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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수정요청 98% 불허…보유세 폭탄 터질 일만 남았다

중앙일보 2020.04.29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대폭 올라 낮춰달라는 의견이 쏟아졌지만, 조정폭은 미미했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보유세 폭탄이 현실화됐다. 28일 국토부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소유자 열람 및 의견청취 후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29일 공시한다고 밝혔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오늘 공시
서울 14.7%, 강남구는 25.5% 올라
9억 넘는 29만 가구 보유세 급등
“집값 떨어지는데 세금 2배 내라니”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2757개 단지에서 총 3만7410건의 의견이 제출됐다. 지난해(2만8735건)보다 32% 많았다. 특히 공시가가 많이 오른 9억원 이상 공동주택에서 민원이 많았다. 30억원 이상 주택의 경우 5가구 중 한 가구꼴로 “공시가를 낮춰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제출된 의견 중 915건만 받아들여져 의견 수용률이 2.4%에 그쳤다. 지난해 수용률 21.5%에 비해 뚝 떨어졌다.
 
올해 보유세 시뮬레이션 해보니.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올해 보유세 시뮬레이션 해보니.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에 따라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5.98%, 서울은 14.73% 상승한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은 평균 69%다.
 
공시가격 인상은 지역별 온도 차가 크다. 공시가격 변동률 양극화 때문이다. 9억원 미만은 공시가격 변동률이 1.96%지만 9억원 이상은 21.12%다. 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강남구 상승률은 25.53%다.
 
9억원 이상 공동주택의 보유세는 급등한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매기는 기준이 된다.
 
서울 아파트 161만 가구 중 종부세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초과는 29만 가구에 이른다. 다섯 가구 중 한 가구꼴이다. 똘똘한 한 채를 지닌 1주택자도 보유세 급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전용 84㎡)의 올해 공시가격은 25억7400만원으로 보유세 시뮬레이션 결과 세금으로 1652만5000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보다 47% 늘었다. 특히 지난해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았는데도 공시가격 상승으로 세금만 늘어난 아파트 소유자들의 불만이 높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아파트값은 1.11% 올랐지만, 올해 공시가격은 14.73%가량 치솟는다.
 
올 들어 부동산 시장은 침체에 빠진 상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 4구 아파트값은 지난 1월부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엔 강남구(-0.75%)·서초구(-0.74%)·송파구(-0.53%)의 하락폭이 커졌다. 시장엔 ‘급급매’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18억7000만원에 나와 있다. 지난해 12월엔 23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모(48)씨는 “경기는 어렵고 집값은 떨어지는데 집 한 채 있다고 세금을 두배 내라 하니 억울하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부동산 시장과의 전쟁’이라는 틀에 갇혀 경기부양 정책과 엇박자를 내지 말고 1가구 1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감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6월까지 절세를 위한 급매물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인상된 공시가격이 적용된 재산세 과세 기준일이 6월 1일이고, 한시적으로 다주택자의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양도세 중과 부담을 덜어주는 기한이 6월 30일이다. 변서경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공시가격 조정이나 총선 이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매도를 고민하던 집주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정보 플랫폼인 직방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택 소유자의 65%는 그대로 보유하겠다고 응답했다. 34%만 ‘보유세 등 부담으로 매도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49%는 매도 시점을 ‘내년 이후’로 봤다.
 
한은화·최현주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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