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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온라인 수업에는 전혀 다른 ‘문법’이 존재한다

중앙일보 2020.04.29 00:15 종합 33면 지면보기
변지원 한국방송통신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변지원 한국방송통신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한국방송통신대학교(방송대)는 온라인 수업을 위주로 하는 국립대학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인 유학생들의 한국 입국이 어려워지자 한국 대학들에 7000개 이상의 콘텐트를 제공했다. 학업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신속히 조치해 국립대학의 공적 역할을 수행했다.
 

오프라인 수업보다 품 세 배 들어
코로나 위기, 교육혁신 계기 삼자

초·중·고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마침 방송대 중장기 발전전략 보고서를 작성한 필자에게 온라인 수업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온라인 수업은 노하우만 알면 된다고 오판하기 쉽다. 참고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경험과 생각을 공유해 보려 한다.
 
질문하는 목소리에는 걱정(“온라인 수업이 가능할까”), 두려움(“내가 잘할 수 있을까”), 화(“왜 내가 이걸 해야 하나”)가 담겨 있다. 그러나 구체적 문의 내용을 보면 어떤 장비로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묻는 기술적인 문제가 대부분이다.
 
기술적 문제만 해결되면 온라인 수업은 일사천리일 것이라고 여기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비싼 기기가 갖춰지면 쉽게 성공할 것 같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다. 지금은 저가의 고성능 장비가 발에 차인다. 발상의 전환이 정작 필요한 부분은 온라인 수업이야말로 인력 집중적이란 사실이다.
 
언제까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해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수업 시수 채우기에 급급한다면 아이들은 겉돌고 교수자는 탈진하기 딱 좋은 구조다. 평소 수업을 고스란히 온라인에 옮길 요량이라면 곤란하다. 온라인에는 전혀 다른 문법이 존재한다.
 
온라인 수업 시수 산정에서 흔히 3배수를 이야기하는데 이는 오프라인 수업과 비교했을 때 3배의 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수업이 압축돼 밀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기획과 평가가 수업 전후에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루 8시간 근무해야 할 사람이 24시간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표면적으로는 한 사람만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두 사람 몫이 더 있다.
 
완벽한 교수자란 없다. 온라인 수업은 교수자 역량 강화에도 효과적인 모델이다. 교수자 간의 협업, 기술 및 전문가와의 결합이 구조적으로 이뤄지고 학생이나 학부모의 피드백이 상시로 이어진다. 이것은 간섭과는 엄연히 구분된다.
 
지금 아이들에게 학교는 왜 필요한 것일까. 온라인으로 국내 유수 대학의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고 노벨상 수상자 강연도 손쉽게 들을 수 있는 세상인데 말이다. 지식만이 목적이라면 학교는 굳이 갈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다행인지 아닌지 학교가 지식만 전해주는 곳은 아니라는 사실을 코로나19로 인해 너나 할 것 없이 절감하고 있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하고, 선생님들이 곁에 계시며, 그 속에서 아이들은 학생으로서의 정체성을 느끼고 키운다.
 
온라인 수업의 가장 큰 강점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그게 독이 될 수 있다. 학생마다 누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크기가 다르다. 이런 이유로 온라인에서의 학업 격차는 오프라인에서보다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 모두가 학교에 갈 때는 최소한 그 시간과 공간만큼은 고루 보장받았다.
 
교육은 코로나19 이전에도 붕괴와 혁신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경고음을 여러 번 울렸다. 우리는 그 경고를 예상보다 앞당겨 마주하게 됐을 뿐이다.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학부모들도 모두 지금 상황이 낯설고 힘들고 두렵다. 하지만 다 함께 어려움에 맞선다는 점 때문에라도 온라인 학기는 의미가 있다.
 
나라 밖의 앞서가는 교육을 지금까지는 부러워만 했다면 이제 우리 스스로 과감히 혁신의 길로 나가야 할 시점이다. 지금의 온라인 수업은 어제의 교육에서 무엇을 계승하고 무엇을 바꿔야 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결국 소중한 것은 사람이다.
 
변지원 한국방송통신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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