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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해야 채운다던 '안심밴드'…안 차면 대신 "시설 격리"

중앙일보 2020.04.27 17:41
자가격리 위반자에게 채워지는 안심밴드 모습. 뉴스1

자가격리 위반자에게 채워지는 안심밴드 모습. 뉴스1

정부가 ‘전자팔찌’(일명 안심밴드) 착용에 동의하지 않는 자가격리 지침 위반자를 별도의 시설에서 격리하기로 했다. 
 
정부는 강력범죄자에게 채우는 전자발찌와 달리 법적 근거가 없는 탓에 그동안 “위반자(또는 이탈자)가 동의해야만 (팔찌를) 채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자팔찌를 착용하지 않으려면 별도의 격리시설 입소를 선택해야 하는 만큼 사실상 강제적 수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침해 논란 최소화한다지만 

박종현 범정부대책지원본부(범대본) 홍보관리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27일 0시부터 자가격리 수칙을 위반한 이탈자 중 동의한 자만 안심밴드를 착용하게 된다”며 “이탈자가 안심밴드 착용을 동의했다고 해서 고발조치가 면제되지는 않는다. 다만 착용하면 시설격리 대신에 (기존에 하던 자택 등에서의) 자가격리를 계속 유지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정부 지정 시설의 격리’나 ‘안심밴드 착용’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자팔찌 도입에 따른 인권침해 논란을 최소화하려 했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이런 조치의 근거는 감염병예방법(제49조)이다. 법에 따르면 관할 지자체장 등이 감염병 의심자를 격리할 수 있는 권한을 뒀다. 격리방법까지 지자체가 판단할 수 있다.
코로나19 자가격리 위반 혐의로 구속된 60대 A씨. 연합뉴스

코로나19 자가격리 위반 혐의로 구속된 60대 A씨. 연합뉴스

 

"불이익 피하려 선택할 것" 

하지만 전자팔찌 착용 동의 여부가 격리방법을 판단하는 기준의 핵심이 된 셈이다. 이 때문에 전자팔찌가 사실상 강제적 수단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부가 전자팔찌 도입 전부터 대상자의 ‘동의’로 기본권의 제한을 정당화하려 한다”며 “(자가 격리 위반자가) 시설 격리라는 불이익을 피하려 (전자팔찌를)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런 동의를 자발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전자팔찌 미착용자의 입국을 거부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에 따른 해외 입국자의 전자팔찌 착용 동의를 과연 순수한 동의로 볼 수 있느냐는 의미다. 
 
앞서 이달 초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등 20개 인권단체로 구성한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는 “신체의 자유와 이동의 자유, 사생활의 권리의 중대한 제한을 동의가 가능한 대상으로 볼 수 없다”며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자가격리 위반자 0.7% 수준 불과 

위반자에 대한 전자팔찌 착용 논란이 있지만, 자가격리 지침 위반자는 여전히 소수다. 전날(26일) 오후 6시 기준 자가격리자(3만9740명) 중 지침 위반자는 286명으로 전체의 0.7%에 불과하다.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이달 10일 성명서를 통해 “대부분의 자가격리자가 지침을 지키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무단이탈이 발생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만으로 전자팔찌를 도입해야 할 객관적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정부는 해외로부터의 코로나19 역유입을 막으려 이달 1일부터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자가격리를 의무화했다. 지난 26일 기준 자가격리자 중 해외 입국자(3만7818명)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다.
27일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이 입원한 병동으로 교대 근무를 하러 가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이 입원한 병동으로 교대 근무를 하러 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측, "안심밴드 코로나만 대비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19 외에 앞으로 신종 감염병을 관리할 때도 전자팔찌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현재 전국 17개 지자체에 2000여개의 전자팔찌를 보급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안심밴드는) 코로나19만 대비하는 게 아니다”며 “신종 감염병이 계속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까지 예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자팔찌는 블루투스를 통해 자가격리자의 휴대전화에 설치한 자가격리 앱과 연계해 구동한다. 팔찌와 휴대전화 간 거리가 20m 이상 벗어나면 관리자에게 경고를 보낸다. 훼손·하거나 절단해도 마찬가지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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