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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코로나19와 인간 생존 방식의 변화 방향

중앙일보 2020.04.29 00:03
초연결 사회, 1인 가구 증가로 만남 꺼리는 2050년 한국사회
한 분야 파고드는 ‘덕후’ 예상되지만 소시오패스 등장도 배제 못해

미래전망
인류 군집 생활 4600년의 흐름을 거스르는 단초···

3월 초, 외국인 관광객들과 쇼핑객들로 북적이던 서울 명동거리가 텅 비어 있다.

3월 초, 외국인 관광객들과 쇼핑객들로 북적이던 서울 명동거리가 텅 비어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있는 비접촉 커뮤니케이션이 일상화되면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맞이할까. 되돌아보면 우리는 많은 경우 직접 대면하지 않으면서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에 적응해왔다. 전화·이메일·단톡방·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들과 여러 일을 해 왔다. 필자도 1990년대 처음으로 대학에서 이메일을 써보고 매우 신기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지금은 이메일이 없으면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일상에 깊숙하게 자리 잡았다.
 
이미 시작된 변화의 흐름에서 비접촉 커뮤니케이션의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선후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원래 사람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인류의 주된 의사소통 방식이었고 이메일 등은 보완하는 수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접촉하지 않고 의사소통하는 것이 먼저고, 이를 보완하는 수단이 대면 의사소통이 되었다.
 
인류가 오랫동안 쌓아온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중대한 전환점이 온 것은 아닐까. 이렇게 되면 인류의 생존 방식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하지 않을까.
 
인류는 오랫동안 흩어져 살다가 어느 순간 모여 살게 되었다. 모여 살면서 정치적 제도, 경제적 활동, 다양한 주거환경의 건설, 과학기술의 발전 등 고도의 문명을 일궈냈다. 이는 생존을 위해 한시적으로 모였다가 흩어지는 여러 동물과는 확연히 다른 인간만의 특징이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초기 인류가 모여 살면서 얻을 수 있는 이런저런 혜택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는 어떤 이유로 모여 산다는 매우 새로운 생존의 방식을 고안해내고 실천했을까.
 
 

협업이 생존방식이었던 고대… 지금은 경쟁과 차별

4600년 전 고대도시로 추정되는 페루의 캐럴 시티. / 사진:위키피디아

4600년 전 고대도시로 추정되는 페루의 캐럴 시티. / 사진:위키피디아

이런 궁금증을 풀려면 고대도시의 흔적을 찾아야 한다. 인류가 처음으로 도시 문명을 일궈낸 흔적을 찾아 이들의 생활방식을 살펴보면 모여 살기 시작한 이유가 밝혀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페루에서 발견된 캐럴 시티(Caral City)는 매우 흥미로운 사례다. 페루의 인류학자 루스 섀디(Ruth Shady)는 1994년 인류 문명의 기원으로 불리는 어머니 도시(Mother City)를 페루의 캐럴 시티에서 발견했다. 이 고대도시를 어머니 도시라고 부르는 이유는 인류가 처음으로 도시라는 생존방식을 건설한 증거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이 도시는 이전에 모였던 흔적이 없던, 그야말로 처음으로 인류가 모여 살았던 증거다.
 
인류학자들은 이 고대도시가 기원전 26세기에서 20세기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최대 4600년 전쯤 건설된 도시로 볼 수 있다. 인류학자들은 이곳에서 두 가지의 매우 흥미로운 유적을 발견했다. 하나는 목화솜으로 엮어 만든 어망이었고, 다른 하나는 피리와 허브였다. 이곳은 산악지역이라 어망이 필요 없었지만, 바닷가 마을에 어망을 주고 물고기를 얻어왔을 것이라 추정된다. 즉, 생존을 위해 물물교환을 했던 흔적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피리와 허브는 당시 인류가 서로 모여 허브를 태워 그 향을 맡으며 감정을 고조시키고 피리를 불어 흥을 돋우며 즐겁게 유희 활동을 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두 가지 고대 인류의 흔적이 말해주는 것은 인류가 생존의 기회와 즐거움의 확대를 이유로 모여 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함께 모여 살았더니 먹을 것이 생기고, 더 즐겁더란 얘기다. 결국 삶의 목표는 살아있는 동안 굶지 않는 것, 그리고 즐겁게 사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캐럴 시티가 복원된 모습을 보면 서로 거주하는 곳이 나뉘어 있고, 방들을 연결하는 계단도 보이지만, 도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하고 놀았을 원형극장도 눈에 띈다. 다른 고대도시에서 발견된 성곽이나 전쟁의 도구로 사용했던 무기 등은 이곳에서 발견되지 않아 평화로웠던 인류의 초기 모습이 상상된다.
 
목화솜으로 어망을 만들고 있었을 인류, 서로 모여 피리를 불고 허브를 태우며 춤췄을 인류를 그려보면 사람과 사람이 접촉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생존의 방식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혼자로선 불가능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을 협업을 통해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고,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고 격려해주며 생존에 대한 스트레스나 과도한 걱정을 털어내기 위해 때때로 놀았을 것이다. 이런 방식의 효율성이 증명되자 인류는 도시 문명을 건설하기 시작했고, 확대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평화로웠던 협업은 경쟁으로, 또 남의 것을 빼앗는 전쟁으로 변질됐고, 서로 어울려 놀았던 문화는 계층으로, 또 신분으로 나뉘어 고급문화와 저급문화로 서로를 차별했다. 지금은 세계 여러 사회가 격차와 차별을 주요한 문제로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아마 초기 모여 사는 것을 구상했던 인류는 지금 인류의 삶의 모습을 상상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4600년 전 고대도시의 원형 이후 달라진 우리의 삶의 모습을 통해 지금 인류가 비접촉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한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흩어져 사는 것이 인류의 생존과 즐거움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가설이다. 가급적 ‘면대면’으로 접촉하지 않고 각자 생존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있다.
 
 

기술 발달이 비대면 부추길수도

2018년 국회미래연구원은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최항섭 교수 연구팀과 협동과제로 ‘인구와 사회분야의 미래’를 예측한 바 있다. 2050년의 한국사회를 예측한 이 연구에서 밝힌 흥미로운 점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사람을 직접 만나서 대화하고 논의하며 일을 하는 것을 매우 꺼릴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가능하면 만나지 않고 일을 처리하려는 행동이 대세가 될 것이란 얘기다.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기술 발전을 그 이유로 생각해볼 수 있다. 지금도 이메일, 가상현실, 소셜미디어 등으로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가 없다. 앞으로 5G 시대가 일상이 되면 온라인의 연결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로딩과 버퍼링은 사라질 것이고 말만 하던 ‘초연결 시대’가 시작될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뿐 아니라 사물과 사람, 사물과 사물의 연결이 확산돼 직접 만나지 않아도, 직접 현장에 가보지 않아도 작업을 할 수 있거나 사물을 제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홀로그램과 같은 기술이 자연스럽게 구현된다면 마치 상대방을 앞에 두고 대화하는 것 같은 기분으로 만날 수도 있다.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가면서 직접 만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사회·문화적 요인도 들 수 있다. 사람을 직접 만나는 일은 위험 부담이 있다. 상대를 신뢰할 수 없을 때는 더욱 그렇다. 사소한 갈등으로도 말싸움은 물론 주먹다짐을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사회 안전을 이유로 우리는 직접 만나는 일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사람과의 접촉이 중요한 감염 통로가 되고 있어 우리는 가급적 만나지 않으려는 행동을 관습화할 수 있다.
 
 

소비 제한하고 덜 움직여야 지구는 산다

면대면 접촉의 감소 경향과 관련이 있는 사회적 현상으로는 ‘1인 가구’의 증가를 들 수 있다. 통계청은 평균 가구원 수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으며 2045년경에는 1인 가구가 36.3%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 명 중 한 명은 혼자 살 것이란 예측이다. 반면 전통적인 가족으로 간주했던 2세대 가구는 절반으로 뚝 떨어지고, 3세대 가구는 거의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1세대 가구는 부부+기타 친인척 등 동일 세대, 2세대 가구는 부부+자녀, 부+자녀, 모+자녀 등 2개 세대, 3세대 이상 가구는 부부+미혼자녀+양친 등 3세대 이상의 세대로 구성되는 것을 의미).
 
환경적 요인도 중요하다. 기후변화는 21세기 인류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중요 동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21세기 말엽에나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부정적 영향에 인류의 삶이 위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지금은 21세기 중반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논문(Xu, Ramanathan, & Victor, 2018)에 따르면 온난화에 따른 지구 평균 기온이 1.5℃ 상승하는 시점이 2030년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의 예측보다 10년 빠른 결과다. 또한 2℃가 상승하는 온난화는 2045년에 일어난다고 예측했다. 온실가스 배출 연구 기관인 세계 탄소프로젝트(GCP, Global Carbon Project)의 글렌 피터스도 2.0℃ 온난화가 2049년에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국가가 파리협정에 따른 국가결정기여(NDCs;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약속을 충실히 이행해도 그 시기가 2050~2055년으로 미뤄질 뿐”이라는 비관적 견해를 내놓았다.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2.0℃ 온난화’의 위험성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 “지구에서 발생한 지적 생명체의 때 이른 멸종 우려(Spratt & Dunlop, 2019)”, “우리의 운명을 끝내 버릴 매우 큰 위험이 닥칠 것이며 가까스로 살아남겠지만 지난 2000년 쌓아온 것들은 모두 파괴될 것(Breeze, 2018)” 등이 그 사례다.
 
더 나아가 전문가들은 열실 지구(hothouse Earth)의 임계점이 2.0℃ 온난화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Steffen et al., 2018). 열실 지구는 인간의 활동 없이도 지구 스스로 온난화를 증폭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될 경우, 인류는 기후 변화 문제에 대응할 수단이 없게 된다. 이렇듯 파괴적인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가급적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극단적으로는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할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소비가 극단적으로 제한되는 상황이 돼야 재앙적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천 가능한 측면에서 보자면 일은 일대로 하되 덜 움직이는 방향으로 일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직접 만나는 면대면 접촉의 의사소통 방식은 제약될 것이다.
 
 

접촉 빈도 줄어도 소통 채널은 다양하게

4월 9일, 전국 중·고교가 중3·고3부터 온라인으로 개학했다.

4월 9일, 전국 중·고교가 중3·고3부터 온라인으로 개학했다.

앞서 살펴본 2050년 한국사회의 미래에서 비접촉 커뮤니케이션이 가져올 변화를 좀 더 얘기하자면 연구진은 비접촉 커뮤니케이션이 일반화될 것으로 가정하고 다양한 상황을 대입해 사회변화를 논의했다. 그중 하나가 비접촉 커뮤니케이션의 일상화 상황에서 협력보다 경쟁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를 결합한 미래사회가 있다.
 
이 미래에서는 사람들은 직접 만나는 것을 꺼리거나 부담스러워할 것이다. 아울러 협력을 강조하기보다 경쟁을 통한 효율의 향상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이런 미래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오만과 편견을 강화하고, 다른 사람의 견해나 의견을 인정하지 않는다. 경쟁을 통해 승자를 가려내는 사회구조에서 면대면 회피 경향까지 가세하다 보니 생존을 위해 상대의 우수성을 인정하지 않거나 약점을 과도하게 악용하게 된다. 직접 만나면 적어도 상대의 체면을 생각할 여지도 있지만, 면대면 회피의 미래에선 이런 것을 고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면대면 회피의 경향이 확산되면서 사람들이 미래보다 현재의 삶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고 가정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연구진은 이런 사회에서 개인은 ‘제발 날 내버려 둬’라고 얘기하며 자신의 삶이 사회의 그 누구로부터도 간섭받고 싶어 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준비는 사치스럽거나 매우 비효율적인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미래보다 현재를 중시하는 이유는 미래가 매우 불확실한 탓도 있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으려는 태도 때문이기도 하다.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줄어들면 개인들은 더욱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어 반(反)사회적 생활방식을 만들어갈 수 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한 분야를 파고드는 ‘덕후’의 등장이 예고되지만, 부정적으로는 사회시스템을 파괴하는 테러리스트나 소시오패스의 등장을 예상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코로나19 때문에 시행하고 있는 비접촉 커뮤니케이션은 일시적으로 끝날지 모른다. 만일 이 상황이 좀 더 지속된다고 해도 비접촉의 의사소통 방식이 의사소통 자체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는 대화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위기 상황에는 정확한 정보의 활발한 소통이 긴요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비록 직접 접촉의 빈도는 낮아도 의사소통의 채널은 다양하게 열어둘 것이다.
 
그러나 작은 행동의 변화가 커다란 사회변화를 만들어 내는 씨앗이 되는 사례도 경험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비접촉 커뮤니케이션의 확산은 일하는 방식, 의사결정의 방식, 이동의 방식, 주거환경의 방식, 거래의 방식에서 많은 변화를 예고한다. 모든 변화를 양자택일의 결과로 볼 수는 없지만, 특정 방향으로의 강화나 약화는 예측해볼 수 있다. 지금으로선 모여 사는 것보다 흩어져 사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고 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란 관점이 우세하다. 이런 전망은 적어도 4600년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어서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이지만 사회적 영향력은 매우 크다. 이런 정보는 미지의 지식(untapped knowledge)으로 분류하는데 미개봉의 영화와 같다. 개봉 예정이나 내용은 베일에 가려져 있는….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50000acti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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