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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돌려받으려면 도와라" 사기 피해자도 끌어들인 김봉현

중앙일보 2020.04.27 19:35
1조6000억원대 '라임 환매중단 사태'의 배후 전주(錢主)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1조6000억원대 '라임 환매중단 사태'의 배후 전주(錢主)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사기 피해자에게 ‘돈을 돌려받으려면 자기 일을 도우라’며 범죄에 끌어들였다”  

 
‘라임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수십억원대 사기 피해를 보아 1년 넘게 그를 쫓아다닌 A씨가 목격한 김 전 회장의 사기 수법을 요약하면 이렇다. 
 
2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회장 주변에는 이처럼 사기를 당하고도, 피해 금액을 돌려받기 위해서 김 전 회장에게 예속되는 경우가 많았다. A씨는 지난 24일 김 전 회장과 수원여객 회삿돈 24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스타모빌리티 사내이사 김모(58·구속)씨를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 꼽았다. 김씨는 지금까지 김 전 회장의 오른팔이자 수원여객 등의 횡령 사건의 공범으로만 알려졌다.
 

고금리 준다는 말에 덜컥 거금 빌려준 김씨

평생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행정업무를 맡아 일했던 김씨가 김 전 회장과 얽히게 된 것은 지난 2012년께다. 당시 위암 수술을 받았던 김씨에게 병원의 직장 동료였던 B씨가 “서울의 한 사업가에게 돈을 빌려주면 이자를 많이 준다. 나도 꽤 돈을 벌었다”며 사채를 제안했다고 한다. 
 
B씨가 소개해 준 인물이 바로 김 전 회장이었다. 김씨는 대출을 받고 수중에 있는 자금을 모아 수차례에 걸쳐 B씨를 통해 김 전 회장에게 총 10억원가량을 빌려줬다. 김씨는 처음 몇 달간 이자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는커녕 원금도 돌려받지 못했다. 김씨의 가족들은 B씨를 공범으로 보고 현재 민·형사상 고소를 한 상태다. 
 
전 재산을 잃고 빚까지 지게 된 김씨는 2017년 12월 돈을 받기 위해 서울에 있는 김 전 회장을 찾아가게 된다. 김씨의 부인은 당시 상황에 대해 “회사 갔던 남편이 점심때 갑자기 집에 오더니 ‘미안하다. 사표를 냈다. 서울 가서 돈을 받아야 한다’며 몇 시간도 안돼 짐을 챙겨 서울로 갔다”며 “그 이후로 3개월간 연락이 되지 않았는데, 그때 김 전 회장을 만나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아직도 이야기를 안 한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김씨, 김봉현 타깃 기업에 바지사장 도맡아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스타모빌리티 건물 전경. [연합뉴스TV]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스타모빌리티 건물 전경. [연합뉴스TV]

그 이후 김 전 회장은 김씨에게 “10억을 받으려면 나를 도와야 한다”며 김씨를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씨 부인은 “남편은 김 전 회장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고 돈을 받으려고 시키는 대로 하다가 지금은 희대의 사기꾼 집단의 일원으로 의심받고 있다”며 “지난 3월에 구치소에서 만난 남편은 구속되기 전까지도 그 회사가 정상적인 회사인 줄 알았다며 울고 있더라”라고 호소했다.

 
A씨는 “김씨는 김 전 회장의 전화를 받으면 벌벌 떨면서 시키는 대로 업무를 처리했다”며 "주변 사람들 모두 그 점을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법조계 “억울하겠지만, 처벌은 불가피할 듯”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김씨가 억울한 상황에는 처했지만, 실제 횡령에 가담한 행위들이 수사로 밝혀졌기 때문에 처벌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재판 과정에서 본인의 책임지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입증을 해야 그나마 처벌의 수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수원여객 횡령 사건 이외에도 스타모빌리티 517억원, 향군상조회 230억원 횡령 사건에도 얽혀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한 후속 수사를 통해 추가로 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회장은 경찰 조사에서 수원여객 등 횡령 혐의에 대해 대체로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는 "김 전 회장은 뒤로 숨고 실제 행위들은 김씨에게 시켰기 때문에 범죄 혐의를 모두 덮어씌우려는 목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김씨는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아 회삿돈 횡령의 실무 작업을 도맡아 했다. 김 전 회장과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공모해 탈취하려했던 수원여객의 횡령사건에서 26차례에 걸쳐 페이퍼컴퍼니로 돈을 송금한 일을 담당한 것도 김씨였다.
 
김 전 회장은 또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하면서 김씨와 본인의 운전기사, 교회 지인 등 주변 인물의 명의를 활용했다. 김씨는 2018년 3월에 스타모빌리티 사내이사로 취임했고, 비슷한 시기 김 전 회장의 페이퍼컴퍼니 KBH파트너스의 대표이사로도 등기됐다. 라임자산운용을 살리겠다며 김 전 회장이 인수해 자금을 빼내려 했던 향군상조회 인수 컨소시엄의 대표이사도 김씨로 등기돼 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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