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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쫓았더니 카톡 채팅방서 음란물 공유… 경찰 수사 착수

중앙일보 2020.04.27 17:05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불법 성착취물을 공유한 운영자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 해외 메신저를 통한 성범죄에 수사가 집중되자 국내 오픈 채팅방이 감시의 사각지대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엽’이라는 운영자가 관리해온 다수의 오픈 채팅방에선 하루 평균 200개의 성착취물이 올라왔다. 교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하는 영상부터 불법 촬영물로 의심되는 영상 등을 공유했다. 온라인상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를 모니터링해온 십 대 여성인권센터가 해당 채팅방을 발견하고 수사 의뢰해 경기남부경찰청이 이를 들여다보고 있다.
서브방과 메인방으로 나누어 회원을 관리해온 오픈채팅방. 십대여성인권센터

서브방과 메인방으로 나누어 회원을 관리해온 오픈채팅방. 십대여성인권센터

 
오픈 채팅방은 특정 주제별로 불특정 다수와 익명으로 대화할 수 있는 단체 채팅방이다. 공인 인증절차 없이 채팅방을 드나들 수 있어 성착취물 공유뿐만 아니라 조건 만남이나 성매매 수단으로도 사용하기도 한다. 수사 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개설·폭파를 하는 방식으로 여러 번 방을 옮겨가기도 한다.
 
경찰이 수사 중인 한 단톡방에선 운영자의 닉네임을 몸에 새긴 여성들의 사진을 공유했다. 단순히 성착취물을 유통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에도 관여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또 다른 단톡방에선 24시간 동안 최대 1373개의 각종 음란물이 올라왔다. 이들 채팅방에 적게는 200명부터 많게는 500명이 동시 접속했다. 
 
오픈 채팅방 운영자는 이른바 ‘빨간방’처럼 성착취물을 유포하면서 특정 도박사이트 가입을 유도하기도 했다. 빨간방은 텔레그램 n번방보다도 앞서 지난 2017년부터 불법 촬영물 유포의 주된 공간으로 지목돼왔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이다. 이 운영자는 ‘서브방’과 ‘메인방’으로 나누어 회원들을 관리했다. 좀 더 자극적인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메인방에 들어가려면 참여자들에게 불법 도박 사이트에 가입하도록 하는 식이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도 회원들을 등급별로 관리했다.

방을 옮겨가며 수사당국의 감시망을 피하는 오픈채팅방. 십대여성인권센터

방을 옮겨가며 수사당국의 감시망을 피하는 오픈채팅방. 십대여성인권센터

  
문제는 경찰이 단속에 나서더라도 이름과 형태만 바꿔 오픈 채팅방을 다시 개설할 수 있다는 것. 빨간방도 현재는 텔레그램 등으로 활동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톡은 오픈 채팅방의 경우 내용까지는 일일이 모니터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생활 침해가 될 소지가 있어서다. 대신 ‘금칙어’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오픈 채팅방을 관리하고 있다. 채팅방 이름이나 닉네임에 부적절한 표현이 들어가지 않도록 사전에 제어하는 차원이다. 결국 참여자가 신고하기 전까지는 불법 영상물을 공유하는 오픈 채팅방에 대해선 제재가 어려운 셈이다. 
 
경찰은 텔레그램 외에 위커나 디스코드, 와이어와 같은 해외 메신저 등은 전담 경찰청을 지정해 수사하고 있다. 텔레그램에서 성범죄 관련자들이 다른 외국 메신저로 이동하는 ‘텔렉시트’(Telexitㆍ텔레그램과 엑시트의 합성어)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어서다. 카카오톡은 국내 기업인만큼 전담팀은 두지 않고 사안별로 수시로 협조를 구해 수사를 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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