적 여유로운 은퇴 세대 또는 부유층이 이용하는데다, 크루즈 선박 안 카지노 등에서 높은 매출이 발생한다. 국내 여행사가 판매했던 122일의 세계여행 크루즈 여행상품 가격을 찾아보니 가장 저렴한 객실이 1인당 2590만원이었다.  
 
크루즈선 산업이 위기에 몰리면서 관련 업계 및 국가도 울상이다. 크루즈선 승객에 의존도가 높았던 멕시코의 작은 섬 코즈멜의 지역 경제는 붕괴 위기다. 이코노미스트는 “코즈멜의 지역내 총생산의 70%는 크루즈선이 정박과 관련해 발생한다”며 “코로나19 이후로 정박하는 크루즈선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본에 정박 중인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코로나19의 온상이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에 정박 중인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코로나19의 온상이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크루즈선 업계가 위기를 키운 측면도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뒤에도 수 주에 걸쳐 운항을 계속한 탓이 크다. WP는 “코로나19가 2월 초 처음으로 발생한 뒤에도 (크루즈선) 업계는 운항을 멈추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로 인해 최소 55척의 크루즈선 승객과 승무원이 감염됐다”고 전했다. 크루즈선들이 운항을 멈추기로 한 뒤에도 각국에서 정박을 허용하지 않아 승객들의 불만도 커졌다.  
 
그러나 크루즈선 업계의 강점은 현금 부자라는 점이다. 이들이 비축해놓은 현금 실탄 덕에 향후 6개월 동안은 도산을 면할 수 있다는 게 연구조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분석이다. 반면 아메리칸 에어라인과 같은 항공사들은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위기가 계속되면 빠르면 석 달 안에 돈줄이 마를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연된 타이타닉의 모습. [EPA=연합뉴스]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연된 타이타닉의 모습. [EPA=연합뉴스]

 
크루즈선 산업의 역사는 위기 극복의 역사였다. 1900년 6월 첫 대형 크루즈선인 프린제신 빅토리아 루이즈 이후로, 1912년 타이태닉 침몰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항공 여행이 보편화하면서 또 한 번 위축됐으나 캐리비언 해협 크루즈 등, 대형 여객기의 운항이 어려운 곳에 집중한 루트를 개발하면서 크루즈선 여행은 살아남았다.  
 
현금 걱정은 당장 덜하다고 하지만 미래는 암울하다. 크루즈선에 대한 인식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젊은 밀레니얼 세대의 여행 스타일도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밀레니얼 이후 세대들은 환경친화적 운송 수단을 사용하는 여행을 좋아하고, 한 곳에 갇혀 있기 보다는 활발히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크루즈선 관광이 이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면 미래엔 아예 회복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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