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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의 반값 8K TV·5G폰 쏟아낸다, 중국 IT ‘코로나 역습’

중앙일보 2020.04.29 00:05 경제 3면 지면보기
HMM(현대상선의 새이름)의 세계 최대 규모 컨테이너선박인 HMM 알헤시라스호가 26일(현지시간) 중국 산둥성 칭다오항에 정박해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이 배는 칭다오항에서 첫 항해를 시작했다. [신화=연합뉴스]

HMM(현대상선의 새이름)의 세계 최대 규모 컨테이너선박인 HMM 알헤시라스호가 26일(현지시간) 중국 산둥성 칭다오항에 정박해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이 배는 칭다오항에서 첫 항해를 시작했다. [신화=연합뉴스]

LCD시장에서 저가 공세로 삼성과 LG를 밀어낸 중국이 이번엔 5G폰과 8K TV에서 ‘반값’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휘청이던 중국이 국내 업체가 주춤하는 틈을 타 저가공세의 역습에 나선 것이다.
 

삼성·LG 주춤하는 틈타 저가 공세
창흥 100만원대 8K TV로 도전장
화웨이 10만원대 5G폰까지 예고
“물량공세로 시장판도 뒤흔들 것”

27일(현지시간) 가전업계에 따르면 중국 창홍은 최근 100만원대의 8K TV 신제품을 전격 출시했다. 현존 최고화질인 8K TV는 2017년 샤프가 세계 최초로 출시했지만, 이듬해와 지난해 각각 제품을 출시한 삼성과 LG전자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인 옴디아에 따르면  8K TV는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가 86.1%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8K TV 판매량은 올해 63만 대, 2020년 135만 대, 2022년에는 223만 대 수준으로 계속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창홍이 출시한 55인치 8K TV(D8K) 가격은 76만원에 불과하다. [사진 창홍]

창홍이 출시한 55인치 8K TV(D8K) 가격은 76만원에 불과하다. [사진 창홍]

이번에 8K TV 시장에 뛰어든 창홍은 세계 최초로 5G 통신 모듈칩까지 탑재하며 만만치 않은 기술력을 선보였다. 주무기는 역시 삼성이나 LG전자의 8K TV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다. 삼성전자의 QLED 8K TV는 가장 작은 55인치가 350만원부터 시작한다. 창홍에서 시작된 8K TV 시장의 중국발 저가공세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TV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8K TV는 4K화질을 8K로 올려주는 ‘업스케일링’ 같은 제어기술이 국내 제품보다 떨어질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중국이 엄청난 가격과 물량 공세를 펼칠 경우 시장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5G 스마트폰도 중국의 가격 공세에 직면했다. 먼저 중국 오포는 29일 30만원대에 5G 폰(A92s)을 출시한다. 이에 앞서 화웨이는 지난 23일 40만원부터 시작하는 중저가 5G 스마트폰인 노바7 시리즈를 공개했다. 중국의 5G폰 가격은 100만원을 훌쩍 넘는 국내 판매 5G폰의 3분의 1 수준이다. 삼성이 2월에 출시한 플래그십폰 갤럭시 S20 울트라의 경우 159만원에 달한다. 국내 5G 가입자는 530만여 명에 그치고 있지만 이미 중국에선 2600만 명을 넘어선 배경이기도 하다.
 
40만원부터 시작하는 화웨이의 중저가 5G폰 노바7 시리즈(사진 왼쪽). 오포가 출시하는 30만원대 5G폰 A92s. [사진 화웨이, GSM아레나]

40만원부터 시작하는 화웨이의 중저가 5G폰 노바7 시리즈(사진 왼쪽). 오포가 출시하는 30만원대 5G폰 A92s. [사진 화웨이, GSM아레나]

중국 5G폰 공세는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이미 올 초에 화웨이의 예창린 부총재는 “올해 안에 1000위안(약 16만원)짜리 5G 스마트폰이 나올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실제로 중국 현지에서는 이미 ‘5G 첸위안지(千元機·1000위안대 스마트폰)’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다. 저가폰의 대명사인 샤오미도 올 11월에 999위안짜리 5G 스마트폰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야심 차게 출시한 5G폰인 갤럭시S20 시리즈의 경우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판매량이 목표의 60~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애플 역시 하반기 5G폰을 출시한다는 방침이지만 중국 공장의 생산 차질로 출시 연기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나 애플이 각각 갤럭시A 시리즈와 아이폰SE처럼 30만~50만원대 보급형 제품을 부랴부랴 내놓는 것도 중국의 저가 공세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국내 TV·스마트폰 업계는 앞서 있는 기술력으로 중국의 저가공세에 맞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5G폰이나 8K TV 등에서 중국의 거친 저가 공세가 계속된다면 LCD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3년 전만 해도 세계 LCD 시장에서 1위였던 한국은 ‘LCD 굴기’를 내세운 중국에 밀려 2018년쯤부터 2위로 주저앉았다. 최근 삼성과 LG 디스플레이는 LCD 생산을 전면 중단하거나 감축하며 LCD 생산라인과 인력의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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