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모가 미리 의견줬다면···" 속옷 빨기 숙제낸 초등교사 궤변

중앙일보 2020.04.27 18:42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울산 교사에 관한 글. [사진 커뮤니티 캡처]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울산 교사에 관한 글. [사진 커뮤니티 캡처]

초등학교 1학년 학생에게 "섹시" 등의 발언을 하고, 속옷 빨기를 시킨 뒤 인증샷을 찍어 올리라는 숙제를 내줘 논란을 일으킨 담임 교사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성희롱 논란 울산 초 1학년생 담임교사
"부모 의견 주셨다면 숙제 변경했을 것"
"과제 실수…'섹시팬티' 오해 소지 있어"
경찰, 울산교육청 신고로 수사 착수해

울산지방경찰청은 27일 "울산교육청에서 신고가 들어와 해당 교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며 "수사는 울산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서 진행한다"고 했다.  
 
울산교육청은 이날 오전 11시50분쯤 아동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울산의 한 초등학교 A교사를 경찰에 신고했다. 앞서 이날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 정상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다.  
 
자신을 울산 한 초등학교 신입생의 학부모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이상한 점이 많은데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SNS 캡처 사진 여러 장을 올렸다.  
 
글쓴이에 따르면 자녀의 담임인 A교사는 지난달 학부모들에게 SNS 단체 대화방에 학생들의 얼굴 사진과 자기소개 글을 올려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이 미뤄지면서다.
 
문제는 사진에 대한 교사의 반응이었다. A교사는 학생들의 사진에 '저는 눈웃음 매력적인 공주님들께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미녀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미남들까지, 저는 저보다 잘생긴 남자는 쪼매(좀) 싫어한다고 전해달라', '우리 반에 미인이 넘(너무) 많아요 남자 친구들 좋겠다', '매력적이고 섹시한 ○○' 등으로 반응했다.
 
글쓴이는 지난달 국민신문고에 해당 내용을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울산강북교육지원청은 글쓴이에게 '담임교사가 입학식도 하지 못한 신입생들을 위해 나름대로 준비를 하면서 사진을 보고 칭찬의 의미로 외모에 대한 표현의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앞으로 주의하겠다'고 해명을 전했다.  
 
하지만 A교사는 또다른 숙제를 내주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A교사는 최근 학생들에게 '스스로 속옷을 빨고 사진을 올리라'고 한 뒤 '공주님 수줍게 클리어', '이쁜 속옷 부끄부끄', '분홍색 속옷 이뻐여(예뻐요)' 등으로 댓글을 달았다. 
 
글쓴이는 "앞전에 교육청 신고도 했었고 반성한다는 답변 받았는데 댓글 전혀 지우지도 않더니 또 이러길래 글을 올린다"며 "글을 올린 뒤 (A교사에게) 글을 지워달라는 문자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에게 '섹시' 등의 표현을 해 논란을 일으킨 울산 교사의 해명 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학생들에게 '섹시' 등의 표현을 해 논란을 일으킨 울산 교사의 해명 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글쓴이는 이 글에서 학급 SNS에 올라온 A교사의 해명글을 공개했다. A교사는 "담임교사가 외모로 아이들을 평가한다며 지난달 민원이 들어왔을 땐 저를 모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직 학부모와 만나지 않아 서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A교사는 "우리 반 학부모시라면, '선생님, 여자아이들이 팬티 빨기는 조금 쑥스러워하지 않을까요? 양말빨기로 하면 안될까요?'라고 의견을 줬다면 숙제를 변경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A교사는 "'섹시 팬티' 이런 말들이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앞으로 그런 부분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 사태가 심각하니 게시글 삭제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울산교육청 측은 경찰 신고 후 A교사를 즉시 업무에서 배제한 상태다. 담임도 교체됐다. 울산교육청 관계자는 "감사결과에 따라 해당 교원을 징계 조치하고, 해당학교 교직원을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 특별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