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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전도 측정해 진료 돕는 스마트워치, 국내선 시계로만 쓴다

중앙일보 2020.04.29 00:07 종합 5면 지면보기

원격의료 ‘코리아 아이러니’ 〈상〉 

스마트워치가 단순 시계를 넘어 혈압은 물론 심전도·심박동 체크 기능 등을 속속 탑재하고 있다. 조만간 당뇨병 환자를 위한 혈당 체크나 우울증 환자를 위한 정신 건강 검사 기능도 추가된다. 하지만 국내에선 원격 진료 금지 규정에 갇혀 시간만 보는 기기에 머물고 있다.
 

삼성워치, 손목 위 주치의 기능
원격의료 금지 규제로 활용 못해

애플, 정신건강 기능까지 개발 중
한국선 심전도 기능 죽이고 출시

삼성전자의 갤럭시워치 액티브2(위)와 애플의 애플워치5. 미래의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판단에 거대 IT 업체들의 스마트워치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사진 각 회사]

삼성전자의 갤럭시워치 액티브2(위)와 애플의 애플워치5. 미래의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판단에 거대 IT 업체들의 스마트워치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사진 각 회사]

2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심박수와 심전도(ECG),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 출시를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도 지난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세계 최초로 혈압 측정 애플리케이션 ‘삼성 헬스 모니터’에 대해 의료기기 허가를 취득했다. IT업계는 스마트워치의 혈압 측정을 혁신이라고 평가한다. 고혈압 환자들이 매번 커프 혈압계(팔뚝에 기기를 끼어 혈압을 재는 방식)를 착용하는 번거로움 없이 24시간 혈압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하반기 선보일 애플워치6에서 정신건강 관리 기능 탑재까지 고려 중이다. 이에 더해 혈중산소포화도 측정 기능도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는 레이저를 이용해 물질을 식별하는 ‘라만 분광법(Raman spectroscopy)’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방법을 창안해 스마트워치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이렇게 되면 당뇨 환자가 혈당 측정을 위해 손가락을 바늘로 찌르는 고통을 덜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국내에선 반쪽짜리에 가깝다. 원격 진료 금지 규제 때문이다. 스마트워치의 헬스케어 기능은 수집한 데이터를 원격으로 의료진에게 보내 전문 상담을 받아야 100%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이나 중국·일본 등에서는 이용자가 스마트워치뿐 아니라 다양한 개인 건강 데이터를 갖고 원격으로 진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금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애플이 2018년 애플워치를 통해 출시한 심전도 기능이 미국에선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활용됐지만 국내에선 애플워치5의 심전도 기능이 아예 비활성화된 채 출시됐다. 삼성이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혈압 측정 앱 역시 국내에선 활용도가 떨어진다.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실시간으로 의료진에게 전송하는 기능이 빠졌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과 인도 등에서 삼성은 ‘삼성헬스’ 앱을 통해 심박수, 수면 데이터 등을 이용자가 보내고 원격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환자가 직접 X선·피검사 같은 의무기록을 병원에 전송하고 처방과 화상 진료를 보는 것이 가능한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워치 등을 통해 얻은 헬스케어 정보의 의료 현장 활용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동네의원(1차 의료기관) 중심으로 한 개원의들의 반대가 거세다. 건강보험상의 수가(진료비)가 대면진료에 비해 낮아질 수 있어서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가정의학과) 교수는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나 혼자 사는 노인 건강 관리엔 스마트워치와 빅데이터 기반의 의료가 효과적이며 미래 의료도 그렇게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규제 완화가 대형병원 쏠림이나 동네의원 몰락으로 이어진다면 그것 역시 큰 부작용”이라며 “의료인·공학자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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