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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난 재난지원금 안 받겠다, 공무원은 자발적으로…”

중앙일보 2020.04.29 00:07 종합 2면 지면보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 전 잠시 눈을 감고 대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 전 잠시 눈을 감고 대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긴급재난지원금이 ‘관제 기부’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다. 여야가 28일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사를 본격 진행했지만 “정부·여당이 기부를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면서다.
 

공무원들 “맘껏 주문하라던 상관
식당에서 나는 짜장 하는 것 같아”

통합당 “정부·여당이 분위기 조성
공무원·기업들 기부금+α 압박감”

민주당은 재난지원금을 기부금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한 한시적 특별법안을 만들었다. 전혜숙 행정안전위원장 명의로 지난 27일 ‘긴급재난지원금 기부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특별법안’을 제출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국가가 기부금을 받아 고용보험기금으로 쓸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게 법안의 골자다.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및 그 소속 기관·공무원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출자·출연해 설립된 법인·단체는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다’(5조)고 돼 있다. 국가의 기부금 접수를 금지하고 있기에 재난지원금을 기부금 형식으로 국가가 받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특별법에 따르면 기부는 ‘국가지원금 미수령 또는 반납’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지원금 기부분을 모아 고용보험기금에 활용하는 데에도 몇 가지 관련법(고용보험법 등) 개정이 필요한데, 기부금품법을 비롯한 법안 여러 개를 일일이 검토해 다 고치려면 입법 노력·시간이 적잖이 소요된다”며 “적기 지급이 관건인 일회성 지원금 특성상 한시적 특별법을 제정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외부 여론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많아야 2조~3조원가량 환수”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고소득자나 안정적인 소득이 있는 분들이 대략 10%에서 20% 가까이는 최소한 자발적으로 기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국민 지급을 위해 재설계한 2차 추경 규모가 14조3000억원이다. 따라서 기부라는 형태로 국가로 돌아오는 비율이 15~20%라면 대략 2조1000억~2조8000억원가량이 예상 환급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날 일각에서 “수십조원 목표 모금 캠페인 강제” 전망이 나온 데 대해 민주당 관계자들이 “근거 없는 관측”이라고 일축한 이유다.
 
그러나 ‘자발적 기부’를 당연시하는 여권의 움직임에 야권은 ‘관제 기부’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2차관 출신인 송언석 통합당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출과 세입이 맞지 않는 이상한 법안”이라며 “나랏빚을 늘리는 전 국민 지급안을 가져와 놓고 뒤로는 ‘가진 사람은 플러스로 더 내라’고 강요하는 기형적 행태”라고 했다. 기재부 1차관을 지낸 추경호 의원도 “국민을 소득에 따라 편 갈라 놓고 한쪽 편에 기부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라며 “잘못된 재정정책을 기부로 메우겠다는 발상부터가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관제 기부 논란은 공직사회에서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재난지원금을 받을 것인가”라는 유승민 통합당 의원의 질문에 “저는 당연히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만 명의 공무원에게는 강제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의에는 “강제 사항이 아니다. 자발적으로 (정할 문제)”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일부 공무원은 이날 “식당에서 상관이 ‘마음껏 주문하라’고 한 뒤 ‘나는 짜장’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사실상 공무원에게 ‘재난지원금을 받지 말라’고 지시한 것”이라는 볼멘소리를 했다. 예결위 소속의 한 통합당 의원은 “정부나 여당이 앞장서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공무원이나 기업들은 ‘기부금+α’를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릴 것이다”며 “겉으로는 ‘자발’일지 몰라도 실제론 ‘관제 금 모으기 운동’처럼 변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새롬·손국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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