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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은 인정, 강도혐의는 부인···'전주 실종女' 살해범의 꼼수

중앙일보 2020.04.28 11:35
23일 전북 진안군 성수면 한 천변에서 지난 14일 실종된 A씨(34·여) 시신이 발견된 가운데 현장에 나온 전북경찰청 과학수사대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23일 전북 진안군 성수면 한 천변에서 지난 14일 실종된 A씨(34·여) 시신이 발견된 가운데 현장에 나온 전북경찰청 과학수사대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전북 전주에서 한동네에 살며 '누나'라 부르던 30대 여성에게 금품을 빼앗고 살해 후 시신을 유기한 혐의(강도살인·사체유기)로 경찰 수사를 받아 온 A씨(31·구속)가 27일 프로파일러 면담 과정에서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강도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범행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검찰 송치를 앞두고 형량을 줄이려는 꼼수로 보고 있다.  

전주 완산경찰서, 기소의견 檢 송치 예정
프로파일러 면담서 살인·사체유기 시인
"금품은 뺏지 않았다" 강도 혐의는 부인
경찰 "증거 넘치자 형량 줄이려는 꼼수"

 
 전주 완산경찰서는 28일 "금일 A씨를 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4일 오후 10시40분쯤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한 원룸에 혼자 살던 B씨(34·여)를 승용차에 태운 뒤 당일 오후 11시16분쯤 전주 효자공원묘지 부근 차 안에서 살해한 후 금팔찌와 48만원을 빼앗은 혐의다. 그는 이튿날(15일) 오후 6시17분쯤 B씨 시신을 진안군 성수면 용포리 천변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B씨는 실종 9일 만인 지난 23일 주검으로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B씨의 사인은 경부(목) 압박에 의한 질식사였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범행 당시 숨진 B씨 손가락 지문을 이용해 모바일 뱅킹으로 B씨 계좌에 있던 48만원 전액을 본인 계좌로 송금받았다. B씨가 손목에 차고 있던 금팔찌는 아내에게 선물했다.  
 
 경찰은 실종 전 B씨가 마지막으로 만난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지난 19일 긴급체포한 뒤 21일 구속했다. A씨 차량 트렁크에서는 B씨 혈흔과 삽 등이 발견됐다.
 
23일 전북 진안군 성수면 한 천변에서 지난 14일 실종된 A씨(34·여) 시신이 발견된 가운데 현장에 나온 전북경찰청 과학수사대 관계자들이 시신을 옮기고 있다. 뉴스1

23일 전북 진안군 성수면 한 천변에서 지난 14일 실종된 A씨(34·여) 시신이 발견된 가운데 현장에 나온 전북경찰청 과학수사대 관계자들이 시신을 옮기고 있다. 뉴스1

 A씨는 수사 내내 "48만원은 빌렸을 뿐 빼앗지 않았다. B씨를 죽인 적 없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본인 주장을 뒤집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검찰 송치 시점이 다가오자 태도를 바꿨다. 
 
 A씨는 프로파일러에게 "내가 인터넷 도박에 빠졌다고 누나(B씨)가 훈계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거짓으로 보고 있다. 수천만원의 인터넷 도박 빚에 시달리던 A씨가 '돈을 빌려달라'는 자신의 요구를 B씨가 거절하자 홧김에 살해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퀵서비스 업체를 운영하던 A씨는 한 달 수입이 600만~700만원이었지만, 인터넷 도박에 빠져 직원들과 가족에게 수시로 돈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A씨는 지난 25일 오후 10시50분쯤 전주 덕진경찰서 유치장에서 "편지를 쓰고 싶다"며 볼펜과 종이를 요구한 뒤 볼펜으로 자신의 목을 찌르는 자해 소동을 벌였다. 이 소동으로 A씨는 목이 긁히는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경찰 내부에서는 "자해도 쇼"라는 말이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경찰이 밝혀낸 부분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아직도 거짓말을 한다"며 "강도(혐의)는 빼고, (형법상 감경 사유인) 심신 미약 쪽을 주장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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