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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결정하는 날 정족수도 못 채워 “콩가루 정당 더 추락”

중앙일보 2020.04.29 00:07 종합 3면 지면보기
미래통합당 전국위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 임명안이 가결된 이날 오후 심재철 당 대표권한대행이 귀가하던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을 서울 종로구 자택 앞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전국위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 임명안이 가결된 이날 오후 심재철 당 대표권한대행이 귀가하던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을 서울 종로구 자택 앞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대선-지방선거-총선을 4연패한 미래통합당은 이제 비상대책위를 꾸리는 것조차 힘든 정당이 됐다. “‘콩가루 정당’이 더 밑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자조가 나온다. 미래통합당엔 28일이 긴 하루였다. 당 지도부는 오전 10시 당선인총회, 오후 3시 상임전국위와 곧 이은 전국위를 거쳐 김종인 비대위를 출범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일각의 비토도 강했다. 진통 끝에 전국위에서 ‘김종인 비대위’를 의결했으나 임기 4개월이란 꼬리표가 달린 채였다. 이번엔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심재철 당 대표권한대행 등이 심야에 김 전 위원장의 서울 종로구 자택을 찾았지만 결국 ‘빈손’으로 나왔다.
 

비대위 기간 보장하는 당헌 개정
상임전국위 무산돼 해법 꼬여
일부 중진들 조직적 비토 의혹

전국위선 ‘김종인 비대위’ 의결
김 측 “추대 아니다” 한줄 입장문
심재철, 집 찾아갔지만 설득 실패

현 지도부가 4개월의 꼬리표를 뗄 ‘묘수’를 여하히 찾아내느냐에 따라 김종인 비대위의 운명이 걸린 셈이 됐다. 수를 찾지 못하면 통합당의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
 
◆전국위선 의결했지만=통합당은 이날 오후 3시10분쯤 서울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전국위원회를 열어 김 전 위원장 임명안을 상정했다. ‘임명 가결’ 결론은 4시40분쯤 나왔다. 10여 명가량이 찬반 토론을 벌이고 표결한 결과였다. 이 중 찬성 의견은 4명, 반대 의견은 6명 정도였다고 한다.
 
28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제1차 상임전국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못해 행사장 자리가 비어 있다. 임현동 기자

28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제1차 상임전국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못해 행사장 자리가 비어 있다. 임현동 기자

막상 표심은 ‘김종인 비대위’에 실렸다. 330명(재적 639명) 중 찬성이 177명, 반대가 80명이었다고 한다. 전국위 의장을 맡은 정우택 의원은 “과반 출석, 과반 찬성을 넘었기에 김종인 비대위원장 임명안은 통과됐음을 알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종인 전 위원장의 비서실장 격인 최명길 전 의원은 가결 직후 “오늘 통합당 전국위에서 이뤄진 결정을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한 줄짜리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김 전 위원장 측 관계자는 “(입장문은) 전국위 결과를 보고 김종인 전 위원장과 통화한 내용”이라며 “심재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제안을 한 건 ‘대선 승리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내년 3월까지는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4개월짜리 비대위원장을 하라는 건 전제조건이 무너진 것”이라고 말했다.
 
◆결정적인 상임전국위 무산=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를 거부한 데엔 전국위 한 시간 전(오후 2시) 예정됐던 상임전국위가 무산된 게 결정적이었다. 통합당은 당초 “8월 31일까지 전당대회를 연다”고 규정한 당헌(부칙 2조)을 상임전국위에서 개정하려 했다. 전당대회 시기를 늦춰 비대위 활동 기간을 충분히 보장해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상임전국위엔 총원 45명 중 17명만 참석했다. 형식이 아닌 내용상의 김종인 비대위 비토였다. 결국 정족수 미달로 전국상임위는 무산됐고, 관련 조항 역시 개정이 불가능해졌다. 김종인 비대위가 ‘4개월 시한부’로 규정되는 순간이었다.
 
전국위 가결 직후 심재철 원내대표(당 대표권한대행)는 “당헌 개정은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 측은 “4개월짜리로 들어와 임기를 스스로 늘려서 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통합당 안팎에서는 일부 중진들이 조직적으로 상임전국위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불참을 유도해 상임전국위를 무산시킨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 전 위원장이 “차기 지도자는 40대 경제전문가여야 한다”고 말해 당내 반발을 산 것을 지렛대 삼아 허를 찔렀다는 것이다. 당헌·당규 개정이 안 되면 8월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해야 하고, 이런 조건이라면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직을 거부할 것이라고 계산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에 반대 목소리를 냈던 몇몇 의원이 거명되기도 한다.
 
비슷한 전례도 있다. 2016년 총선 패배 당시 옛 새누리당 지도부는 비박계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하기 위해 전국위를 소집했으나 친박계의 반발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최순실 사태’로 새누리당 ‘인명진 비대위’가 출범했던 2017년 1월에도 비대위원 선출을 위한 상임전국위가 친박계의 방해로 한 차례 무산된 적이 있다.
 
◆심야의 설득=심재철 권한대행은 전국위 직후 “(김 전 위원장에게) 투표 내용 등을 설명하고 수락해 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심 권한대행은 이날 밤 김재원 정책위의장과 함께 서울 종로구의 김 전 위원장의 자택을 찾았다. 오후 9시쯤 귀가하던 김 전 위원장과 만났다.
 
한 시간여 회동한 후 심 권한대행은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어떤 얘기를 했나.
“걱정하는 얘기들만 좀 나누고 왔다.”
 
계속 설득할 예정인가.
“….”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김 전 위원장이 4개월 비대위원장이면 안 한다는 걸 우리도 받아들이고 있다”며 “내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8월 말 전당대회’를 규정한 당헌을 풀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서인 듯했다. 그러면서 김 정책위의장은 “(김 전 위원장이) 선거 내용이나 이런 쪽을 보면서 ‘당을 잘 정비하면 기회는 올 텐데’라고 걱정했다”고 했다. 4개월 꼬리표가 떨어진 김종인 비대위원장 카드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인사는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고 있다. 현 최고위원 중 유일한 당선인 신분인 조경태 의원은 전국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는 혼란을 수습해 달라는 의미에서 만드는데, 김종인 비대위에서는 논란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당 밖에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는 “총선을 망친 당 지도부는 당연히 물러나고 당선인총회가 전권을 갖고 비대위를 구성하라”고 했다.
 
한영익·윤정민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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