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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민식군 부모 "더는 우리 아이 같은 피해자 나오지 않기를"

중앙일보 2020.04.27 15:47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가해자의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민식이법’ 개정안의 촉발이 된 사건 피의자에 대해 법원이 금고형을 선고한 가운데 고(故) 김민식군의 부모는 “더는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심정을 밝혔다.
어린이 교통사고 가해자 처벌규정을 강화한 '민식이법' 제정의 단초가 된 고 김민식 군 부모가 27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어린이 교통사고 가해자 처벌규정을 강화한 '민식이법' 제정의 단초가 된 고 김민식 군 부모가 27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대전지법 천안지원, 운전자에 금고 2년 선고
김군 부모 "일부 운전자 오해, 아이 위한 법"

김군의 부모는 27일 오전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2단독(재판장 최재원 부장판사)이 교통사고 처리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치사)로 구속 기소된 A씨(44)에 대해 금고 2년 형을 선고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고 김민식군(당시 9세)은 지난해 9월 11일 오후 6시10분쯤 충남 아산시의 한 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A씨가 몰던 차량이 치여 숨졌다. 김군의 동생은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김군의 부모는 “(민식이법 개정으로)운전자들이 혼란에 빠져 있고 일부는 오해를 하고 있는데 이를 바로 잡고 싶다”며 “우리가 할 수 없으니 법을 발의한 국회의원이나 정부가 나서 오해의 부분을 정확하게 바로잡아 달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김군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 교통사고 가해자 처벌 강화 등을 주요 내용을 담은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거쳐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됐다.
 
개정안은 스쿨존에서 어린이 사상 교통사고 발생 때 가중처벌하는 내용(사망 시 최소 징역 3년, 최대 무기징역)을 담고 있다. 스쿨존에 무인 교통단속장비와 신호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법 개정 과정에서 일부 운전자들은 “무리한 법 개정”이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민식이법 개정’을 요구하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아동 교통사고를 낼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민식이법'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달 24일 서울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 민식이법 안내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뉴스1]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아동 교통사고를 낼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민식이법'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달 24일 서울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 민식이법 안내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뉴스1]

 
김군의 아버지 김태양씨는 “지난 4차 공판(4월 16일) 때 피고인에게서 처음 사과의 말을 들었다”며 “우리가 고의로 합의해주지 않았다거나 일부러 형이 많이 나오게 했다는 말로 심적으로 아주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민식이법은)운전자를 범죄자로 만드는 게 아니라 아이들을 지켜주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며 “일부 운전자들의 오해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힘들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재판 결과에 대해 김군 부모와 변호인은 만족, 불만족을 논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아직 항소심 등이 남아 있고 1심 선고가 법 개정 이전에 발생한 사건을 대상으로 판결했다는 이유에서다.
 
김군 부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재원 변호사는 “부모들이 조금이라도 더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보고자 법 개정을 위해 노력한 것”이라며 “그런데 오히려 민식이와 부모님에게 비난으로 돌아오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국이 법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변화가 생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주의 의무라는 아주 기초적인 운전자의 의무를 지킨다면 실제로 민식이법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아동 교통사고를 낼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민식이법'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달 24일 서울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 민식이법 안내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뉴스1]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아동 교통사고를 낼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민식이법'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달 24일 서울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 민식이법 안내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뉴스1]

 
앞서 검찰은 지난 16일 진행한 결심공판에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아이가 보호받지 못해 사망했고 이로 인해 유족은 큰 상처를 입었다”며 A씨에 대해 금고 5년을 구형했다. 당시 A씨는 “이런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에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마음이 무겁고 사죄드린다. 용서를 바란다”고 말했다.
 
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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