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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호화만찬 논란 전두환, 앞으로 재판에 나올까

중앙일보 2020.04.29 00:06 종합 22면 지면보기
5·18 당시 헬기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27일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5·18 당시 헬기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27일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해 3월 11일 이후 13개월 만에 법정에 출석한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다시 불출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그는 알츠하이머 등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서도 ‘골프 회동’과 ‘호화 오찬’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재판부 바뀌면서 13개월 만에 출석
새 재판부 불출석 허가할지 관심
전두환 측, 불출석 신청 가능성 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지난 27일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재판에서 “이 사건은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으로 피고인의 출석 여부가 큰 쟁점”이라며 “피고인의 불출석은 전임 재판부에 의한 것으로 오늘 공판절차를 갱신하겠다”고 말했다. 전임 재판부의 불출석 허가를 취소함과 동시에 향후 재판에서의 불출석 여부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말이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조 신부는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했다가 기소됐다. 그는 지난해 3월 11일 광주에서 열린 첫 재판만 출석한 뒤 알츠하이머와 고령 등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가 전임 재판장이 사직하면서 27일 법정에 다시 나왔다.
 
재판부가 교체되면서 전 전 대통령은 전임 재판부가 결정한 불출석 허가가 지난 7일 취소된 상태다. 만약 신임 재판부가 불출석 허가를 다시 하지 않을 경우 1~2개월 간격으로 광주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광주지법 관계자는 “피고인에 대한 불출석 허가는 전임 재판부가 내린 결정이며, 신임 재판부가 구성됨에 따라 취소된 것”이라며 “피고인 측이 불출석 허가를 새로 신청하면 신임 재판부가 판단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상 법원은 장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등 비교적 경미한 사건에 대해서는 불출석 허가를 할 수 있다. 첫 재판 때 피고인의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인정신문’과 최종 판결 때는 출석해야 한다. 전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출석은 새로운 재판부가 맡는 첫 재판 격으로 피고인 인적사항을 묻는 ‘인정신문’ 절차 때문에 이뤄졌다.
 
법원 안팎에선 전 전 대통령 측이 불출석 허가 신청서를 신임 재판부에 다시 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지난해 첫 재판부터 “고령과 알츠하이머 등을 이유로 피고인의 현재 주소지인 서울이 아닌 광주에서 열리는 재판에 참석하기 어렵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와서다. 전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6월 재판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충분히 심사숙고해서 불출석 허가 신청서를 낼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을 기소한 검찰은 지난해 12월 16일 재판에서 전 전 대통령의 불출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검찰은 재판부에 “전 전 대통령이 재판에 참석하기 힘들다고 하지만 피고인의 12·12 오찬, 골프 회동에 관해 재판부가 다시 (불출석 허가를)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었다.
 
전 전 대통령은 알츠하이머 등을 이유로 재판에는 출석하지 않으면서 지난해 11월에는 건강한 모습으로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지난해 12월 12일에는 40년 전 발생한 12·12를 맞아 1인당 20만원이 넘는 호화 오찬회동을 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고 조비오 신부의 법률대리인인 김정호 변호사는 “재판에는 불출석하면서 골프와 호화 오찬회동을 하는 것은 재판을 희화화하는 후안무치한 행보인 만큼 반드시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며 “역사적 사실을 가리는 중요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사법정의의 측면에서 재판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호·진창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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