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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만 명 지역에 중환자실 10개…로힝야 난민, 코로나가 불안하다

중앙일보 2020.04.29 00:28 종합 26면 지면보기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유엔난민기구(UNHCR)는 지난달 25일 코로나19 긴급대응을 위한 2억5500만 달러의 지원을 국제사회에 요청했다.  식수 보건위생 강화와 인구 밀집지역인 도시·난민촌에 대한 구호물자 제공 등을 위해서다. UNHCR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국경을 넘은 난민 2590만 명, 국내 난민 4130만 명, 망명 희망자 350만 명 등 7080만 명의 난민이 있다. 대부분은 가난한 시리아·아프가니스탄·남수단·우간다·방글라데시에 몰려 있다.
 

방글라데시, 의사·병상 태부족
ICRC, 난민에 ‘손 씻기’ 보건 교육
개도국·난민에 K방역 실천 기회

특히 방글라데시에는 2017년 8월 이후 이웃 미얀마 라카인 지역에서 밀려난 로힝야 난민 94만 명이 동남부 콕스바자르 지역에 밀집해 있다. 단일 난민촌으론 세계 최대 규모인 쿠투팔롱 난민촌에는 33.67㎢의 좁은 땅에 85만9000여 명이 몰려 ㎢당 인구밀도가 2만5517명에 이른다. 사람이 몰리고 위생도 좋은 취약지역이다 보니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미얀마 국경 근처의 코나르파라 난민촌은 ㎢당 6만~9만 명이 몰린 초밀집 지역이다. 대나무와 방수포를 얽어 만든 임시 거처 하나에 5~10명이 산다. 620가구가 우물과 화장실을 공유한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계속해온 국제인도주의 기구인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현지 적신월사(이슬람국가의 적십자 격)와 함께 방역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유입과 확산을 막을 유일한 대책은 위생 강화라는 판단 아래 손 씻기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을 알리고, 발열자가 나타나면 격리하고 주변을 봉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위생 취약한 난민촌, 코로나19 비상 사태
 
방글라데시 쿠투팔롱에서 지난 15일 로힝야 난민들이 배급을 받으려고 줄을 서 있다. [AP=연합뉴스]

방글라데시 쿠투팔롱에서 지난 15일 로힝야 난민들이 배급을 받으려고 줄을 서 있다. [AP=연합뉴스]

문제는 난민촌에선 물 부족으로 손 씻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영국 에든버러대 조사에 따르면 식수와 생활용수에 항상 접근할 수 있는 난민은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난민촌 인근 개천은 쓰레기에 심하게 오염돼 이용이 불가능하다. UNHCR이 식수 보건위생 시스템 강화를 강조한 이유다. ICRC은 급한 대로 난민촌 곳곳에 물통을 설치해 손 씻기를 지원한다.
 
둘째 문제는 외부와 교류가 단절된 난민들의 정보 부족이다. ICRC 웹사이트에 따르면 난민 지도자 아리프는 “문맹자가 많고 정보가 부족해 손 씻기나 위생 권고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ICRC는 적신월사와 공동으로 코로나19 전염 경로와 예방법을 알리는 순회 보건교육에 나서고 있다. 종교와 지역사회, 그리고 여성 지도자를 먼저 교육하면 이들이 마을의 난민들에게 예방법을 전파하는 방식이다.  과거 전염성이 높은 콜레라나 디프테리아,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나 뎅기열이 유행했을 때 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렸다.
 
국제 적십자위원회(ICRC) 직원(오른쪽)이 코로나19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ICRC 제공]

국제 적십자위원회(ICRC) 직원(오른쪽)이 코로나19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ICRC 제공]

ICRC 콕스바자르 사무소의 현장요원 수미는 난민촌을 돌며 보건교육을 한다. 홍보팀 소속 하이코막트라요는 교육효과를 높일 포스터와 안내문, 음성 자료를 만들고 현장을 찾아 지원한다. 현장 요원 잠쉐돌카림은 난민 지도자들에게 직접 포스터를 보여주며 코로나19 증상을 알린다.
 
근본적인 문제는 방글라데시가 100만 명에 가까운 난민을 품은 인도주의적인 나라지만 의료 인프라는 태부족이라는 점이다. 영국 국제구호기구인 플랜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주민 120만 명과 난민 90만이 몰린 콕스바자르 지역에 환자를 집중 치료할 중환자(ICU) 병상은 고작 10개밖에 없다. 미국의 보건분야 비정부기구(NGO)인 카이저 패밀리 재단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의 병상은 인구 1만당 3개, 의사는 2000명당 1명, 간호사 5000명당 1명일 정도로 보건의료 시설도, 인력도 태부족이다. 의료비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2.37%에 지나지 않는다.
 
방글라데시는 2019년 국제통화기금(IMF)의 명목금액 기준 통계로 1인당 GDP가 1905달러로 세계 143위인 개발도상국이다. 재정상 난민은 물론 국민 건강 유지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감당은 역부족이다.
  
한국 방역 경험과 노하우 공유할 기회
 
그럼에도 코로나19는 어김없이 이 나라를 찾아왔다. 글로벌 통계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8일 자정 기준으로 5913명의 확진자와 15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인구 1억6000만 명의 나라에서 5만여 건을 검사해 100만 명당 306건에 지나지 않는다. 100만 명당 검사가 1만1700여 건에 이른 한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신속한 검사와 격리를 통한 확산 방지라는 방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가 없다.
 
이에 따라 난민촌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당국은 난민촌을 사실상 봉쇄하고 출입을 막고 있다. 말레이시아 등에선 로힝야 난민선의 입항을 거부한다. ICRC 다카 사무소의 라이한 술타나 토마 공보관은 “난민촌과 구금시설 등 사람이 과밀 수용된 시설을 대상으로 전염병 확산 대응 활동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사무소의 박지해 공보팀장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면 난민이나 개도국 주민을 비롯한 취약 계층에게 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코로나19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한국은 방글라데시 및 현지 국제인도주의 기구와 방역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방호복과 검사키트, 의료기구 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K방역을 전 세계와 나눌 기회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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